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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존 기로에 선 제주대 입구 '외솔나무'
다시 생존 기로에 선 제주대 입구 '외솔나무'
  • 현도영 기자
  • 승인 2005.06.18 08:16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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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도로 확장공사로 잘릴 위기 처해...환경단체 반발

제주시 5.16도로 중 제주대학교 입구 지점에 위치한 외솔나무.

이 큰 소나무는 행정기관에서는 ‘노송’ 또는 ‘해송’으로 칭하지만, 제주대학교 동문들 사이에서는 ‘외솔나무’로 통한다.

제주대학교 진입도로 한 가운데 홀로 서 오랜 세월 고락을 함께 해왔기 때문이다.

수령은 약 130년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몇 해전 제주농업시험장에서부터 이 지점까지의 도로공사가 한창일 때 이 외솔나무의 처리방향이 논란이 됐다.

교통안전상 옮기자는 의견과 ‘외솔나무’가 주는 제주대 입구의 상징적 의미 때문에 그냥 놔두자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환경단체와 제주대 학생들의 강한 반발로 결국 이 외솔나무는 지금의 회전형 교차로로 만들어져 보전하게 됐다.

그런데 최근 이 외솔나무를 그대로 존치시킬 것인지, 아니면 자르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 심어야 한다는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제주시가 국도 11호선 확장사업을 시행하면서 이 지점의 교통체계를 현재의 ‘회전형 교차로’에서 일반 신호교차로로 개선할 뜻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도로확장사업의 최대 논점 ‘외솔나무’

이 국도 11호선, 즉 5.16도로의 이번 확장공사는 정확히 목석원에서부터 춘강복지관에 이르는 1.74km구간이다.

제주시는 사업비 56억100만원을 들여 이 구간을 35m 폭으로 확장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제주시는 청솔종합건설(주)를 사업자로 선정했고, 2007년 11월 준공 목표로 공사를 착수할 예정이다.

제주시의 한 관계자는 “이달 초 문화재지표조사 용역을 시행했고, 현재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에 의뢰해 제주대학교 입구 사거리의 교차로 개선방법에 대해 검토중인데, 이 검토결과가 나오면 다시 세부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즉, 현재 제주대 입구 교차로의 교통개선방안과 관련해서는 ‘회전형 교차로’를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일반 신호교차로로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고 검토중이라는 것이다.

제주시는 이 부분에 대해 “이 소나무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좀더 두고봐야 알 수 있으며, 교차로 개선방안 결과에서 최종적으로 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제주시는 내부적으로 도로를 왕복 6차로인 폭 35m로 넓히면서 직선형의 일반 신호교차로로 개선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외솔나무 또한 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외솔나무 제거할 이유없다”

행정당국과 경찰측에서는 교통사고 발생 등을 이유로 들며 외솔나무의 이전 또는 제거가 불가피하는 의견이 강한 것으로 전해져, 결국 이 외솔나무의 운명은 이번 도로확장사업 과정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관계당국은 원활한 교통소통과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소나무의 제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환경단체에서는 당국의 이러한 입장은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은 추측에 불과하다며 외솔나무 ‘제거 작전’에 반발하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의 양수남 교육팀장은 “회전형 교차로가 생긴 후 이전에 연간 30건이던 교통사고가 25건으로 줄었고 사망사고는 단 한건도 없었다는 사실은 교통안전을 문제를 삼는 당국의 논리와는 거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지난 2001년 제주시는 ‘제주대입구 교차로 개선방안 연구’를 통해 회전형 교차로를 했을 때와 왕복 7차선 신호교차로를 했을 때를 비교해 분석했는데, 그 결과 차량통행량이 많을 수록 회전형 교차로가 더 효과를 발휘한다고 나왔다”며 제주시의 논리가 앞뒤가 맞지 않음을 지적했다.

양 팀장은 또 “회전형 교차로는 197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어느 도시에서나 많이 볼 수 있었으나 이후 자취를 감춰 현재 제주시에서는 신제주로터리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고 나머지는 모두 신호교차로로 바뀐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제주대 입구 소나무 제거 논쟁은 소나무 한 그루의 의미를 넘어서 친환경적인 교통시설을 확보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논쟁이며, 제주시가 친환경도시로서의 이미지를 가질 수 있느냐의 갈림길에 선 중요한 논쟁이라고 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결론적으로 그는 50여년 역사의 제주대 입구의 소나무라는 상징성과, 서귀포에서 5.16도로를 따라 제주시로 진입하는 것을 알리는 알림기능의 상징성 등을 들며 외솔나무 지키기 운동에 나설 뜻을 밝혔다.

양 팀장은 “제주대 입구 소나무 회전형 교차로를 살리는 것은 교통의 안전성, 효율성과 함께 제주시의 상징성, 친환경성을 함께 살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미 이 외솔나무는 소나무 한 그루로서의 의미를 뛰어넘었으며, 앞으로 제주시당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생존의 기로에 놓인 ‘외솔나무’

이 외솔나무의 생존 기로와 관련해 제주대 학생들과 교수들 사이에서도 서서히 이와 관련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승철 제주대학교 총학생회장은 “오랫동안 제주대 입구를 지켜온 해송의 상징성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며 “만약 해송을 자르려면 제주대와의 협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 회장은 “회전형 교차로가 일반 사거리보다 교통사고율이 적은 것으로 안다”며 “도로를 넓히더라도 제주대 입구는 회전형 교차로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경표 교수(무역학과)는 “제주대학교 위쪽으로 첨단과학기술단지가 들어서면 제주대 입구 사거리의 교통량이 더욱 많아 질 것”이라며 “그러나 5.16도로를 확장하면서 해송을 자르는 일은 삼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고 교수는 “제주대 입구를 대형 로터리로 만들어 교통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드는 방법도 괜찮을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처럼 외솔나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금명간 제주시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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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나 2005-06-18 09:43:34
해외 어느곳을 가봐도 국립공원과 연결되는 도로 또는 열대림이나 자연녹지가 잘 형성되고 보존돼 있는 곳 가보면 왕복 6차로 도로를 본 적이 없다.
말이 좋아 6차로이지 넓이가 자그마치 35m이다.
제주도 5.16도로를 왕복 6차로로 해야 할 만큼 차량정체가 심한 것도 아닌데, 그걸 못참아서 또 손을 대냐.
서울서면 가다서다, 한번 정체되면 1시간 이상 차 밀리는 것은 예사인데, 그것과 비교하면 제주의 교통환경은 얼마나 좋은 것인가.
제발 그냥 좀 놔둬라.
또 길 넓히는 것은 공짜로 하는 건가.
다 돈들어가는 일이지 않는가.

결사반대 2005-06-18 09:40:41
이 소나무의 가치가 얼마나될지는 모르지만 절대 짤라서는 안됩니다.
제주대학교에 주는 상징적 의미, 과거 군사독재정권시절 외솔나무는 학생과 전경의 대치선의 상징이었고, 제주대 학생들과 교수, 교직원들의 애환을 오랫동안 지켜본 산증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주도 차량통행량이 서울처럼 많은 것도 아닌데, 굳이 도로 확장하면서 외솔나무를 없애려 하는 이유를 모르겠군요

야간강좌 2005-06-18 09:44:49
저녁 강의받으러 제주대학에 갈 때면 솔직히 이 소나무 회전해서 제주대로 진입하기 정말 짜증난다.
교통흐름이 딱 끊기는 느낌.
아주 중요한 소나무가 아니면 옮겨심는것도 좋지 않을까

한그루 2005-06-20 08:54:30
제대 입구 외솔나무 한 그루 때문에 제주사회에 말이 많은 모양이다.

한마디로 다른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징성이다.뭐다해서 그 위치에 꼭 있으라는 법이 없다고 샐각한다.

환경단체나 학교측에서는 상징성이다. 친환경이다라고 하지만 대학 교내에나 정문입구에 옮기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왕 도로 공사가 예정되어 있다면 완벽하게 해서 다시 뜯어 고치는 일은 없아야 한다. 소나무 한그루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보존하면서 교통의 편리함도 생각해야하지 않을까?

돌킹이 2005-06-27 16:50:24
환경도 좋지만....
그보다 인명은 더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나무로 인해 사상자가 몇명인지..
되새겨봐야..
더 이상 이 나무로 인해 교통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