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6 17:57 (화)
상주 인구 100만 제주를 꿈꾸며
상주 인구 100만 제주를 꿈꾸며
  • 미디어제주
  • 승인 2020.06.09 15: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건축 [2020년 1월호] 에세이
현종철 세움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건축저널 편집진으로부터 글 한편을 써달라는 연락이 왔다. 글쟁이가 아닌 나로선 여간 부담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제에 관계없이 편하게 써도 된다는 말에 평상시 생각했던, 예전에 관심을 갖고 조사를 했던 것이 생각나 이번에 써보는 것도 좋은 기회라 생각되어 쓰게 되었다.

내 나이 이제 환갑, 건축이라는 생소한 직업에 입문한 지 35년, 열심히 살았던 타지에서의 30년 생활을 뒤로하며 고향 제주에 온 지도 5년이 넘었다. 정확히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제주와 육지를 왕래하다 2016년 서울생활을 접었으니, 제주개발의 격동기라 할 수 있는 시기에 제주를 볼 수 있었고 그 개발에 다소나마 참여하였던 셈이다.

지난 10여년동안 제주에는 제주역사가 생긴이래 최초의 경제호황을 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의 개발역사와 보존과 관련하여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은 1991년 12월 「제주도개발특별법」이라는 이름으로 제정된 이후 여러 명칭으로 바뀌어 오다가, 2007년 지금의 이름으로 변경되어 제주도 개발과 보존의 근간을 이루는 제도가 되고 있다. 특히 2002년 4월에 발효된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은 제주 관광개발에 활력을 불어넣어 침체된 제주의 관광기반을 견인하였다고 볼 수 있겠다. 각론적으로 하나하나 따지고 들면 장단점이 있겠으나 어쨌든 침체 될 대로 침체된 제주의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음을 누구도 부인하지는 못한다.

그러한 경기 활성화와 더불어 필연적으로 따르는 게 인구의 증가이다. 19세기 대한제국 말 10만이 못되던 제주인구(1884년-89,844명)는 해방을 전후하여 20만명 수준에서 증감을 되풀이하다가 1960년대 약 30만, 70년대 40만, 80~2000년대 초 50만 시대를 거쳐 소강상태를 유지하다가 위에서 말한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 힘입은 제주경제 활성화 덕택으로 2010년 이후 60만을 돌파하였고 2018년 12월 667,000명이 되었다. 실로 130여년 만에 60만 인구가 된 것이다. 참으로 감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런 기쁨도 잠시 10여년이 지난 지금 제주 인구증가율이 저조해지고 오히려 제주를 떠나는 인구가 늘어난다고 한다. 21세기가 시작되던 때 세계인의 화두는 사람이었다. IQ, EQ, MQ, SQ, AQ 등등 Q의 시대를 지나, 즉 사람이 자산이며 모든 것에 사람이 우선시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세계적 현상과는 반대로 우리나라는 모두가 알다시피 세계에서 인구감소가 제일 빠른 나라로 알려져 있고, 2020년 경자년 올해부터 저출산 고령화 시대로 접어든다. 특히 제주의 경우 고령화가 전국에서 제일 빠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근래 10여년 단기간에 경기가 활성화되고 인구가 유입되면서 사회간접자본시설 확충의 부족과 환경, 사건사고 등 여러 문제를 잉태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변화에 발맞추어 담아낼 그릇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것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라는 위상에 걸맞는 철두철미한 계획의 부재가 낳은 결과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렇게 야기된 문제들은 이제부터라도 온 도민이 머리를 맞대고 풀면 된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제주인구의 증가를 막는 배타적 정책이나 제주원주민만을 제주도민으로생각하는 우리의 배타적 의식이 문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늬영 나영 혼디” 라는 좋은 우리 제주말에 걸맞게 모든 것을 끌어안을 수 있는 포용력이 제주의 미래를 밝게 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서 필자는 아직도 상주인구 100만 제주를 꿈꾼다. 우리나라의 100만 이상인 도시를 보면 서울특별시를 비롯하여 부산, 인천, 대전, 대구, 광주, 울산광역시와 경남 창원시, 경기 수원시, 고양시로 10개이다. 여기에 현재 90만 이상이 되는 경기 성남과 용인이 곧 100만을 돌파할 것이며, 부천이 88만, 충북 청주시가 83만으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2014년 8월 1일 고양시가 100만 1명을 선포하고 팡파레를 울리며 대대적인 자축행사를 하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5년전 필자는 왜 지자체는 100만 인구에 열광하는지 무척 궁금해서 조사해 본 적이 있었는데 답은 이런 것 같다.

100만 도시가 되면, 1)행정구역 개편이 진행되고, 2)자체적인 생산·소비·유통이 원활해지며, 3)교육·문화·의료수준이 높아져 시민의 삶의 질도 높아진다. 4)또한 투자유치에도 매우 유리하다고 유명한 석학들이 말하고 있다. 5)그리고 반드시 이유가 될 수는 없지만 프로야구단 유치경쟁시 KBO는 이사회에서 “창단 신청일을 기준으로 해당 도시의 인구는 100만명 이상 되어야 한다”고 연고도시 유치 조건을 명시한 것만 보아도 시장 규모라고 할 수 있는 연고도시 인구수는 양질의 기업참여 유도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인구증가를 반대하는 이들은 인구증가가 삶의 질을 높이지 않으며, 그에 따르는 환경 악화를 우려하여 변화되는 것을 극구 반대할 수도 있다. 필자 역시 반드시 ‘변화=진보=좋은 삶의 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람이 살아가면 자연은 필연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지 않을까? 그래서 건설의 선단에 서 있는 우리로서는 최소한의 변화가 되도록 노력해야 하는 소명을 띠고, 제주다운 제주 건축경관을 위하여 힘써야 하지 않을까?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어렵기 때문에 해 볼만한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