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07:39 (금)
외딴 섬 '제주목 관아'... "담장 허물고, '원도심 사랑방' 되길"
외딴 섬 '제주목 관아'... "담장 허물고, '원도심 사랑방' 되길"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0.09.28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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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8일, '제주목 관아 활용운영 방안 제도개선 토론회'

-'원도심 활성화 사업'의 실패 이유, '문화재 활용 대책 부재'에 있어
-주민 참여 형식 '제주목 관아 활성화' 되면, '원도심 살리기' 가능해
9월 28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회관 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주목 관아 활용운영 방안 제도개선 토론회' 현장. (사진=제주도의회)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제주목 관아를 시민에게 개방하는 등 새로운 활용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특히 최근 사적 제380호 제주목 관아를 시민들에게 개방해 원도심 활성화를 이루자는 내용의 청원이 도의회에 전달되면서, 주민 중심의 제주목 관아 활성화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 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는 지난 21일 열린 제387회 제3차 임시회에서 “제주목 관아의 적절한 보전 및 충분한 보호장치와 더불어 지역주민, 인근 상권 연계한 프로그램 발굴 등 원도심 활성화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문화재청과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는 내용의 종합검토의견을 도지사에게 이송하기로 의결한 바 있다.

도의회 의결이 이뤄지고, 딱 일주일 째 되는 날, 9월 28일 오전 10시 30분.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회관 1층 대회의실에서 보다 제주목 관아 활용운영 방안을 보다 섬세하게 모색해보는 토론회 자리가 마련됐다.

이번 토론회의 주제는 ‘제주목 관아 활용운영 방안 제도개선 토론회’. 도의회 정민구 의원과 박원철 의원이 주관해 성사된 행사다.

먼저 토론회 발제를 맡은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임덕수 교수는 “문화재 활용(사업)은 ‘지역민과 함께했을 때’ 힘을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문화재를 중심으로 지역민을 위한 지역 활성화가 이뤄져야, 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덕수 교수는 “문화재 활용 사업은 한 번 하고, 말면 의미가 없다”면서, 지속적으로 사업이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지역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을 때 사업이 지속성을 갖고, 진정한 의미의 문화재 활용과 지역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 임 교수 발제의 핵심이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임덕수 교수. (사진=제주도의회)

그렇다면 '제주목 관아 활성화를 위해, 행정은 어떤 방식으로 지역민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그는 프랑스 출신의 미국 산업디자이너 ‘레이먼드 로위(Raymond Loewy)’의 명언을 인용해 방안을 제시했다.

“친숙한 놀라움을 추구하라”

-레이먼드 로위

사람들은 과감하면서도, 이해할 수 있는 범주의 상품에 매력을 느낀다. 따라서 가장 진보적이면서도, 수용할 수 있는 제품(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친숙한 놀라움’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에 그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의지와 행정적, 물리적 자원 지원이 더 확대되어야 한다"면서, "제주목 관아 만의 차별성을 갖는 대표 프로그램, 대상별 맞춤 프로그램의 개발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 그는 제주목 관아 일대를 직접 답사해본 결과, “제주목 관아를 사적공원(시민공원)으로 개방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다만, △문화재 보존과 △효율적인 활용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서는 "문화재안전대책을 최대한 마련한 후, 개방 방안을 모색해야 하겠다"고 덧붙였다.

원도심 활성화 시민협의체가 1일 접수한 주민 청원. ⓒ원도심 활성화 시민협의체
원도심 활성화 시민협의체가 지난 9월 1일 도의회에 접수한 주민 청원. (사진=원도심 활성화 시민협의체)

이어진 토론 시간에서는 원도심 지역 활성화를 위해 지역주민을 중심으로 꾸려진 시민협의체의 고봉수 대표가 토론자로 나섰다.

고 대표는 지난 9월 1일, 제주목 관아를 사적공원(시민공원)으로 개방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주민 청원을 제주도의회 사무국에 전달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토론자로 참석한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여창수 담당관은 도의회에 전달된 제주목 관아 개방 청원이 “지역주민들이 제시했다는 것에 상당히 감명받았다”며, “지역주민 중 한 명으로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원도심 활성화 시민협의체 고봉수 대표.

이날 토론 자리에서 고 대표는 “탐라문화광장 조성사업, 칠성로 아케이드거리 조성사업, 야시장 조성 공모사업 등 원도심 활성화와 관련해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약 1461억원 예산이 투입된 점”을 강조하며, 어마어마한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원도심 활성화가 이뤄지지 못한 까닭이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 활용 방안’ 없이 원도심 활성화를 논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원도심 중심에 있는 관덕정과 제주목 관아 등 ‘원도심 지역 내 문화재 활용 방안’ 없이는 원도심 활성화를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문화재 활용 방안 없이 (원도심 활성화 사업이) 이뤄지니, 주민들은 사업 효과를 체감할 수 없다”면서, 정주환경, 주민 편의성과는 동떨어진 사업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점을 지적했다.

시민협의체 대표로 참석한 그는 문제 지적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이어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는 △제주목 관아를 시민(주민)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제주목 관아를 둘러싼 담장을 개방해 시민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공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담장으로 갇혀 외딴 섬이 되어있는 제주목 관아가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방정부가 의지를 갖고 문화재청과의 협의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목 관아를 사적공원(시민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서는 문화재청과의 협의가 사전에 이뤄져야 한다. 제주목 관아는 1993년 3월 30일 그 일대가 사적 제380호로 지정되었고, 이에 따라 문화재청에 관리권한이 편입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 대표의 주장에 권정우 건축사 또한 말을 보탰다.

권 건축사는 “원도심 침체의 이유는 목관아에 있다고 본다”면서, “제주목 관아 내부는 담장 때문에 외부에서 볼 수 없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만한 매력적인 이벤트 또한 일어나지 않고 있다”라고 운을 뗐다.

권정우 건축사.

그는 지금의 제주목 관아를 ‘값비싼 프라이빗 아파트 단지’에 비유했다.

원도심의 인구가 신제주 지역으로 이동하며 상권이 침체되고, 경제활동이 위축되는 중인 원도심 지역. 이곳 한가운데에 외부인은 감히 다가서기 힘든, 다소 고압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거대한 주택이 들어선다면 어떨까. 소수의 입주자를 제외하면, 이곳을 찾는 시민은 거의 없을 테다.

그러면서 권 건축사는 “(제주목 관아의) 담장을 완전히 허문다는 것이 부담될 수 있겠지만. 저는 이것을 넘어 좀더 적극적인 활용 방안을 이야기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제주목 관아 담장 개방의 필요성와 함께, 내부 건물을 주민들이 이용 가능한 편의시설로 활용해야 함을 강조했다.

예를 들면, 제주 역사를 이야기하는 도서관, 고령층이 많은 지역 여건을 고려한 찜질방 운영, 피트니스 센터, 주민센터 등으로 관아 내 건물을 활용, 주민들이 언제든 찾아오고 싶은 ‘제주목 관아’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양용호 연구원.

이어 혼디연구소 양용호 연구원은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문화재로 하여금 자긍심을 갖고, 경제적 요건또한 향상시킬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연구원은 “더 이상 제주목 관아를 공간에 가둬놓고, 역사라고 말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복원된 제주목 관아가 ‘역사적 장소로의 복원’에 그치는 것이 아닌, 주민 삶에 필요한 장소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진정한 복원의 가치를 가질 수 있다.

그러면서 그는 “어쩌면 제주목 관아는 과거의 유물만을 찾아 전시하는 데서 만족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문이 든다”면서 학자들의 추측으로 복원된 제주목 관아만 존재할 뿐, 주민들과 살아 숨 쉬는 문화재가 되지 못하고 있음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제주목 관아와 접한 곳에 위치한 제주북초등학교 홍미옥 교장은 문화재와 함께하는 교육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홍 교장은 아이들에게 우리 고장을 사랑하는 마음과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도록, 학교와 제주목 관아가 함께하는 교육 활동을 전개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제주북초등학교에서 제주목관아 과거시험 한마당, 지역예술가와 함께하는 협력활동 등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제주목 관아와 연계한 교육활동과 콘텐츠 개발에 힘쓸 것을 약속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김대근 세계문화유산본부장은 “권정우 건축사께서 말씀하신 제주목 관아 내 도서관 등 활용 방안은 새로운 아이디어라는 생각에 많이 부끄러움을 느꼈다”며 솔직한 심정을 고백했다.

이어 김 본부장은 오늘 토론회 참석을 통해 “그동안 관에서 해온 문화재 관련 프로그램이 학생이나 수요자 중심의 프로그램이 아니었구나, 생각하며 반성했다”면서 “(앞으로 문화재 프로그램 등 관련해서는) 팀원들과 의논해서 새롭게 조금씩이라도 바꿔나가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제주목 관아 일대. (사진=문화재청)
제주목 관아 일대. (사진=문화재청)

한편, 제주목 관아는 조선 시대 제주목에 파견된 지방관인 목사(牧使)가 업무를 보던 관청이 있던 곳으로, 주요 관아시설이 자리했던 곳이다. 다만, 관아시설은 1434년(세종 16) 화재로 건물이 모두 불타 없어져, 조선시대 내내 증축과 개축이 이뤄졌다.

조선시대 이후, 제주목 관아는 또다시 시련을 맞는다. 일제강점기 때 관덕정을 제외하고 모두 훼손되어 기억 속에 잊혀질 위기에 놓였던 것이다. 하지만 1991년 제주시가 발굴조사를 착수하며 사료 확보 나섰고, 2002년 12월 복원공사가 완료됐다. 즉, 지금의 제주목 관아 시설은 과거로부터 보전된 것이 아닌, 현대에 와서 새롭게 복원된 모습이다.

고봉수 대표 등 주민협의체가 제주목 관아의 담장을 허물고, 주민에게 개방하자고 주장하게 된 배경에는 이러한 사실이 존재한다. 지금의 제주목 관아 담장을 '과거로부터 전승되어 온 오롯한 제주의 문화재'로 분류하기 어렵기 때문에, 차라리 이를 없애 시민들과의 접근성을 높이자는 주장이다. 

끝으로 이날 토론회를 주관한 정민구 의원은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토론회) 자리가 만들어졌고, 이후로 지속적으로 논의가 됐으면 좋겠다”며, 제주목 관아 활용 방안 모색을 위한 자리가 이것이 끝이 아님을 시사했다.

'제주목 관아 활용운영 방안 제도개선 토론회' 참석자들.
(좌측부터) 김대근 세계문화유산본부장, 권정우 건축사, 여창수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담당관, 박원철 의원, 정민구 의원, 임덕수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 고봉수 원도심 활성화 시민협의체 대표, 홍미옥 제주북초등학교장, 양용호 혼디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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