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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 총괄건축가와 공공건축가 제도
제주특별자치도 총괄건축가와 공공건축가 제도
  • 미디어제주
  • 승인 2020.07.0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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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건축 [2020년 2월호] 이슈

경상북도 영주시. 경상북도 북부에 위치한 인구 10만 6천여명의 작은 도시이다. 중앙선, 영동선, 경북선이 교차하는 철도 교통의 중심지라는 특색이 있던 영주시는 2009년 전국 최초로 공공건축가 제도를 시행하였고 그 결과 사례가 발표되면서 각광을 받는 도시가 되었다.

2007년 건축기본법이 제정되면서 ‘민간전문가’ 제도가 도입되었고 2009년 영주시를 시작으로 총괄건축가·공공건축가 제도가 시작되었다. 서울시는 2012년 공공건축가가 최초로 위촉되었고 2014년 제1대 승효상 총괄건축가(현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를 위촉하면서 매년 약 100여 명의 공공건축가(현재 8기), 제3대 김승회 총괄건축가가 활동을 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2곳(서울, 영주)에 불과하였으나,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이하 국건위)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급속히 증가하여 부산시 등 현재 30여개 시·도 및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거나 준비 중에 있다. 이에 제주에서도 지난해 제주의 공공건축과 도시의 품격향상을 위해 총괄 및 공공건축가제도를 도입·시행을 위한 TF팀을 가동해 왔고, 그 결과 12월 5일 초대 총괄건축가로 서울시 공공건축가와 건축정책위원 등을 역임한 김용미 건축사가 위촉되었다.

총괄건축가 제도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하기 어려운 지방 공무원과 건축사를 대상으로 총괄건축가 제도를 알리고 우수한 성과를 공유하는 의미있는 자리가 제주에서도 마련되었다. 2019년 11월 1일 충청권(대전)을 시작으로 영남권(대구), 수도권(서울), 호남권(광주)에 이어 5번째로 제주권(제주) 설명회가 2019년 12월 20일 정부제주지방합동청사 1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권역별 설명회는 공공건축 혁신의 주체인 공무원과 건축사를 대상으로 4명의 발표자의 발표와 질의응답으로 2시간 가량 진행되었다. AURI(건축도시공간연구소) 심경미 박사는 ‘민간전문가 제도 운영 가이드라인 및 총괄건축가 지원사업 안내’를 발표하였고, 국건위 조관우 사무관은 ‘공공건축 디자인 개선방안 소개 등’을 발표하였다. 이어지는 발표에서는 영주시와 서울시의 사례를 들을 수 있었다. 조준배 전 영주시 총괄건축가는 ‘영주총괄건축가 운영 현황 및 성과’를, 서울시 도시공간개선단 팀장은 ‘서울총괄건축가 운영 현황 및 성과’를 소개하였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해 총괄건축가 선정에 이어 2020년 1월 3일 34인의 공공건축가를 선발하는 ‘제주특별자치도 공공건축가 공개 모집’을 공고했다. 공개모집의 일환으로 공공건축가 제도에 대한 총괄적인 설명 및 운영사례 등 새로운 제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적극적인 참여 유도를 위해 ‘공공건축가 제도 설명회’를 2020년 1월 10일 제주특별자치도 농어업인회관 대강당에서 개최하였다. 서울시 김태형 도시개선단장은 ‘서울시 공공건축가 제도 성과 및 역할’에 관한 내용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김용미 제주특별자치도 총괄건축가의 ‘제주 공공건축가 역할과 운영계획(안)’을 설명하고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설명회에서 김용미 총괄건축가는 크게 4가지의 공공건축가 운영계획을 구상하고 있다고 하였다. 사업 발굴 및 정부지자체 공모사업 지원을 위한 ‘기획 역할’, 도시와 조경, 도시재생을 아우르는 ‘마스터플랜 자문 역할’. ‘사업별 PA 추천 및 자문 위원회 역할’을 공공건축가가 담당하고자 계획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강조한 부분은 제주를 권역별로 나누어 제주 마을을 분석하고 그 속에서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 시킬 수 있는 ‘공간복지 사업 방향을 발굴하는 역할’이라고 하였다.

 

[인터뷰] 김용미 총괄건축가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처음 시행되는 제도로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자 김용미 총괄건축가와 인터뷰를 하였다. 김용미 총괄건축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공공건축가 제도를 조금 더 이해하고 그 역할을 통해 제주특별자치도의 공공 건축에 대한 변화의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 지난 12월 제주특별자치도 초대 총괄건축가로 위촉되셨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리고, 간단한 인사 말씀 부탁합니다.

제주를 위해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지금처럼 생겨서 정말 영광스럽고 기쁩니다. 오래전부터 연결되어 왔던 그 곳에 다시 돌아온 느낌이고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입니다. 오로지 제주건축계의 좋은 풍토를 만들어내기 위해 그동안 있었던 폐단들을 극복하고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제 소망입니다.

김용미 제주특별자치도 총괄건축가. 제주특별자치도건축사회
김용미 제주특별자치도 총괄건축가. ⓒ제주특별자치도건축사회

- 김용미 총괄건축가께서는 제주와 아주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주와의 인연을 소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주사람들이 항상 하는 얘기 중에 ‘입도 몇 대 손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입도 18대, 아버지(김한섭 교수-동문시장, 구 남제주군청사, 제주교육대학 본관 등 설계)가 17대입니다.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는 제주에서 배를 만드는 목수 일을 하셨다고 합니다. 오빠인 김홍식 교수(명지대 교수-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기당미술관 등 설계)가 “우리 집안은 건축분야를 5대째 가업으로 이어오고 있다”고 하길래 “왜 배를 만드는 목수가 건축사인지?”를 물었더니 “배 만드는 것은 더 어려운 것이고 집 만드는 것은 쉬운 것이다.” 라는 농담을 했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는 배도 만드시면서 당연히 건축을 하시는 목수 일도 하셨다고 합니다. 어떤 연유로 서울에서 목수 일을 했는지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궁궐에서 일을 하셨다는 얘기를 들었고 고종황제에게 받은 교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이후 일본 목수가 우리나라에 넘어와 활동하면서 일이 없어져 목수를 계속하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제주에 다시 오셨는데 배를 만드는 일마저도 일본 목수들이 담당하게 되어 그 후로는 배를 타고 섬을 다니면서 장사를 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아버지는 일본으로 건너가 정식 건축공부를 하셨습니다. 목수 집안에서 정식건축 집안으로 넘어간 계기가 되었으며, ‘건축’이라는 단어가 일제 강점기에 신학문과 함께 우리나라로 들어오게 되는데 그래서 아버지가 우리나라 1세대 건축사로 불려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태어나기는 광주에서 태어나고 서울에서 생활을 하였지만 아버지의 영향으로 방학이면 제주 화북동으로 내려오기를 반복하였습니다. 아버지는 당신이 제주인임을 잊지 않으셨고 항상 제주가 자랑스러운 고향이라고 생각하시어 나중에는 고향인 제주에 돌아가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선산도 제주에 있습니다. 저도 어렸을 적부터 제주가 고향이라는 생각을 계속해 왔으며 항상 제주에 오면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사무실 운영으로 인해 여러 활동을 고사하던 중에 제주에서 제안받고 마지막으로 공공을 위해서 일을 해야 한다면 제주여야 하며, 그 마지막이 된 것처럼 필연적으로 제주로 오게 된 것 같습니다.

- 서울시 공공건축가 등 공공부분에서 많은 활동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참여한 공공 프로젝트를 몇 가지만 소개해 주세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입니다. 동작구와 서초구 MP를 맡아서 진행했습니다. 동작구는 총 15명의 건축사와 같이 일을 했는데 공공건축가는 5명이었습니다.

나머지 10분의 건축사를 모시고 저는 그들의 능력을 끌어내려고 노력을 했고 그 분들은 노력하고 성과를 내서 다음 공공건축가로 들어가는 순환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이번 제주의 공공건축가도 34명에 들어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실망할 것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사업은 계속 확장되고 그 속에 기회는 많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서초구는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에 참여를 안 하다가 뒤늦게 시작이 된 경우인데 힘들었지만 조율을 잘해서 마무리를 잘했습니다. 또 하나는 도시재생 문제와 연관된 프로젝트인데 서울역 맞은편 서계동이 대상 위치였습니다. 구릉지에 아파트를 짓는 것으로 지구단위계획을 하고 있던중 공공건축가들이 자문위원으로 검토를 해보니 지역적 여건이 아파트를 짓는 것은 불합리한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그러나 아파트가 아닌 대안을 만들어야 하나 여러가지 힘든 여건으로 인해 참여를 고사하는 상황에서 우여곡절 끝에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 일을 제가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3년간의 주민 설득 등 많은 노력으로 지구단위계획 수립 전 구릉지에 적합한 마스터플랜을 제시하여 이를 바탕으로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게 하였고, 그로 인해 서계동 도시재생활성화지역에서 추진된 ‘우리동네가꾸기’ 시범사업과도 연계해 도시재생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습니다.

- 총괄건축가께서 바라보는 제주의 도시, 제주의 건축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 특징은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다 알잖아요. 나지막한 지붕에 바람이 세니 지붕이 높으면 안 되고, 비가 많이 들이치니 처마가 조금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처마가 너무 길면 바람에 날려 반대로 처마는 짧아야 하고, 마을의 돌담들은 그 높이를 아는지 허리춤에 형성되어 있고,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온 제주의 풍토가 그것들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현대에서는 그런 모습들을 그대로 따라할 순 없으니 도시에서 제주에 맞는 스케일들, 자연소재들, 그리고 기후와 풍토를 잘 받아들이는 그런 건축들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제주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제주는 육지와는 다른 게 기존 문화들이 많이 보존되어 있고 바람, 풍토 이런 것들을 중심적인 키워드로 삼아 육지에서 건축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들이 나타나야 한다고 봅니다.

- 조금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제주의 도시, 제주의 건축은 앞으로 어떤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지금보다 인구가 얼마나 더 늘어날 수 있을 수 모르겠지만 밖에서 제주를 바라볼 때, 그리고 진정으로 제주의 가치라고 외부인들이 느끼는 그런 매력, 향수, 제주적인 것들을 잃지 않고 가지고 가는 것이 제주 미래건축이 가져가야 할 가치일 것입니다. 남들은 다 잃어버릴 때 제주는 그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힘일까 생각합니다.

- 총괄건축가 임기가 2년으로 알고 있습니다. 임기 내에 하고자 하는 계획이 있으면 말씀 부탁합니다.

저는 씨앗을 뿌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초를 닦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저의 뒤를 이어 총괄건축가를 하시는 분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바탕을 만드는 일을 할 것입니다.

저의 오라버님이지만 굉장히 존경하는 김홍식 교수님이 하신 말씀 중에 가슴 깊이 간직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너의 삶이 지난 5세대의 삶의 축척이고, 너의 삶이 다음 5세대로 다시 이어져간다.” ‘부자가 3대 안 간다’는 말처럼 아무리 뛰어나도 3대를 이어나가지 못하는 것처럼 많이 힘들기 때문에 네가 지금 올바른 생각으로 잘 살아야 그 힘든 10세대를 이어나갈 수 있는 틀을 만들 수 있다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낫을 들고 거두려는 사람은 많으나 씨앗을 뿌리려는 사람은 없으니 씨앗을 뿌리려는 사람이 되라”는 얘기를 대학생 때부터 많이 해주셨습니다. 항상 이 마음으로 살고 있으며 임기 동안 제가 갖고 있는 작은 목표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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