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바라보는 중요한 가치는 "학생 안전보다 교통난 해소일까"
제주도가 바라보는 중요한 가치는 "학생 안전보다 교통난 해소일까"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0.06.15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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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사업 1.5km 구간 지정 고시
오는 7월부터 2023년 말까지 왕복 6차로 도로 공사 완료 계획

도교육청, 교육기관 밀집 지역 통과하는 도로에 '학생 안전 우려'
"학생 안전 고려한 지하차도 개설 방안" 요구했으나 도는 거절해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를 바라보는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제주도가 서귀포시 교통난 해소를 위한 1.5km 지상차도 건설을 계획하는 한편, 제주도교육청은 학생들의 안전과 녹지공간 보전을 위한 지하차도(혹은 우회로) 건설을 도정에 요구 중인 상황이다.

좀처럼 타협점을 찾을 수 없는 양 기관의 입장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가치에 집중해야 할까.

어쩌면 정답이 명백한 질문이지만, 사업 시행 주체인 제주도의 생각은 기자와 다른 것 같다. 그래서 기사를 통해 현안을 정리해본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사업, 7월부터 본격 시행

제주도가 6월 5일 밝힌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사업 실시계획 중 사업구간 자료. 
분홍색으로 표시된 1.5km 구간이 이번에 시행될 도로공사 구간이다.

제주도는 지난 6월 5월과 9일 각각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사업 실시계획과 공사구간(도로구역)을 지정 고시했다.

이번에 고시된 공사 구간은 서귀포시 서홍동 1530-6번지부터 동홍동 564번지. 약 445억원 예산 규모로 길이 1.5km, 폭 35m의 왕복 6차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업 기간은 오는 7월부터 2023년 12월 31일까지다.

일단 이 사업 계획은 1965년 국토교통부(당시 건설교통부)가 도시관리계획에 근거해 최초 결정한 도로계획이다. 이후 제주도는 정부와 실무협의를 거쳐 지난 2018년 ‘1단계 구((舊) 국도 도로건설 관리계획’을 수립하며,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건설사업을 여기에 포함시켰다.

당시 제주도가 밝힌 사업의 전체 구간은 약 4.3km구간으로, 현재는 4.2km 구간이 최종 구간으로 계획되어 있다. 그리고 오는 7월 예정된 도로공사는 이 구간의 중간에 해당하는 1.5km 구간이다.

도시관리계획 수립 이후 55년여 기간 동안 멈춰 있었던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사업. 이제야 시작하는 이유는 뭘까.

서귀포시가 2017년 공개한 시정설명회 자료를 살피면, 사업 시행의 이유가 이렇게 나와 있다.

“서귀포시 원도심의 심각한 교통난 해소를 위하여 조기 개설 필요”
“휴일 및 축제 시 차량 우회 시켜 차 없는 문화예술거리 조성”

즉, 제주도는 서귀포시 원도심 지역의 교통난을 해소하고, 차 없는 문화예술거리를 조성하기 위해 해당 사업을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학생 안전 우려되는데... 제주도는 왜 6차로 지상차도 고집할까?

그런데 문제가 있다. 1.5km의 공사 예정 구간 중 약 7300m² 면적의 공사 구간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현재 해당 토지는 서귀포학생문화원 앞을 지나는 잔디광장(어린이공원)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교육부 소관이지만 제주도교육청이 관리 권한을 위임 받아 행사 중이다.

그리고 도교육청은 이 토지를 쉬이 내어 줄 생각이 없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가 만들어지면 사진속에 보이는 잔디광장 등이 사라진다. 제주유아교육진흥원을 찾는 아이들이 즐기는 공간은 물론, 도로가 개설될 경우 35m 도로를 건너서 놀아야 하는 등 어린이들의 안전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된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가 만들어지면 사진속에 보이는 잔디광장 등이 사라진다. 제주유아교육진흥원을 찾는 아이들이 즐기는 공간은 물론, 도로가 개설될 경우 폭 35m 도로를 건너서 놀아야 하는 등 어린이들의 안전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된다.

도교육청은 오래 전부터 해당 토지에 대한 ‘지상차도 건설’을 반대해왔다. 서귀포학생문화원, 서귀포도서관, 제주유아교육진흥원, 서귀포외국문화학습관 등 교육시설이 밀집해 있는 구간에 생길 왕복 6차로 개설사업은 명백히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 관계자는 “지하차도 혹은 위험 구간을 우회하는 도로구역 변경안을 도청에 제안했다”면서, 두 개의 안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의 말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이미 도청과 한 차례 관련 협의를 마친 바 있다. 학생 안전을 위해 서귀포학생문화원 앞을 지나는 약 350~400m 구간만 지하차도로 건설하는 것으로 양 기관이 협의한 사실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제주도가 지하차도 설계를 위한 타당성 조사까지 진행했지만, 제주도가 입장을 바꾸는 바람에 지금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알렸다.

지하차도 계획은 서귀포시가 밝힌 2017년 시정설명회 자료에도 남아있는 사실이다.

2017년 서귀포시 시정설명회 자료 중 발췌.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직선으로 (도로를) 뽑으면 차량이 엄청나게 달릴 것 아닙니까. 그러니 (지하차도 혹은 우회로 등 다른 방안으로) 차량흐름만 원활하게 한다면 되지 않겠나”라며 제주도가 지상차도를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일부 여론에서는) 아예 도로(공사를) 하지 말라, 취소해라 이런 이야기도 있다”면서 “굳이 그 도로가 필요하냐, 이런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미 도로 공사 예정지의 위와 아래쪽에 각각 중산간동로(왕복 2차로)와 일주동로(왕복 4차로)가 있기 때문에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는 필요없는 사업이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왜, 제주도는 한 차례 진행된 협의 사항(지하차도)을 번복하면서까지 지상차도를 고집하는 걸까.

일단 지하차도 건설 계획이 무산된 배경에는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있었다.

예를 들면, 작년(2019년) 4월 29일 서귀포학생문화원에서 진행된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관련 기자회견 사례가 있다. 서귀포시학생문화원, 서귀포도서관, 제주유아교육진흥원, 서귀포외국문화학습관 및 제주도교육청 관계자가 참석해 기자들에게 사업 진행 상황과 문제점을 알리는 자리였다.

그리고 이날 회견은 제대로 진행될 수 없었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을 찬성하는 주민 및 인근 성당 관계자 등이 회견장에서 ‘지하차도 반대’ 의견을 강하게 피력하며, 원활한 진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회견 자리에서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을 찬성하는 한 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지하도로로 (건설)하면 땅값을 안 쳐준다. 잔디밭을 없앤다고 하더라도 어린아이들이 노는 데 지장 없다. 너무 지하도로로 (건설)하겠다는 주장을 접어주고, 지역주민을 생각해달라.”

해당 주민은 솔직하게 자신의 재산권에 대한 이야기를 고백한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제주도는 이를 받아들여, 학생 안전을 위해 교육청이 요구한 지하차도 계획을 ‘없던 일로’ 했다.

 

제주도, 도교육청과 협의 안 되면, 강제수용절차 밟겠다는데...

지금 상황을 정리해보면, 도교육청은 제주도에 아래 두 가지 중재안을 내놨다.

△학생 안전 위협 예상되는 350~400m 구간만 지하차도로 건설
△서귀포학생문화원 등 교육기관 밀집 구역을 돌아가는 우회도로로 공사 구간 변경

그리고 제주도는 이 요구사항에 대한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가장 문제시되는 구간. 서귀포학생문화원 바로 앞을 지나, 소나무숲을 베어야 하는 구간이다.
현재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 구간과 관련해 가장 문제시되는 구간. 서귀포학생문화원 바로 앞을 지나, 소나무숲을 베어야 하는 구간이다.

관련해서 제주도 관계자는 “지하차로는 주민들이 크게 반대해서 안 된다”면서 “지상차로로 추진하되 교육청에서 대안을 제시하면 도에서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협의가) 종결됐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교육청에서 주장하는 것(우회로 방안)은 사고 위험이 더 커지고, 불과 100m~140m 거리를 타원형으로 돌아가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라며, “도시계획 변경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두 개의 중재안을 모두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양측 모두 입장이 상이한 상황에서, 도교육청과의 협의를 다시 한번 추진해볼 의사가 없는지 묻자 그는 “별도로 협의는 협조요청 밖에 없는데, 교육청에 딱히 주장할 것은 없다”면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도 (도교육청이) 받아들이지 않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대안은 서귀포학생문화원을 이전하는 것과 훼손될 녹지공간(소나무 숲)을 다른 곳에 마련하는 방안이다.

이에 도교육청은 건물 이전 비용이나 적정 부지 검토 등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힘든 제안을 제주도가 했다며, "이전하는 것은 교육감님께서도 검토하라고 이야기하지 않았고, 검토해본 적도 없다"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결국엔 양 기관 사이 타협이 불가능해 당장 잡힌 공사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그래서 관련 대책을 제주도 관계자에게 물었다. 그는 이런 말을 했다.

“(공사 예정지가)도시계획도로일 땐 협의가 안 되면 강제수용절차도 있다. 국유지가 안 될 것도 아닌데, 협의는 할 데까지 하고. 개인이든 아니면 국유재산이든 수용은 최후의 수단이고.”

도교육청이 계속해서 지상차도 건설 계획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강제로라도 토지를 수용하는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제주도의 ‘강제수용절차’ 발언에 도교육청은 어떤 입장일까.

도교육청은 “우리 입장에서는 (강제수용절차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목적이 뚜렷한 (교육부 소관의) 행정재산이기 때문에 강제수용이 안 될 것 같다”라고 말하면서도, 법적 가능 여부를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서귀포시 우회도로 구간에 있는 소나무숲. 도로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있다. ⓒ미디어제주
서귀포시 우회도로 구간에 있는 소나무숲. 도로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있다. ⓒ미디어제주

제주도가 ‘강제수용’ 이야기를 꺼내면서까지 사업 의지를 자신하는 이유가 있기는 하다.

해당 토지에 서귀포시학생문화원이 들어선 것이 1993년인데, 도로 개설 계획이 담긴 도시관리계획은 이보다 이른 1965년 수립된 까닭이다.

따라서 소송까지 간다면, 도교육청이 도로계획을 인지한 상태에서 서귀포학생문화원을 세웠던 것임이 증명되기 때문에. 이점이 제주도가 강제수용절차를 밟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다만 법적 다툼의 소지 외에, 학생 안전과 녹지공간 파괴라는 두 가지 쟁점이 여전히 현안으로 남은 상황에서. 지상차도를 반대하는 도교육청의 입장은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학생 안전을 주장하며 지상차도 개설만은 말아달라는 도교육청. 서귀포시의 교통난을 해소하고, 주민 민원을 수용해 지상차도를 개설할 거라는 제주도.

양 기관의 입장이 다른 상황이지만, 어떤 가치가 더 소중한 것인지는 명백하게 한 쪽으로 기운다. 

따라서 '학생 안전'이라는 가치를 무시한 채로 도로공사가 강행된다면, 제주도는 응당 그에 따른 비판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한편,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며 목소리를 내는 단체들도 있다.

한살림서귀포마을모임, 녹색당서귀포지역모임, 비자림로를지키이위해뭐라도하려는시민모임, 전교조제주지부, 서귀포시민연대, 정의당서귀포위원회, 서귀포의미래를생각하는시민모임, 민중당서귀포위원회, 서귀포여성회 등 단체는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녹지공원화를 바라는 시민들’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제주특별자치도의회를 통해 도로 백지화 진정을 넣기도 했다. 우회도로 백지화를 바라는 1914명의 의지를 담아 제출한 진정이었다.

이들은 조만간 환경청에도 도로 예정지의 환경파괴 및 문화재 파괴 문제를 제기하는 성명을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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