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터닝포인트 “봉사활동”
인생의 터닝포인트 “봉사활동”
  • 고민균
  • 승인 2020.06.10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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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톡톡(talk talk)]<12> 동제주종합사회복지관 고민균 팀장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 “그때 그 말씀이 맞았구나..”라고 생각되는 손윗 분들의 말씀들이 있다. 그중 “처음 접하는 일이 평생직업이 된다.”라는 말은 어쩌면 나에게도 적용되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학창 시절, 유난히 기럭지가 길어서 학교 선생님의 반강제적인 차출(?)로 인해 운동을 시작했다. 나의 의도였든, 아니었든 간에 운동선수 생활을 하면서 학창 시절 한창 솟아오르는 내 몸의 에너지를 땀을 통해 발산하며 느끼는 희열이 참 좋았다. 또한 차츰차츰 선수로서 기술과 체력이 늘어가는 성취감까지 더해지고 있었기 때문에 최종 목표로 국가대표의 꿈을 꾸며 나의 미래에 있어 운동 말고는 다른 직업을 꿈꾸거나 계획하는 일은 없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국가대표 운동선수의 꿈을 이루려고 한 걸음 한걸음 내딛던 중, 부상이라는 절망이 찾아왔다. 내가 준비해 나가던 운동 종목에 있어서 치명적인 정도의 부상으로 몇 날 며칠을 잠을 못 자고 식음을 전폐하며 절망하고 있을 때였다. 이런 나에게 학교 선생님께서 “머리도 식히고 다른 세상도 볼 겸...” 이라는 위안의 말씀을 하시며 소록도 봉사활동을 제안하셨다.

4박 5일의 단기 일정이었는데 뭐라도 해야만 속이 트일 것 같은 마음에 선생님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당시 어디에 붙어있는 섬인지도 몰랐던 그 섬으로 이끌려 가게 되었다.

소록도라는 곳에 도착해서야 그 섬에 사시는 환자분들의 병명과 증상, 그로 인해 신체 · 정신적으로 겪게 되는 고통과 외로움에 대해 알게 되었고 봉사활동 기간 내내 “내가 만약 저분들의 상황을 겪게 된다면...” 이라는 상상을 하며 그분들을 대했던 기억이 난다.

소록도 봉사활동을 하면서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분들이 있다. 한센병 환자인 한 할머니께서 자기가 무섭지 않냐고 물어보시며 여기에 와준 학생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고 하셨다. 다른 할아버지께서도 “나에게도 학생 같은 손주가 있지만 지금은 연락도 안 되고 찾아와 주지도 않는다.”라며 손주가 너무 보고 싶다고 하셨다.

두 분의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이구동성으로 나에게 해주신 말씀이 있다. “학생은 앞으로 남을 돕는 이로운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거였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때 그 순간 아니, 두 분의 한센병 환자분들께서 나에게 해주셨던 말씀이 운동선수가 꿈이었고 전부였던.. 그래서 그 꿈을 접어야 했기에 방황하며 힘들어하던 나에게 새로운 미래와 동기를 갖게 해주었던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소록도를 다녀온 이후에도 나는 노인·장애인·청소년 등 다양한 복지분야의 기관·단체들과 인연을 맺으며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였고,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갖게 되었다. - 나 스스로도 운동 이외에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것에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좋았기에 본격적으로 사회복지 공부를 시작하였고 현재는 종합사회복지관에 근무하는 사회사가 되어 예전 그 두 분의 한센병 환자께서 해주셨던 말씀에 대한 대답을 몸소 드리게 되었다.

당시에도 나는 한센병을 앓고 계셨던 두 분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내가 어떠한 도움을 드려야 하는 보살핌의 대상, 소위 사회복지계에서 흔히 쓰이는 대상자, 클라이언트라고 여기지 않았다.

그분들은 자기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고민하며 방황하던 어린 청년에게 인생을 먼저 살아오시며 터득하신 지혜와 행복의 의미를 전수해 주셨고 미래의 직업까지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당신들의 안목을 사용해 주셨던 소록도의 고마운 주민들이셨다.

‘국가대표 운동선수’는 학창 시절의 꿈이었고 ‘사회복지사’는 내가 학교 밖으로 나와 접한 첫 일이었으며, ‘좋은 사회복지사’는 앞으로 나 스스로 애써 나가야 될 수 있는 현재 진행형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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