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5:54 (금)
“우리는 30년동안 환경 트라우마에 시달렸어요”
“우리는 30년동안 환경 트라우마에 시달렸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0.08.27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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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안중에 없는 기상레이더] <4>

명도암 마을 단위 아닌 봉개동 전체로 확산
자생단체·마을회 포함된 반대대책위원회 가동
“지역주민 편에 서겠다” 원 지사 답변 받아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기상청은 애초에 주민들은 안중에 없었다. 국세청 땅을 기상청 땅으로 만들고, 차근차근 공항기상레이더 사업을 추진했다. 앞선 기획에서 살펴봤듯이 기상청은 지난 5월에 ‘제주 공항기상레이더 구축을 위한 환경조사 및 실시계획 용역’ 입찰을 끝냈고, ‘제주 공항기상레이더 청사 신축사업 설계용역’은 6월에 마무리지었다.

기상청이 기상레이더를 구축하려는 그 땅엔 묘지가 있다. 기상청이 묘지 주인을 찾기 위해 수소문한 건 한달 전이다.

기상청이 추진하는 공항기상레이저 부지. 네이버 지도 캡쳐.
기상청이 추진하는 공항기상레이저 부지. /네이버 지도 캡쳐.

조남일 명도암마을회장은 “기상청 주무관 전화를 받았다. 묘 주인을 찾아 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왜 그러냐 물어봤더니 ‘기계 하나 갖다 놓을 뿐이라’고 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단순한 ‘기계 하나’가 아니라, 30m가 넘는 공항기상레이더였다. 이후 분주해졌다. 명도암마을은 운영위원회를 소집했고, 명도암마을로는 부족함을 느꼈다.

조남일 회장은 “우리 힘으로는 힘드니 봉개동 전체가 움직이는 게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사실 봉개동 주민들은 오랫동안 쓰레기매립장과 싸움을 해왔다. 특히 여름철이면 악취를 안고 산다. 이젠 거기에다 기상청의 공항기상레이더까지 들어올 태세였다.

봉개동 마을 사람들은 한 마을의 문제로 그쳐서는 안된다고 판단, 봉개동 주민 전체가 의견을 모으는 기구를 출범시켰다. 주민들의 의견은 “기상청 공항기상레이더 반대”였다. 주민들은 지난 13일 기상레이더반대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가동시켰다. 위원장은 봉개동주민자치위원회 홍성철 위원장이 맡기로 했다.

홍성철 위원장은 “봉개동은 청정지역이다. 22개 오름이 있다. 하지만 30년간 환경 피해를 입은 곳이다. 우린 환경에 대한 트라우마를 안고 산다. 또 이런 시설이 들어선다고 하니, 지역주민들은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다. 막막하다”며 대책위를 꾸린 이유를 설명했다.

홍성철 위원장은 “이것만큼은 절대 안된다. 지역주민들이 반대하는 시설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추진을 하더라도 결사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봉개동 15개 자생단체와 11개 마을회장이 참여하고 있다. 봉개동을 이루는 핵심인력이 모두 대책위에 들어 있다. 대책위는 행정과 이야기를 나누고, 제대로 되지 않을 때는 기자회견도 가지며 호소할 예정이다.

대책위의 양철우 부위원장은 “제주도에 필요한 시설이라면서 왜 마을에 들어오느냐. 또한 봉개동은 경관고도가 15m인데, 레이더는 32m라고 하니 더 이해가 안된다”면서 기상청의 레이더시설 추진에 대한 문제점을 꼬집었다.

지난주 꾸려진 대책위는 지난 24일 시설 반대 내용을 담은 공문을 기상청에 보냈으며, 태풍 ‘바비’가 지나가고 나서 원희룡 지사와의 면담도 가졌다. 대책위는 27일 원희룡 지사를 만나서 기상청의 기상레이더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원희룡 지사를 만나고 온 홍성철 위원장은 “행정에서도 지역주민 편에 서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지사와의 만남 결과를 설명했다.

조남일 명도암마을회장은 기상청레이더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도를 알 수 있는 이야기도 곁들였다. 기상청의 공항기상레이더 설치를 반대하는 플래카드에 대한 이야기였다.

조남일 회장은 “태풍이 오니 플래카드를 걷을 수밖에 없었다. 그걸 걷으니 마을 사람들이 ‘해결됐느냐’고 물을 정도였다”면서 마을 사람들에겐 기상청 레이더가 무척 민감한 문제임을 거듭 강조했다.

대책위는 앞으로 적극적인 행동을 하고, 실제 설치반대까지 이끌어낼 계획이다. 대책위는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기상청을 직접 방문하고, 행동으로도 보여준다는 구상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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