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21:37 (금)
감귤열매솎기 작업장을 제공하자
감귤열매솎기 작업장을 제공하자
  • 문익순
  • 승인 2007.10.12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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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문익순 / 제주도 농업정책담당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지난여름은 아주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놓으시고  / 벌판에 바람을 놓아 주소서 /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릴케의「가을날」이다. 가을은 농부들이 땀 흘린 대가에 하늘이 오곡백과의 결실로 답하는 계절이다.

가을은 코발트빛 하늘아래 가련한 코스모스와 만추를 기약하는 은빛 억새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정녕 가을은 낭만의 계절이다. 초가을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의 들판에도 식물은 소생하고, 대파한 월동채소의 잎사귀도 연둣빛으로 넘실거린다. 위대한 지난여름 햇살 머금은 탐스런 감귤도 노랗게 익어간다.
 
그러나 결실의 계절, 낭만의 계절, 이 좋은 계절에 낭만을 노래할 수 없는 현실이 아쉽다. 제주의 생명산업이라고 일컬어지는 감귤 수확기를 앞둬 열매솎기에 진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소득의 전제조건은 고품질 감귤 생산이다. 간벌과 열매솎기를 잘 실천한 2006년산 감귤조수입은 6,600여억 원에 달했다.
지역경제의 버팀목인 감귤소득은 금년도 수마로 급감한 일반농업소득의 대체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재해응급복구에 연이어 감귤열매솎기에 행정력을 집주하는 것이다. 농가는 물론 생산자단체, 행정기관 등 모두 합심하여 꼭 실천해야 할 당면한 현안과제임에 틀림없다. 도(道)에서는 산하 공무원 절반씩 현지에 출장하여 감귤열매솎기를 독려하거나 직접 작업에 임하고 있다.
 
감귤열매솎기 추진을 위해 직접 과수원들을 돌아보면 열매솎기를 해야 할 포장은 지천으로 널려있다. 양적인 과잉과 저급품생산이 우려된다. 그런데 작업할 포장은 구하기 어렵다. 불량감귤을 솎아내어야 되는데 과수농가 의식이 너무 안일하고 무임승차의식이 팽배하여 그런지, 작업할 포장을 구하기가 어려운 이상한 현실이다.
 
작업을 해야 할 과원은 많은데 실천할 농가를 구하기 어려운 사실. 주객이 전도된 이 현실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마을 이장이나 유지들을 찾아가 작업할 과원을 구해주도록 심심부탁을 해야 하는 현실이 아이러니하다. 열매솎기 대상 농가를 구하기 어려워 궁여지책으로 이장이나 유지들이 자신의 밭을 작업장으로 제공하고 있다. 농가의 입장이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기는 하다.

일손부족, 소규모 농가의 영세성, 농가의 고령화와 부재지주 등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일손이 없으면 작업을 할 과원을 제공하면 된다. 해야 할 일은 하지 않으면서 고소득을 기대할 것인가. 무임승차 심리로 우연을 기대하며 성실하게 땀 흘린 농가에 피해를 줄 것인가. 성실한 노력 없이 고소득을 기대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과수농가들이여 열매솎기에 나서자. 일손이 없으면 작업할 과원이라도 제공하자. 고품질감귤생산의  고소득 창출은 당신을 위한 것이고 나아가 우리지역경제를 위하는 것이기에. 

                                                     <문익순/ 제주도 농업정책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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