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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외고, 제주만의 '특별하고 행복한 일반고'를 모형으로"
"제주외고, 제주만의 '특별하고 행복한 일반고'를 모형으로"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0.08.06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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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교육공론화위원회, '제주외고 일반고 전환 모형' 공론화 전문가 토론회 개최

-<미디어제주> 김형훈 편집국장, "제주만의 독특한, 행복한 학교를 모형으로"
-대정고 정유훈 교사, "진정한 고교서열화 해소 위해 고교체제 고민 함께해야"
-제주외고 고창근 전 교장, "일반고 전환 시기 늦추고, 다양한 방안 모색해야"
8월 6일 열린 '제주외고 일반고 전환 모형' 설정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 현장.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교육부가 2025년까지 전국의 모든 외국어고등학교, 자율형사립고등학교, 국제고등학교를 일반고로 전환해 고교서열화를 해소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뒤, 제주외고의 일반고 전환 모형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이에 제주도교육청이 출범한 제주교육공론화위원회는 8월 6일 오후 1시 30분, 제주학생문화원 소극장에서 ‘제주외고 일반고 전환 모형’을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의 좌장은 강경식 전 도의원이 맡았고, 토론자로는 <미디어제주> 김형훈 편집국장과 고창근 전 제주외국어고등학교 교장, 정유훈 대정고등학교 교사가 참석해 각자의 의견을 내놨다.

김형훈 미디어제주 편집국장.

우선 <미디어제주> 김형훈 편집국장이 제시한 모형은 “제주외고 부지에 제주만의 독특하고, 아주 행복한 일반계 고등학교”를 만드는 방안이다.

먼저 김형훈 국장은 제주외고의 위치 선정과 관련, ‘동지역 이전 방안’에 부정적인 견해를 전했다.

김 국장은 “코로나19라는 특별한 상황이 올해 한 해 끝나는 것이 아니고, 또 올 수도 있다”면서 제주시 동지역에 학교를 하나 더 설립하기보다는, 지금의 자리에서 일반고로 전환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과밀한 동지역 학급당 학생 수 문제를 제주외고 이전으로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동지역 학생을 타 지역으로 분산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제주외고가 현재 위치에서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 노형이나 신제주권 학생들이 통학할 수 있는 거리에 속한다고 본다. 이에 제주외고가 동지역으로 이전하는 것보다, 지금 위치에서 일반고로 전환하는 모형이 미래를 위한 방안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그는 “학교는 최소한 걸어서 다니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갈 수 있어야 한다”면서, 현재 제주외고 가는 길에 △인도가 없는 점 △교통편이 불편한 점을 인식하고, 스쿨버스나 인도 확보 등의 해결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대정고 사례를 들며 제주외고의 학제와 관련된 방향성을 제시했다.

김 국장은 대정고에서 강연한 경험을 공유하며, “대정고가 (고교학점제 도입학교 혹은 제주형 자율학교의) 발전적인 모델임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대정고는 고교학점제와 흡사한 학제를 도입해 운영 중인 학교다. 그 성과가 뛰어나 교육부가 눈여겨보고, 연구 중인 학교이기도 하다.

대정고의 1~2학년은 120개 과목 중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수강할 수 있다. 3학년은 113개 중 선택이 가능하다. 물론, 그만큼 교사의 부담은 크다. 일각에서는 ‘교사의 열정을 갈아 넣어’ 유지 중인 시스템이라며,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하지만 일궈낸 성과만큼은 누구나 인정한다.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는 시스템이라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와 성과 또한 높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김 국장은 대정고뿐만 아니라, “서울, 경기도 여러 곳의 자율학교를 다녀왔는데, 정말 그런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고 싶다고 느꼈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는 ‘좋은 대학’이 기준이 아닌, “너는 행복한 삶을 누릴 가치가 충분해”라는 부모의 마음을 근거로 제주외고가 선택될 수 있도록. 그러한 방향으로 제주외고의 일반고 전환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정유훈 대정고등학교 교사.

김 국장이 언급한 대정고등학교의 정유훈 교사도 토론자로 나섰다.

정유훈 교사는 교육부가 지향하는 고교서열화 해소를 위해서는 좀 더 궁극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의 토론회가 제주외고의 일반고 전환 모형만을 다루고 있지만, 결국 이 또한 ‘고교서열화 해소’를 위한 교육부의 정책에 따른 결과이므로. 나무가 아닌, 숲을 보고 고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 교사는 “향후 제주도교육청이 평준화 지역의 고교체제 부분을 다시 고민해봤으면 좋겠다”면서 제주외고의 일반고 전환 문제를 통해 우리 사회가 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사안이 무엇인지를 시사했다.

끝으로 그는 “많은 아이를감정을 가르치며, 학생 진로에 대한 회의감을 느꼈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어떻게 고교과정에서 진로를 완벽하게 결정해서 (대학에) 입학할 수 있으며, (대입 시) 진로를 가정한 과목 선택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고교학점제는 ‘진로 선택’을 위한 것만이 아닌, “학생에게 많은 가능성을 주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과목을 선택해 듣게끔 하는 고교학점제의 목적을 다시 생각해보고, 그 주안점을 ‘여러 경험을 통한 진로 선택의 다양한 방향성 확보'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창근 전 제주외고 교장.

고창근 전 제주외고 교장은 “전 교육국장 역할도 했고, 제주외고 3년 6개월 교장 역할도 했기 때문에, 복잡미묘한 감정을 갖고 있다”면서 운을 뗐다.

그는 이번 제주도교육청의 ‘제주외고 일반고 전환 모형’을 위한 공론화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교육청이 제시한 A안과 B안. 그러니까 제주외고를 동지역으로 옮겨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안과 현재 위치에서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안 두 가지 모형만 다루고 있는 점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그는 “국가에서 볼 때, 일부 외고, 자사고, 특목고가 고교서열화의 주범인 것은 맞다”라고 말하면서도, “모든 (외고, 자사고, 특목고) 학교를 통틀어 (고교서열화의) 주범으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제주외고는 “순수하게 외국어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들어가는 학교”라며, 제주외고는 고교서열화의 주범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당초 교육부가 발표한 외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이 제주외고 현실을 잘 알지 못하고 획일화한 결과라는 것이다.

끝으로 그는 “학교를 현 위치에 유지해서 동문들이 전통을 계승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제주외고가 전기모집학교에서 후기모집학교로 전환되며, 일반고에 비해 누려온 특혜도 없어진 지금, “전환 시기를 늦추고,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것을 (교육청에) 요구한다”는 입장이다.

이어진 청중과의 질의응답 시간. 질의보다는 제주외고 학부모들이 개인의 의견을 개진하는 방향으로 토론이 진행됐다.

학부모들은 각자 다양한 견해를 전했다. 다만 공통된 입장을 정리하자면, 상당수가 제주외고의 동지역 이전을 반대하는 모양이다. 제주외고만의 특화된 외국어 과정, 외국어를 기반으로 한 인문학 과정도 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학부모 측이 강조하는 점은 “제주외고 학생들은 행복하다”라는 사실이다. 일부에서 말하는 귀족학교, 고교서열화를 심화시키는 학교가 아니라, 학생들이 원하는 공부를 하는 행복한 학교가 제주외고라는 것이다.

토론회를 정리하며, <미디어제주> 김형훈 국장은 이런 말을 했다.

“행복한 학교를 꾸리기 위해서는 학부모, 학생, 교사가 행복해야 합니다. 이미 (제주외고 학생들과 학부모분들은) 행복한 것을 모두 갖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이 행복을 숙의 과정을 거쳐 싸우지 않고, 정말 숙론으로 만들어내는 제주도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제주교육공론화위원회는 오는 22일 ‘도민참여단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번 전문가 토론회 내용은 참가자들에게 숙의 자료로 제공된다.
도민참여단 토론회를 끝으로 제주교육공론화위원회는 공론화 과정에서 나온 의견을 취합, 9월 중 최종 권고안을 작성,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에게 제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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