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7:37 (목)
“평등한 제주도의 음식문화, 정말 대단하죠.”
“평등한 제주도의 음식문화, 정말 대단하죠.”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0.06.18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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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진 셰프, 18일 이주여성 대상 제주음식 이야기
“가문잔치 때 등장하는 ‘괴기반’은 제주공동체 특징”
된장을 생으로 먹고, 생선국을 먹는 이유 등도 설명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어머니의 손맛은 누구나 느낀다. 고장의 맛이며, 지역의 맛이기도 하다. 특정 지역의 맛을 느끼려면 그 지역에 가야 한다. 제주사람이 느끼는 맛, 전라도 지역 사람들이 느끼는 맛, 경상도의 맛은 다 다르다. 왜 음식 맛은 지역별로 다를까. 이유를 들자면 재료에 있다. 특히 제주도는 재료가 음식을 결정짓는다.

외국은 어떤가. 더 다르다. 중국을 가보거나, 동남아 여행을 해본 이들은 안다. 특유의 향이 있다. 제주지역으로 결혼을 해서 온 이주여성들은 어떨까. 그들도 마찬가지이다. 자신들의 어머니가 해준 음식은, 여기 제주도와 다를 수밖에 없다.

양용진 셰프. 미디어제주
양용진 셰프. ⓒ미디어제주

얼마 전 <제주식탁>이라는 책을 펴낸 양용진 셰프. 그가 18일 자신이 제주시 연동에서 운영하는 낭푼밥상에서 결혼 이주여성들을 만났다. <미디어제주>가 이주여성들과의 만남의 자리를 마련했다. 양용진 셰프는 제주음식의 특징을 이주여성들에게 설명하고, 이주여성들도 제주음식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된 날이다.

그는 이주여성들이 평소에 궁금하게 여기는 제주음식 이야기를 잘 풀어냈다. 된장을 많이 쓰는 이유, 생선을 국으로 만들어 먹는 이유, 음식을 통해 공동체를 꾸려간 제주 사람들의 이야기 등을 들려줬다.

“제주도는 맑은 생선국이 많아요. 육지사람들은 그걸 보고 기겁합니다. 어떻게 비린내 나는 고등어를 국으로 먹느냐면서. 그들은 당연히 고등어는 비린내가 나는 걸로 알아요. 그게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러면서 얼마나 먹을 게 없으면 생선국을 먹느냐고 그러죠. 하지만 제주사람들은 절대로 비린 걸로 국을 만들지 않습니다. 비리지 않으니까 먹죠. 신선하니까 국으로 해먹는 겁니다.”

어찌 보면 생선국 문화는 육지사람들에겐 이해 불가의 영역이다. 그럼에도 생선으로 국을 먹는 이유는 싱싱하니까 그렇다. 바닷가에서 갓 잡아올린 생선으로 국을 해먹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왜냐, 신선하니까. 제주도는 찌개문화가 육지부에 비해 덜 발달됐다. 거기에도 다 이유가 있다.

“찌개는 국물을 조리는 겁니다. 제주도는 오래 끓인 음식이 없어요. 신선한 재료를 활용해서 잠깐 끓어 먹죠. 눈으로 보면 멀건 국입니다. 투박하고 맛은 없게 보입니다. 색깔이 없으니까요. 그러나 어릴 때 먹어본 사람은 그 맛을 알죠.”

제주도 사람들은 된장을 생으로 먹는다. 더운 여름엔 더더욱 그렇다. 된장을 그냥 물에 풀어서 먹는다. 그런 행위도 대한민국에서는 제주도 뿐이다. 나름 이유가 있다.

“제주도는 콩이 넉넉했어요. 콩으로 농사를 지어야 다른 농사도 지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농사를 지으면 땅에 있던 영양분이 빠져나갑니다. 제주사람들은 농사 중간중간에 콩을 지었는데, 그렇게 땅에서 자라는 콩은 땅에 질소를 뿜어줍니다. 마치 비료를 주는 것처럼요. 콩농사를 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죠. 덕분에 콩은 많았고, 된장도 많이 먹는 이유입니다.”

양용진 셰프가 18일 자신이 경영하는 낭푼밥상에서 결혼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제주음식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양용진 셰프가 18일 자신이 경영하는 낭푼밥상에서 결혼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제주음식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그는 제주사람들이 만든 된장에 군내가 나지 않는 이유도 덧붙였다. 육지부는 발효균이 겨울철 죽는 경우가 나타나는데, 부패균이 남아서 그렇단다. 제주된장은 군내가 없기에 바로 먹을 수도 있다. 더구나 발효음식은 생으로 먹어야 제격이다. 생된장을 먹는 제주사람들은 발효균을 그대로 섭취하는 셈이다.

제주음식의 특이한 점을 줄곧 설명하던 그는 제주도 사람들만 가졌던 ‘평등한 음식문화’를 풀어냈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괴기반’이다. ‘괴기반’은 잔칫날 등에 등장한다. 잔칫날 찾아온 이들에게 한 명씩 괴기반이 주어진다. 돼지고기 석점과 수애(순대) 1점, 둠비(두부) 1점이 괴기반을 이룬다. 과연 괴기반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예전엔 가문잔치라고 있었죠. 그때 찾아온 손님들에겐 고기와 마른두부, 순대를 담아서 내놓는데 그게 괴기반입니다. 이건 아주 대단한 음식입니다. 음식 앞에서 누구나 평등하다는 걸 보여주죠. 어른이어서 더 대접을 받거나, 지위가 높다고 괴기반을 더 받는 것도 아닙니다. 남녀구분? 그런 것도 괴기반엔 없어요. 나이가 많든 적든, 남성이든 여성이든, 누구나 괴기반은 하나씩 받아요. 누구나 똑같이 나눠먹는 겁니다. 잔치라는 아주 귀한 날에 돼지를 잡는데, 귀한 것일수록 똑같이 나눠먹었던 거죠.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이처럼 평등한 음식문화는 없어요. 그래서 대단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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