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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계획부터 '주먹구구식'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계획부터 '주먹구구식'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0.07.31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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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역행하는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 사업 ⑦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 당초 계획은 '전액 국비로'
제주도, 기본계획 무시하고 다음해 '전액 도비' 사업 추진
제10대 도의회 현우범 의원, '주먹구구식 기본계획' 지적

*기사 전문을 모두 읽을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을 위해, '3줄 요약'을 기사 하단에 첨부했습니다. 
바쁜 분들은 스크롤을 내려 '3줄 요약'을 읽어주세요.

*기사에 앞서,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사업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아래 기사를 참고하세요.
<미디어제주> 2019.4.29 일자 기사 “아이들 놀이터 빼앗는 거대 도로, 꼭 필요한가요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행정이 어떤 사업을 집행할 때 지침으로 삼는 ‘나침반’이 고장 난 상태라고 가정해 보자. 이 사업이 과연 제대로, 잘 집행될 수 있을까.

갑자기 나침반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있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의 근거가 된 ‘제2차 제주특별자치도 도로정비 기본계획(2011~2020)’이 사실은 흔들리는 초점을 가진 나침반이자, "주먹구구식" 지침서였다는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2014년 제10대 제주도의회 회의록을 통해 찾아볼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각 지자체는 도로법 제22조에 따라 10년 단위의 ‘도로정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에 제주도는 지난 2013년 5월 ‘제2차 제주특별자치도 도로정비 기본계획’을 발표하게 된다. 연구의 시간 범위는 2012년을 기준으로 2020년까지를 목표로 한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을 기준으로 본다면, 이 기본계획은 사업의 모태이자 근거가 되는 지침서가 된다. 이는 제주도가 밝힌 사업 추진 경위에도 잘 드러나 있다. 아래를 참고하자.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 추진경위>

1965. 3. 4 도시계획 결정

2013. 5. 24 제2차 제주특별자치도 도로정비 기본계획 반영

2013. 9. 3. 지방도 노선인정

2014. 6 ~ 편입토지 보상 추진 (지방비 투입 시작)

2016. 8. 지방재정 투자심사(445억원)

2017. 5. 17. 실시설계 용역 착수

            (중략)

2020. 3. 25. 실시계획 및 도로구역 결정 열람공고 (실시계획 인가 사항 기재)

2020. 6. 3 제주도 > 영산강유역환경청에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협의 요청 접수

2020. 6. 5. 도시계획시설(도로) 실시계획 작성 고시

2020. 7. 17 영산강유역환경청 > 제주도에 협의 사실 전달 (조건부 동의)

사업 추진 경위를 보면, 제주도는 '도로정비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방도 노선’ 인정 사실을 고시한다. 이곳에 도로(지방도)를 만들 거라는 일종의 선언을 '지방도 노선 인정'으로 한 셈이다. 

그리고 이듬해에는 편입토지 보상에 지방비를 투입하며, 사업을 본격 추진하게 된다.

여기서 잠시 멈추고, 사업이 가시화되기 전으로 돌아가보자. 2010년 10월 22일, 제9대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가 열린 날이다.

당시 회의록을 살피면, 의미 있는 발언 몇 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 계획이 "전혀 없다"면서, 사업 추진의 어려움을 토로한 행정의 발언이다.

<2010년 10월 22일, 제9대 제주도의회의 환경도시위원회 회의록 중 발췌>

한영호 위원: 그런데 지금 이것에 대해서 도로개설 계획이 전혀 없는 거죠?

서귀포시환경도시건설국장 현병휴: 도로개설 계획이 전혀 없습니다.

한영호 위원: 언제 도시계획도로로 지정되었죠?

서귀포시환경도시건설국장 현병휴: ’65년도에 됐습니다.

한영호 위원: ’65년도에 도시계획도로로 지정되어서 지금까지 엄청나게 재산권에 대한 침해를 한 거죠?

서귀포시환경도시건설국장 현병휴: 예, 맞습니다.

한영호 위원: 지금까지 전혀 개설계획이 없다, 좀 너무한 거 아닙니까?

서귀포시환경도시건설국장 현병휴: 지금 현재는 그렇습니다마는 2004년 전에는 계획이 있었습니다. 추진할 계획이 있었는데, 2004년에 도로분 지방양여금법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중앙정부에서 50% 지원을 해 주면서 점차적으로 했는데 2004년을 끝으로 지방양여금법이 폐지됨에 따라서 중앙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추진을 못 했습니다.

위 발언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정리해보면,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은 2010년 10월 당시만 해도 추진 계획이 전혀 없었다. 이는 법 개정으로 중앙정부 예산 지원이 끊겼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당시 도의회는 검토보고서를 통해 “본 도시계획도로 개설사업을 지방비로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므로 특별교부세 등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여 시행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책정된 사업비는 600억여원 수준. 현재(1237억원)의 절반이 채 안되는 규모지만, 제주도 재정상 지방비로 추진하기 버거운 규모라는 사실을 행정은 피력하고 있다. 이에 도의회는 행정(제주도와 서귀포시)의 입장을 수용해 아래와 같은 결론을 내린다.

2010.10.22. 제275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 환경도시위원회 제2차 회의
'서귀포시 대로1류 4호선 도시계획도로 개설요구 진정' 검토보고서 내용.

이처럼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서, 도로를 개설하라"는 도의회 의견에도 불구, 한동안 사업은 진척되지 못한다. 그리고 2년 반 가량 시간이 흘러 2013년 5월 24일, 제주도는 ‘제2차 제주특별자치도 도로정비 기본계획’을 발표한다. 이것이 기사 서두에서 언급한 ‘제주도의 도로사업을 위한 나침반’, 지침서다.

이 기본계획에 따르면,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은 ‘신규 노선 검토 구간’에 해당된다. 사업 구간은 4.2km(삼성여고~서귀포여중)로, 지금 계획과 동일하다.

문제는 ‘연차별 도로사업 투자실적 및 계획’에 대한 내용이다. 계획대로라면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은 전액 국비로 진행했어야 한다. 아래 표를 참고하자.

제주도가 2013년 5월 발표한 ‘제2차 제주특별자치도 도로정비 기본계획’.
'연차별 도로사업 투자실적 및 계획'을 통해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의 총 사업비를 국비로 확보하겠다 밝히고 있다.

이처럼 제주도는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사업을 전액 국비로 진행할 계획을 수립했다. 2016년 83억7000만원, 2017년 167억3900만원, 2018년 251억800만원, 2019년 251억800만원, 2020년 83억7000만원으로 총 836억9500만원 국비를 끌어오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계획은 틀어진다. 제주도는 기본계획을 발표한 다음해부터, 지방비(도비)를 투입하기 시작했다.

제주도가 밝힌 바에 따르면, 2014년 20억원으로 시작해 2019년까지 293억원의 예산이 사업에 투입됐다. 2020년 투자 예산은 30억원이며, 향후 122억원을 마저 투입해 1.5km 도로공사에 총 445억원 사업비를 집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제주도가 기본계획과 달리, 국비가 아닌 지방비를 투입한 사실은 과거 제주도의회를 통해 지적되기도 했다.

2014년 11월 7일 열린 제10대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회의록을 참고하자.

<2014년 11월 7일, 제10대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회의록 중 발췌>

현우범 위원: 이 1호선(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의 재원은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건설과장 임성수: 국비로 돼 있습니다.

현우범 위원: 국비로 돼 있죠?

건설과장 임성수: 그렇습니다.

현우범 위원: 지금 현재 이 도로가 어떻게 되고 있어요? 금년도에 사업을 진행 중에 있죠?

건설과장 임성수: 용지 보상을 하고 있습니다, 일부에 대해서.

현우범 위원: (현재 사업의) 재원이 어떻습니까?

건설과장 임성수: 지방비입니다.

현우범 위원: 작년에 계획을 이렇게 세웠는데 국비로 하겠다고 생각을 하고 9순위거든요. 앞의 1, 2, 3, 4…… 8순위까지 도로가 다 계획이 돼서 사업비 집행이 끝났습니까?

건설과장 임성수: 아닙니다. 지금 진행 중입니다.

현우범 위원: 작년에 (도로정비 기본)계획을 세운 거거든요. 그런데 왜 9순위 사업이 먼저 가고 재원도 국비를 하겠다고 해 놓고 지방비로 하고 있죠?
(중략)
도로개설 순위가 다 작년에 정해졌거든요. 앞의 순위를 다 무시하고 아홉 번째 순위에 있는 것을 우선하고 있는 부분이 문제가 있고, 재원을 국비로 하겠다고 해 놓고 지방비로 하는 부분이 문제가 있다는 얘기예요.

정리하자면, 당시 현우범 의원은 '제주도 도로정비 기본계획'과 다르게 시행된 두 가지 사항을 문제로 삼았다. 아래 항목이다.

-기본계획에 따라 ‘전액 국비’로 진행되어야 하는 사업을 ‘지방비’로 집행한 것.
-투자우선순위 9위 사업을 상위 순위 사업보다 먼저 추진(예산 투입)한 것.

끝으로 이날 회의에서 현 의원은 “작년 5월 달에 이 계획을 만들어 놓고 금년에 이렇게 한다는 것은 기본계획이 주먹구구식으로 흔들렸다는 얘기예요. 인정하시죠?”라고 물었다.

임 건설과장은 “예, 그 부분은….”이라고 답했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의 근거가 되는 계획이 “주먹구구식”으로 “흔들"린 계획이었음을 도의원이 지적했고, 사업 시행 주체인 제주도가 이를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3줄 요약>

제주도가 세운 '도로정비 기본계획'에 따르면,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은 '전액 국비'로 진행할 '우선순위 9위' 사업이었음.

기본계획 발표하고 바로 다음해, 제주도는 국비 아닌 '지방비' 투입. 사업 우선순위도 무시.

제10대 제주도의회 현우범 의원, "기본계획이 주먹구구식"이라며 문제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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