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년 마을 주민이 일군 협재우체국, 폐국은 안 돼"
"51년 마을 주민이 일군 협재우체국, 폐국은 안 돼"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0.09.09 1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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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방우정청, '우체국 창구 합리화' 따른 행정예고 고시
협재우체국 → 우편취급국 전환하면, 사실상 폐국 절차 수순

협재 및 인근 주민, "주민 기부 체납으로 만들어진 우체국, 폐국 반대"
제주지방우정청이 제주시에 위치한 협재우체국을 사실상 폐국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내며, 9월 9일 전국집배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를 비롯한 협재 및 인근 마을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제주지방우정청이 제주시에 위치한 협재우체국을 사실상 폐국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내며, 전국집배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를 비롯한 협재 및 인근 마을 주민들이 반발에 나섰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 협재마을회, 금능마을회, 옹포마을회, 월령마을회, 월림 마을회, 상명마을회, 명월마을회, 한림읍 이장단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이들 단체는 9월 9일 정부제주지방합동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주민과 50여년을 함께한 협재우체국 폐국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제주지방우정청은 8월 18일 협재우체국, 서귀포예래동 우체국을 ‘우편취급국’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의 행정예고를 고시한 바 있다.

행정예고에 따르면, 제주지방우정청은 우편수지 적자 심화의 문제로 ‘우체국 창구망 합리화’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쉽게 말하면 적자가 심화되는 우체국을 폐지하고, 해당 업무를 법인 또는 개인에게 위탁해 기존의 우편서비스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때 우체국 금융 창구 업무는 자동화기기(ATM)를 설치해 대신한다.

이번 행정예고는 이러한 계획에 대해 유관기관, 단체, 주민 등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것으로, 의견서 제출 기한은 지난 9월 7일까지였다.

하지만 협재 주민 등 이들 단체는 제주지방우정청의 이러한 행정예고가 “우체국을 일방적으로 없애려는, 공공서비스 영역을 축소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먼저 김용국 전국집배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장은 “적자에 따른 협재우체국 폐국”이라는 제주지방우정청의 결정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우편은 적자지만, 우체국이 적자인 것이 아니”라며, “2015년부터 2019년 사이 전국 우체국 예금사업 경영수지 흑자는 총 1조5000억원”인 점을 밝혔다.

또 김 본부장은 “지난 한 해 전국 우체국 예금 이익이 2950억원, 전체 흑자는 1조원이 넘는다”며, “우편 적자 1115억원을 보전할 여력이 충분하다”라고 주장했다.

김덕종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장은 우체국 운영의 문제를 ‘사업성’에 치중해 바라보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체국이란 공공서비스 영역에 있는 기관으로, 정부는 모든 국민에게 편리한 우편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본부장은 협재우체국을 폐국하는 것은 “한림읍 주민들에 대한 서비스의 축소”라고 일축했다.

좌성훈 협재리 청년회장은 협재우체국이 없어질 경우,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지역 어르신”인 점을 강조했다. 그나마 인근에 있는 우체국이 한림우체국인데, 어르신들이 이를 이용하려면 버스를 타고 돌아가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 단체는 “주민 의사를 무시하는 협재우체국 폐국 계획을 지금 당장 철회하라”며, “우편 적자 핑계대고, 우편 공공성을 훼손하는 우체국 폐국 계획을 철회하라”고 강조했다.

회견을 마친 뒤, 이들은 이동명 제주지방우정청장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면담 시간을 가졌다.

협재우체국 폐지를 반대하는 주민 단체와 제주지방우정청 측 관계자 면담 모습.

이어진 면담에서 이들 단체가 “협재우체국 폐국 반대”에 대한 입장을 토로하자, 이 청장은 “우정사업본부도 오랜 시간 적자를 보며 유지해온 것은 사실이다. 동전의 양면이 있다면, 30년 이상 적자를 유지했고, 그만큼 많은 희생이 있었다”라며, 적자에 따른 본부의 어려움을 밝혔다.

이어 이 청장은 “저희는 (기존 우체국) 서비스 유지 방안을 고려하는 상황이고, 단지 현재 저희가 갖고 있는 많은 자원이나 이런 것들이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라며 협재우체국 폐국계획 철회 요구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좌)오종철 우성사업과장, (우)이동명 제주지방우정청장

또 이들 단체는 “협재우체국 폐국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전, 주변 마을 주민들을 만나 협의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결과를 내기 전에 지속적인 대화를 약속해달라”는 요청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이 청장은 “일정을 다시 보겠다”라고 답했다.

한편, 이날 면담 자리에서 오종철 우정사업과장이 “연말이 되면 (적자가) 3000억원 육박할 것으로 본다”며 “우체국 운영에 어려움이 상당히 많다. 도저히 우체국을 운영할 여력이 안 돼서 전국적으로 읍면(지역 우체국을) 감축하는 추세”라는 발언을 해 자리에서 다소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오 과장이 “제주도내 우체국에서 흑자 나는 우체국이 없다”라고 말하자, 협재우체국의 개국 당시부터 지금까지 역사를 함께했다는 장순찬 어르신은 “우정청을 빼고 전부 쓸어(없애)버릴건가”라고 말했다. 우정청의 경영 상 어려움을 왜 소수의 마을에서 감당해야 하는가, 타 시의 큰 우체국은 왜 대상이 아닌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협재우체국의 개국 순간을 마을에서 지켜보았다는 장순찬 어르신.

이에 면담이 끝난 뒤, 협재우체국 개국 당시 청년회장이던 좌창호(83) 어르신은 “협재우체국은 주민들이 땅을 무상으로 기부 체납하면서 만든 마을 우체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려웠던 시절, 주민들의 노력으로 세워진 마을 우체국을 일방적으로 없애면 안 된다며, 협재우체국은 그에게 추억이 깃든 소중한 장소임을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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