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사·재판 과정 불법 여부 쟁점…변호인 “직접 진술 통해 입증”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70여년 전 제주4.3 때 군사재판이 아닌 일반재판에 넘겨져 수형생활을 한 생존 수형인의 재심 청구에 대한 심리가 시작됐다.
재심이 결정된다면 4.3때 일반재판을 받은 생존 수형인에 대한 첫 사례가 된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는 15일 국방경비법 위반으로 1948년 11월 유죄를 선고받은 김두황(92) 할아버지의 재심 청구 사건에 대한 심리를 진행했다.
이날 심리는 김두황 할아버지 사건만 아니라 군사재판을 받고 수형 생활을 한 7명(1명 사망)의 생존 수형인에 대한 심리도 함께 열렸다.
김 할아버지 사건에 대한 재심 개시 여부에 있어서 쟁점은 당시 재판 과정에서의 불법성 입증이다.
재심 요건이 ▲재심 대상이 되는 재판의 존재 유무 ▲재심 청구인 자격 유무 ▲위법성 유무인데 김 할아버지에 대한 판결문이 있기 때문이다.

김 할아버지는 1948년 11월 16일께 집에서 경찰에 체포되고 같은 달 30일께 국방경비법 위반죄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아 수형생활(10개월)을 했다.
김 할아버지는 재판에서 판사가 자신에게 묻지도 않은 채 대답할 기회도 없이 징역 1년을 선고했고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구타 및 고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경찰 조사와 재판 과정이 위법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김 할아버지의 변호를 맡은 임재성 변호사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4.3과 관련한) 재심 개시 여부를 정하는데 중요한 쟁점이 '정말 재판이 있었는지와 위법성 유무'"라고 말했다.

또 "(김 할아버지의 경우는) 판결문이 있다. 그렇다면 불법 구금 등이 있었느냐가 쟁점인데 직접 진술(신문)을 통해 재판의 불법성을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김 할아버지는 이날 법정에 들어가기 전 "지금도 (가슴에) 응어리가 있다. 연좌제로 70여년을 죄인으로 살았다"며 "법관 앞에서 억울함을 말하고 싶어 재심을 청구했다"고 토로했다.
재심 청구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다음달 13일 오전 10시 30분 기일을 속행해 김 할아버지에 대한 신문(증언)을 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변호인 측의 주신문과 검찰 신문 등을 감안해 약 1시간 내외로 시간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