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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놀 공간과 놀 시간을 주자고요”
“아이들에게 놀 공간과 놀 시간을 주자고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0.07.22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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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놀 권리를] <1> 놀이에 대한 생각들

아이들은 잘 놀아야 한다. 어른들은 그걸 잘 알지만 제대로 실천을 하고 있을까. 교육당국은 ‘어린이 놀이헌장’을 만들고, 아이들의 ‘놀 권리’를 강조하지만 그걸 체감하는 비율은 높을까? 그나마 다행인 건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놀이를 진지하게 바라본다는 점이다. 유치원 실외 놀이터 설비기준을 바꾸고, 유아체험교육원 조성도 준비중이다. <미디어제주>는 그동안 놀이에 대한 관심을 퍼뜨리는데 중점을 둬왔다. 올해도 관련 기획물을 통해 놀이를 다시 생각하고, 어떤 놀이환경이 아이들에게 바람직한지 살펴볼 계획이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과 함께 ‘아이들에게 놀 권리를’이라는 주제로 놀이를 진지하게 탐구, 제주에 맞는 놀이환경을 구축하려 한다. [편집자 주]

 

자연과 놀이, 독서와 함께 성장하는 토대를 만들어 스스로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찾는 교육을 실현하겠습니다. 기후변화 등을 반영한 환경과 생태교육, 4차 산업 혁명 시대와 만나는 AI 등 정보 교육을 본격 시행해 나가겠습니다. 전국 최초로 유치원 실외 놀이터 설비기준을 개정하였습니다. 획일화되고 복제됐던 기존의 놀이터를 벗어나, 제주의 자연과 다양한 놀이 속에서 아이들이 함께 성장하는 놀이터를 만들겠습니다. 이러한 방향성을 담아 구 회천분교를 제주의 자연과 생태 체험 중심의 유아체험교육원으로 조성하겠습니다.”  (이석문 교육감 취임 2주년 기자회견문 중)

지난 7월 1일. 이석문 교육감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하며 ‘놀이’를 강조했다. 어디를 가든지 똑같은 놀이시설이 아닌, 그와 다른 놀이를 천명했다. 기존과 다른 놀이는 기자회견문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획일화되지 않은, 다양한 놀이임을 알게 된다. 그런 장치로는 ‘자연’과 ‘생태’라는 점을 읽을 수 있다. 옛 회천분교에 들어설 ‘유아체험교육원’이 그런 모습을 하리라는 걸 기자회견문을 통해 알 수 있다.

놀이를 이야기하는 책들. 미디어제주
놀이를 이야기하는 책들. ⓒ미디어제주

앞으로 만날 유아체험교육원은 대체 어떤 모습일까. 자못 궁금하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자연을 품은 그런 놀이공간이면 더 없이 좋지 않을까. 그런데 왜 그런 공간이 필요한지에 대한 공감대가 우선이다. 노는 것에 대한 부담을 지닌 어른들이 적잖고, 이는 곧 아이들의 놀이도 제한하게 만든다. 그런 인식을 깨는 게 우선이다.

놀이가 왜 중요한지를 알아보기 위해 놀이를 말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자칭 놀이 전문가라고 하는 이들의 말을 통해, 그들이 내놓은 저서를 통해 놀이의 가치를 새삼 따져보련다.

 

수전 솔로몬 "놀이터는 피난처이다"

놀이터는 ‘피난처’이다. 피난은 재해를 피해서 안전한 장소로 옮기는 걸 말한다. 피난처는 광란의 전쟁터에서도 안전할 수 있고, 폭풍우가 불어닥쳐도 문제가 없는 곳이다. 놀이터가 과연 그런 곳일까. 수전 솔로먼은 자신의 저서 <놀이의 과학>을 통해 놀이터는 곧 피난처임을 강조한다.

놀이터는 저평가된 자원이다. 이제라도 생각을 바꿔 놀이터를 없어서는 안 될 공동체 공간으로 바라봐야 한다. 아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아이들의 전반적인 행복을 고양하는 활동은 무엇인지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면 피난처 역할을 해주는 놀이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더 큰 도시 풍경 안에 이음새 없이 쏙 들어가는 안전하고, 따스하고, 용기를 주고, 친숙한 환경을.”  (수전 솔로먼의 ‘놀이의 과학’ 중에서)

수전 솔로먼은 미국에서 태어났는데, 정작 자신이 태어난 곳의 놀이 장소는 엉망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만들어진 놀이터, 안전만 생각하는 놀이터,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없는 놀이터에 대한 불만이라고 보면 된다.

수전 솔로먼은 오히려 어느 정도의 위험이 있고, 그걸 통해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고,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내는 그런 공간을 원했다. 그는 몸이 안전한 놀이보다는 마음이 안전한 놀이가 되어야 함을 역설했다. ‘피난’은 정서적으로 위안을 받아야 하는데, 그게 바로 피난처로서의 놀이터이다.

 

편해문 "놀이는 밥이다"

놀이를 ‘밥’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 가운데는 아마도 이 사람이 놀이에 가장 많이 노출된 어른이리라. 바로 편해문씨이다. 그는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라는 책으로 놀이를 이야기한다. 그 외에도 놀이와 관련된 책을 많이 내놓았다. 그래도 놀이를 ‘밥’이라고 하는데 더 꽂힌다. 밥은 생명이다. 밥이 없으면 인간은 소멸된다.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아이를 부모의 기획으로 키울 수 있다는 극악한 생각일랑 거두시라. 아이들은 당신의 기획물이 아니다. 아직 사랑이 남아 있는 부모와 교사라면 지금 아이들에게 자유와 놀이와 해방을 줄 것이다. 당장 어렵다면 아이들을 그냥 좀 놔두기라도 하자. 그리고 당신 한가운데 있는 노는 마음또한 풀어주고 아이들과 함께 놀 궁리를 좀 더 하자. 이것저것 남들이 아이들한테 좋다고 목을 내는 헛소리들을 뿌리치고 아이들 놀이 밥이나 꼬박꼬박 챙겨 먹이자.”  (편해문의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중에서)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내려왔다. 어른들도 뻔히 그걸 알면서도 묵살한다. 편해문의 말처럼 어른들은 아이들을 ‘하나의 개체’로 보기보다는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곤 한다. 그러기 때문에 아이들은 고통받는다. 놀이는 만들어진 게 아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놀이는 ‘밥’이 되고 ‘살’이 된다.

 

김민아 "놀이는 인권이다"

놀이는 ‘인권’도 된다. 아이들은 놀아야 하는데, 놀지 못하게 만들면 어떻게 될까. 반대로 일만 죽어라 하는 어른은 인권 탄압을 받는 건 아닐까. 세계인권선언을 들여다보면 모든 사람은 휴식하고, 여가를 즐길 권리가 있는데 말이다.

언제부턴가 아이들이 잔인한 폭력의 가해자로 등장하는 뉴스가 넘쳐난다. 어떤 아이들의 가해 양상은 어른들의 그것을 뛰어넘기도 한다. 중재자나 교육자를 자처하는 이들은 사라졌고, 누구도 이 이아들을 돌보려 하지 않는다. 되레 문제아들을 학교 밖으로 간단히 밀어낸다. 아이들은 세상을 등지거나, 세상을 향해 독기를 품었다. ‘만약 아이들이 병들었다면 아이들이 마음껏 놀지 못한 것에 대한 복수라는 에리히 프롬의 말처럼 한 아이가 지금 잔인하다면 그는 지금 마음껏 놀지 못한 혹은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한 복수를 세상에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김민아 등 ‘놀이가 아이를 바꾼다’ 중에서)

아이들은 놀아야 하는데, 그 권리를 박탈하는 건 누구일까. 세계인권선언에 반하는 일인데, 그건 부모들이 저지르는 것인지, 사회가 그러는 것일까. 어른들은 건강한 놀이를 해왔을텐데, 지금은 그런 감각을 잊어버린채 아이들의 놀 권리를 제약하고 있는 건 아닐까.

놀이를 감히 ‘공부’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수년째 놀이 기획을 해오고 있는 기자가 여기에 포함된다. <놀아야 공부다>라는 책도 두 편 내놓았다. ‘놀아야 공부다’는 맞는 말은 아니다. ‘놀이가 공부다’라고 표현해야 맞을 터이지만, “놀아야”라고 한 의도는 있다. 앞서 여러 사람들이 놀이에 대한 이야기를 했듯이,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을 놀리는데 인색하기야 ‘놀게 하라’는 의미에서 “놀아야”라고 달았다.

조금만 달리면 바다와 숲이 펼쳐지는 천혜의 자연환경 제주 섬의 아이들이, 조합놀이대의 계단을 올라 경사면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오는 행위만을 무한 반복하는 것은 너무 안타깝지 아니한가.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이고, 미래 인재의 특징은 자기주도적인 탐색이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 이제 함께 논의해보자. 우리는 아이들의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과 활기차고 씩씩한 웃음을 안겨주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김형훈·문정임 공저 ‘놀아야 공부다-두번째 이야기’ 중에서)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배우게 마련이다. 아이들은 무엇을 놀아야 할지를 놀면서 배운다. 놀이를 스스로 만들어낸다. 놀아야 공부가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어른들이 할 일은 “이게 놀이이다”고 말할 게 아니라, 마음껏 놀 공간과 시간을 아이들에게 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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