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도민회의 측 제기한 의혹에 국토부, "전문가 판단에 따른 것"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혹시나 했는데 역시였다. 이날도 국토부는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타당성 재조사를 해보니 ‘결과가 일단 전문가적 판단에 따라서 적정하게 이뤄졌다’, 그래서 ‘원점 재검토는 할 필요가 없다’라는 결론이 내려졌었습니다. 다만, 사타보고서를 작성할 때. 최종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중간 과정을 좀 삭제를 하거나. 또는 전문가적 판단 근거를 뺀다던가. 다소 오타가 있다던가. 계산 오류가 있다던가. 하는 부분이 많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7월 17일 열린 ‘제주 제2공항 관련 쟁점해소, 3차 공개연속토론회’에서 나온 국토부 김태병 국장의 발언이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전문가들의 판단에 따라서 이 (제2공항 입지 선정에 대한) 부분은 결정되는 부분이지. 이게 예를 들어, 다 결과가 나온 상태에서 ‘전문가의 판단을 뒤집는 식에 대한 자료를 정부에서 내놔라’ 하는 부분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날 토론회의 쟁점은 ‘입지선정의 적절성’. 제주 제2공항 예정지로 성산이 최종 결정됨에 따라, 선정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공정성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눠보는 시간이었다.
사회자로는 이선우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와 서정철 한국갈등학회 이사가, 토론자로는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이하 ‘비상도민회의’)의 측에서 각각 2명이 참석해 자리했다.
그동안 비상도민회의는 “국토부의 입지선정 평가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오랫동안 관련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에 ‘쟁점해소’를 위해 열린 이번 3차 토론회는 ‘공항 입지로 성산 지역이 결정되기까지’ 과정을 조목조목 살펴보고, 양측의 입장을 들어보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토론회 내용은 상당히 아쉬웠다. 양측의 다양한 의견이 오갔지만, 정작 중요한 ‘입지선정의 적절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비상도민회의 측 주장에 국토부가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토부의 해명 상당 부분이 “전문가 의견에 따라 결정된 사안이니 수용해야 한다”라는 결론으로 귀결하고 있었다.
먼저 비상도민회의에서 제기한 문제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제주 제2공항 입지 선정과 관련된 문제점>
-주민 협의나 동의를 구하는 절차도 없이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입지를 선정한 점
-오름, 철새도래지, 동굴, 숨골 등 제주의 중요 자원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은 점
-오름의 경우 성산을 포함한 최종 후보지 4곳 모두 절취해야 하는 문제가 있는데, 환경성 평가에 반영되지 않은 점
-기상 평가 시 바람과 안개 일수만 평가해 태풍, 폭설, 폭우 등 제주의 주요 결항요인을 반영하지 않은 점, 성산의 경우 연평균 안개일수가 17일인데 12일로 잘못 표기한 점
-소음, 환경성, 장애물(오름 절취 등) 등 모든 요건에서 최적인 신도 해안 지역을 공항 후보지에서 배제한 점
-정석 후보지 평가에서 공역, 기상, 환경성, 공공지원시설 부문에 오류가 있는 점
이날 특히 오랫동안 거론된 주제 중 하나는 ‘신도2 후보지’와 관련된 의혹이었다.
비상도민회의 측 자료를 보면, 공항 후보지로 거론된 신도2의 위치가 평가 도중 이동된 것을 알 수 있다. 아래 사진을 참고하자.

신도2 후보지의 위치가 평가 도중 이동하며, 환경성 점수가 크게 하락해 최종 공항 후보지에서 탈락했다는 설명이다.
사진을 보면, 당초 공항 후보지로 거론된 신도2의 위치는 녹남봉과 접촉하지 않는 파란 선 범위였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공항 후보지에 대한 국토부의 평가 조사 도중 신도2의 위치가 이동하게 된다.
이동한 신도2 후보지 위치는 녹남봉을 포함하는 범위(검은 선)이며, 이곳에 공항이 건설될 경우 녹남봉을 아예 제거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신도2 후보지의 환경성 점수가 크게 하락해 공항후보에서 탈락했다는 것이 비상도민회의 측 주장이다.

소음 평가와 관련해서도 문제가 지적됐다. 당초 신도2 후보지는 대정농공단지가 위치한 지역으로, 사람이 거주하는 가구 수가 적은 지역에 속한다. 하지만 국토부는 “고산리, 대정읍 간섭으로 최소 1500가구 이상 (소음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위치 이동 전의 신도2 후보지라도 소음 측면에서 불리하다는 해명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박찬식 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은 “국토부가 제시한 ‘1500가구’에 대한 추정 사실에 근거가 없다”면서, 국토부 측에 구체적인 근거자료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 박찬식 실장은 “작년 5월에 (관련된 문제 제기에 대해 국토부가) 내부 검토 중이라는 문건이 있었다”면서, “1년이 지났는데, 아직까지도 여기에 대해 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사실 최적의 후보지가 신도 일대에 존재한다”며, 신도 해안가 후보지를 거론했다. 가구 수가 적고, 오름 절취와 같은 환경 문제도 우려할 필요가 없는 신도 해안가 지역이 있는데, 공항 후보지에 포함시키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점을 들며 박 실장은 “이 입지 선정에는 중대한 결함이 있고, 무효이며, 그러므로 성산 제2공항 건설은 취소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의 김태병 국장은 “너무 해안가에 근접하면, (공항) 울타리를 설치할 수가 없다”면서 비상도민회의 측이 제시한 ‘신도 해안가 후보지’가 성산 후보지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입지 선정 과정의 오류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신도2 후보지’ 이야기가 오래 거론되자, “제2공항을 신도 지역으로 옮기라는 것이냐”라며 불만을 표출하는 공항 찬성 측 도민도 있었다.
이러한 주장에 문상빈 제주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제2공항을 성산에서 신도 지역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입지 선정 절차와 과정에서 중대한 오류가 발생한 사실’에 따라 제2공항 건설사업 자체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다양한 오류 중에서 신도2 후보지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문상빈 대표는 “왜 오름(녹남봉)에 걸리는 위치로 (신도2 후보지를 옮겨) 배치했냐”면서 “신도에 공항을 짓자는 말은 절대 아니다. 신도에서 성산으로 (공항 후보지를) 옮기려면, 적절한 기준과 평가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는 것”이 문제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러한 제2공항 건설 반대 측의 의혹 제기에 국토부의 김태병 국장은 “성산 공항은 전문가들이 1~3단계로 나눠서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평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
이날 각종 의혹과 관련해 해명에 나선 김 국장은 "전문가적 판단"이라는 표현을 유난히 자주 사용했다. 이에 따라 그의 해명 상당 부분은 “전문가적 판단에 의한 결정이다"라는 의미로 귀결되고 있었다.
“신도2 후보지가 녹남봉을 포괄하는 지역으로 수정되기 전, 녹남봉과 맞닿지 않은 당초 후보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최종 공항 후보지 결과가 어떻게 되는가”를 묻는 핵심 질문에도 김 국장은 “전문가들이 최적화해서 거기에 맞춰 평가한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또 김 국장은 김해신공항 사업 당시에도 여러 문제가 제기되었는데, “내부 전문가들의 판단이라고 해서 그 뒤로 조용해졌다”면서 “(제주제2공항 사전타당성 조사를 통해 진행한) 1~3단계 방법론은 전문가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나하나 왜 이렇게 했냐고 하면, 답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전문가의 판단을 전적으로 믿고 따라야 한다는 취지의 답을 하기도 했다. 해소되지 않은 의혹이 있음에도 말이다.
석연치 않은 국토부 측 해명에 비상도민회의 측은 ‘구체적인 수치와 사실을 기반으로 한 해명’을 요구했지만, 이날 토론회에서는 답을 얻을 수 없었다.

한편, 이번 토론회에서는 다소 황당(?)한 질문도 나왔다.
제2공항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을 맡은 ㈜유신엔지니어링 측의 오정훈 상무는 비상도민회의 측에 이런 질문을 했다. “숨골 (등 환경 문제에 대한) 대책이 수립될 경우, 성산 후보지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이에 문상빈 대표는 “대책이 없지 않느냐”면서, 대책부터 수립한 뒤 다시 질문을 달라고 요구했다.
문 대표는 해당 질문에 “철새 도래지 다 없앨 거잖아요, 숨골 다 메울 거잖아요, (환경 보전에 대한 대책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저희가 무슨 평가를 합니까”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에 박찬식 실장은 “철새도래지, 숨골 이런 부분은 아예 평가 항목에 들어있지 않았다”며 “항공 안전에도 중요하고, 제주도의 중요한 자원이기도 한데. 입지 선정할 때 아예 평가 기준에 넣지도 않았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제주 제2공항 쟁점해소를 위한 공개연속토론회의 마지막 일정은 오는 24일, 제주KBS를 통해 약 2시간 송출될 예정이다.
“제주에는 오름 368개가 있다. 오름이 너무 많고, 경사도가 있어 공항 부지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신도의 경우 가시오름이나 모슬봉 절취 등 문제가 있어 성산에 밀렸다. 반대 측 말대로 당초 신도 입지에 활주로 방향을 해안가로 내면 수월봉이 저촉돼 절취해야 한다. 수월봉은 지질공원으로서 보전 가치가 높아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정책관은 비상도민회의가 신도 후보지를 거론하는 것에 대해 "기준 맞춰 설치해 봤더니 수월봉에 걸리게 된다"며 "(신도리 활주로를 위해)가시오름과 모슬봉을 제거하는 것이 맞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