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 제주학생인권조례안... "심사 대신 '남 탓'만"
'지지부진' 제주학생인권조례안... "심사 대신 '남 탓'만"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0.09.23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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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3일, 도의회 교육위 '제주학생인권조례' 등 관련 4개 안건 심사
조례안 논의는 뒷전, "찬반 논란 두고 도교육청에 책임 지우기 급급"
9월 23일 교육위원회는 상임위 회의실에서 제387회 임시회 교육위원회 제5차 회의를 개최, '제주학생인권조례안' 관련 4개 안건에 모두 '심사보류' 결정을 내렸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모든 제주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고, 차별없는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발의된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학생인권 조례안(이하 '제주학생인권조례안')'이 도의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잠정 보류됐다. 다만, 이번 심사 과정에서는 조례안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교육위가 산재한 찬반 논란의 책임이 도교육청에 있다며, 여론을 의식한 '눈치보기 식' 발언을 개진했기 때문이다.   

23일 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제387회 제5차 임시회 자리에서 제주학생인권조례와 관련해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점을 이유로 “사회적 협의과정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 “의원간담회 결의에 따라 조례안을 심사보류”한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서 ‘심사보류’ 결정이 된 안건은 다음 네 가지로, 제주학생인권조례안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안들이다..

1.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학생인권조례 제정 반대 청원의 건
2.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학생 인권 조례안
3.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등에 관한 조례안
4.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학교 학부모회 설치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

교육위원회 부공남 위원장.

이와 관련, 교육위는 위 안건 심사에서 ‘찬반 논란’에 집중해 의견을 개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제주도교육청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등에 관한 조례안’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학교 학부모회 설치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은 아예 뒷전으로 밀려 이름만 잠깐 언급되고 ‘심사보류’ 결정이 났다.

이처럼 조례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음에도, 정작 심사는 2시간 이상 오래 진행됐다. 조례의 ‘찬반 논란’의 책임소재를 교육청에 묻는 교육위의 추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먼저 강시백 의원은 “’학생인권조례가 이렇게 찬성과 반대 의견들이 첨예하게 대립할 때, 제주도교육청은 무엇을 하고 계셨나’.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라며, 찬반 논란의 책임이 교육청에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강 의원은 지난 봄, 학생인권조례 제정 청원이 교육위에 제출되었으나, 이를 도교육청으로 이관시킨 사실을 언급하며 “학생교육을 담당할 교육청, 교육을 하는 교사를 관리하고 배치하는 집행부, 보호자의 대상인 학부모들이 양육과 교육권 이런 것들을 고려해 세 주체들이 (제주학생인권조례 제정) 요구와 상충되는 부분들을 고려해서, 집행부에서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어야 타당하다”라고 판단했음을 밝혔다.

오대익 의원.

오대익 의원은 해당 조례가 타 상임위 소속 의원 발의로 소개되어 입장이 곤란한(?) 자신의 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오 의원은 “이 조례가 존경하는 우리 (고은실) 의원님이 발의한 조례다. 만약에 우리가 제주학생인권조례 제정 촉구 청원을 교육청에 보냈(이관시켰)을 때, 교육청에서 잘 검토해서 발빠르게 만들어 왔다면. 이렇게 미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교육청이 조례 제정에 소홀했기 때문에 지금의 논란이 만들어졌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이어 “(우리가) 집행부(교육청이 만들어온 조례)에는 얼마든지 따질 수 있다. 그런데 (교육청이) 가만히 앉아서 (조례를 다른) 의원님들이 만들도록 기다렸다”면서 “집행부(교육청)가 할 일을 가만히 기다리니까. 참지 못한 의원님이 그것을 가져다 만들어서 의원들끼리도 마음이 아프게 만들었다. 이것은 교육청에 대해서 상당히 원망스럽다”라고 말했다.

직장 동료(?)라 할 수 있는 고은실 의원이 발의한 조례안을 심사하기 난처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지적(?)하기 용이한 교육청에서 조례안을 만들어왔다면 좋았을 거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창식 의원도 ‘교육청이 잘못’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 의원은 “(학생인원조례 제정을) 어디에서 주도적으로 해야겠습니까. 교육청에서 안 하니까 학생들이 나서는 겁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민구 의원.

정민구 의원은 도내 교사 등 교원 2000여명이 조례 제정을 반대하는 내용의 청원에 서명한 사실에 “깜짝 놀랐다”며, 교육의원으로서는 유일하게 조례 제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태석 의원 역시 ‘인권’의 중요성을 피력하기는 했지만, 조례 제정에 찬성표를 던지는 취지라기보다는, 지금의 가치 충돌 사안의 책임이 교육청에 있다는 것이 발언의 골자였기 때문이다.

이에 정 의원은 “다른 동료의원들께서 지적한 교육청의 (소극적인) 자세에 일정 동의합니다만, 기본적으로 이 인권조례는 천부인권(天賦人權, 하늘이 내려준 기본적이고, 자연적인 인간의 권리)에 대한 조례로서 학생들이 원하는 조례이기 때문에 어른들은 당연히 학생들의 편에서 서야 한다고 생각하고. 교육청에서는 학생 인권에 대한 접근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야할 필요가 있겠다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심사가 진행되던 시각. 도의회 정문 앞에는 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이 마주보고 각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쪽은 학생들, 그리고 이들과 뜻을 같이 하는 시민들이다. 이들은 2017년 ‘제주학생인권조례TF’팀을 구성, 주체적으로 수집한 ‘학생 인권 침해 실태 자료’에 근거해 조례 제정의 필요성을 피력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올해 3월, 조례 제정 촉구에 동의하는 1000여명 시민의 서명을 고은실 의원에게 전달했고, 이는 7월 고 의원의 조례안 발의로 이어졌다.

반대 입장을 내비치는 쪽은 학부모, 종교단체 관련자, 교사(교원) 등이다. 이들은 제주학생인권조례안으로 인해 △교권의 추락 및 침해 △'동성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이뤄질 것 등을 우려하고 있다.

9월 23일 '제주학생인권조례안'에 대한 심사가 진행되던 제주도의회의 정문 앞, 조례 제정 찬성 측과 반대 측이 각각 피켓을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은 심사 시작 전, 오후 1시 30분경 모습이다. 심사는 오후 2시부터 시작됐다.

교육위는 이번 조례안 심사 자리에서 ‘교육청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에 찬반 논란이 심화되고, 조례 제정이 늦어진다는 내용의 비판을 쏟아냈다.

다만, 애초에 교육위로 접수된 조례 제정 촉구 청원을 교육청으로 이관시키는 등 책임을 교육청에만 전가한 교육위도 비판의 대상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 이에 대한 입장을 ‘제주학생인권조례TF’팀에 물었다. ‘제주학생인권조레TF팀’은 아래 내용의 공식 답변을 보내왔다.

“학생들이 인권침해 현실을 끝내 해결하고자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지난 3월, 학생인권조례 제정 촉구 청원을 교육위원회에 제출하였지만 이를 교육청으로 이전하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이 교육현장에서 마땅히 누려야할 기본권을 보장받도록 하는 조례인데 이를 제주 교육 현장의 안녕과 발전을 위해 존재하는 교육위원회가 이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데에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3년여 기간 지지부진하다 지난 7월 발의된 '제주학생인권조례안'. 제정을 앞두고 도의회 문턱에서 좌절되며, 그 향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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