“지역 친환경 농산물 소비는 생존을 위한 고민”
“지역 친환경 농산물 소비는 생존을 위한 고민”
  • 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
  • 승인 2020.10.0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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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순원 한살림제주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전무이사

제주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1차산업, 그중에서도 농업은 현재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점차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변화와 생태계 훼손, 코로나19 창궐 등으로 인해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제주 농업 생태계에도 변화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이 흐름에 주목을 받는 게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바라보는 친환경농업이다. 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미디어제주·제이누리·제주의소리·제주투데이·헤드라인제주)와 (영)제주특별자치도친환경연합사업단은 농업과 친환경 먹거리의 현주소를 바라보고 이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공동 기획 보도에 나선다. <편집자주>

지난 6일 오전 제주시 노형동 한살림제주 소비자생활협동조합 2층 사무실에서 강순원 전무이사가 인터뷰하고 있다. ⓒ 조수진 기자
지난 6일 오전 제주시 노형동 한살림제주 소비자생활협동조합 2층 사무실에서 강순원 전무이사가 인터뷰하고 있다. ⓒ 조수진 기자

[제주투데이 조수진 기자] “지역 농업과 소비를 연결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 자체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겁니다. 이는 기후 위기 문제와 환경 문제, 삶의 방식을 전환하는 문제인 거죠. 이젠 정말로 지역이 명제로써의 고민이 아닌 생존을 위한 고민이 절실히 필요할 때입니다.”

지난 6일 오전 제주시 노형동 한살림제주 소비자생활협동조합 2층 사무실에서 만난 강순원 전무이사. 그는 지역 친환경 농산물을 소비하는 일은 단순히 안전한 먹거리를 구하려는 요구를 넘어 지역 공동체가 생존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 운동으로 시작한 생활협동조합  

국내 생활협동조합들은 대부분 운동적인 차원에서 생겨났다. 지난 1960년대 정부가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며 도시에선 산업화와 공동화를, 농촌에선 농업 생산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마을 자치 조직은 경제 조직으로, 농업은 ‘생산’ 중심으로 바뀌어갔다. 

이때부터 논과 밭에 본격적으로 농약과 화학비료를 투입하기 시작했다. ‘검질(잡초의 제주어)’ 매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작물이 절로 쑥쑥 자라게 하던 마법과 같은 화학물질이 인체와 땅,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모르던 시기였다. 

농작물을 재배하는 데 상대적으로 손이 덜 들어가자 농촌 인력이 대규모로 도시로 이주했다. 그 결과 농촌은 공동화되고 그나마 남아있던 사람들은 농약 중독으로 고통 받으며 농촌은 점차 황폐해졌다. 그러자 일부 운동가들이 ‘농촌을 살려야 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만든 조직이 국내 생활협동조합의 시초다.  

“농약중독을 경험한 농업인들과 농촌 문제에 분노하던 도시에 거주하는 주부와 운동가들이 모여서 시작했죠. 그러다 보니 운동적인 성격이 강해 외부에서 공산주의라고 보고 탄압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 소비자도, 생산자도, 직원도 모두 활동가

지금까지도 한살림매장에서 직원을 ‘활동가’라 부르는 문화도 운동에서 시작한 역사의 흔적이다.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업무를 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진열된 상품을 잘 설명하고 잘 전달해주는 활동가라는 개념을 담고 있다. 

강 전무이사는 생활협동조합의 소비자 역시 활동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곳에서 소비하는 행위 자체가 땅을 살리고 친환경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기반을 유지하는 활동”이라며 “소비자들이 의식을 하든 안 하든 그 자체로 운동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생산자와 소비자가 자본주의 시장 체제에서의 관계와 크게 다르다고 강조했다. 

“시장 경제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는 가격을 높이고 낮추는 관계에 불과하죠. 하지만 우리는 소비자는 물품을 적정한 가격에 소비함으로써 생산 기반을 안정적으로 만들고 생산자는 안전한 먹거리를 적정한 가격에 공급하는 겁니다. 서로를 믿고 보장하는 관계인 거죠.”

# 대기업이 ‘자본’을 가졌다면 우리는 ‘관계’를 가졌다

이러한 구조는 개인의 양심이나 윤리에만 기대선 지속할 수 없다. 서로 이해관계 속에서 정확하게 약속을 지켜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 

지난 2008년 들어선 한살림제주생협은 현재 조합원이 1만2000여 가구에 이를 정도로 자리를 잡았지만 최근 고민이 깊어졌다. 친환경 먹거리 산업에 대규모 자본이 뛰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대기업 마트와 전국적인 유통망을 가진 배송업체들이 신선 제품을 배달하며 빠른 속도로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강 전무이사는 “상품 수급 측면에서 생협들은 사전에 생산자와 계약한 수량만 제공하고 제철 식자재만 판매하다 보니 대기업에 비해서 불리하고 가격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무차별적으로 시장 논리로 들어오면 사람들은 아무래도 그쪽을 찾게 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이어 “대기업 배송업체는 전형적인 미래형 자본주의 구조라고 볼 수 있는데 거긴 비정규직 배달 노동자들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며 “고도화된 시스템에서 노동력을 착취해 사람이 기계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체계”라고 지적했다. 

# 감염병·기후변화 최선의 대응은 생태적 전환

아울러 “사람이나 생명이나 자연이 없는 그런 시스템에선 결국 1%만이 수익을 가져가고 나머지 99%는 도태되며 양극화가 심각해진다”며 “대기업이 자본력과 기술을 가졌다면 협동조합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 연대, 이해관계에 있는 사업 주체 간 연대를 다양하게 이뤄가며 변화에 대응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람과 생명, 자연이 담긴 ‘생태적 전환’을 꾀하는 한살림생협의 시도는 우리 모두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강 전무이사는 “농업만 살린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소비자만 살린다고 되는 것도 아니”라며 “‘지역 친환경 소비라는 결과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속한 모든 사람들이 만족감을 높일 수 있어야 하는데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선 그게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친환경적으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 개인의 삶과 공동체, 지역이라는 공간 등 모든 것들이 설계돼야 한다”며 “이는 코로나19 같은 감염병과 기후변화로 인한 강제적인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살아남는 대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를 이야기할 때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 같은 사례를 가져온 것이라 보는 경향이 많은데 사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제주지역엔 사회적경제 전통이 많이 남아있었다”며 “바로 수눌음 문화다. 우리의 유전자엔 지금까지도 강하게 남아있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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