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7:38 (금)
제주4.3행불수형인 70여년 ‘恨’ 풀 재심 여부 심리 개시
제주4.3행불수형인 70여년 ‘恨’ 풀 재심 여부 심리 개시
  • 이정민 기자
  • 승인 2020.06.08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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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법 제2형사부 8일 ‘국방경비법 위반·내란실행’ 혐의 14명 첫 공판
법적인 사망 확인·호적과 다른 이름·간접 증언 증명력 등 쟁점 전망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70여년 전 제대로된 재판 절차도 없이 불법적인 군사 재판으로 총살 당하거나 전국 각지 형무소로 흩어진 뒤 6.25전쟁 등으로 학살되다시피한 제주4.3행방불명수형인(행불수형인)에 대한 재심 개시 여부를 판단할 재판이 시작됐다.

이번 재판은 당사자들이 사망해 동생, 아들, 딸 등 유족이 청구 당사자로 나선 상황이어서 지난해 1월 사실상 무죄인 '공소기각' 판결을 얻어낸 수형인생존자에 대한 재심보다 심리가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는 8일 오전 법원 201호 법정에서 국방경비법 위반 및 내란실행 혐의의 행불수형인 14명의 유족이 낸 재심 청구에 대한 첫 심리를 진행했다.

제주지방법원. ⓒ 미디어제주
제주지방법원. ⓒ 미디어제주

재판정에는 행불수형인의 유족이 참석했다. 청구인 14명 중 서울에 있는 유족 1명이 참석하지 못했다.

이날 심리에서는 검사 및 변호인 측과 이번 재판의 쟁점과 향후 일정이 논의됐다.

이에 따르면 우선 재심 재판의 당사자격인 피고인(행불수형인)들의 '법적 사망 확인'이 가장 큰 쟁점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나이가 90~100세 가량인데 연락이 되지 않은 기간을 보면 모두 사망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의 생존 여부를 법적으로 확인하는 단계가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생존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법적으로 사망이 확인되지 않으면 청구인(유족)들의 재심 청구 자격이 안 된다는 것이다.

변호인 측은 실종선고제도 활용 검토를 이야기하면서 "실종선고제를 통한 사망이 형사사건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종선고제는 생사불명의 상태가 오랜 기간 계속되고 있을 때 일정 요건과 절차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가정법원이 선고를 하게 된다.

변호인 측은 특히 "피고인들이 사실상 생존 가능성이 없다. 70여년 전 국가가 가뒀으면 제대로 집에 보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재심을 청구하는 것"이라며 "이제 와서 사망 사실을 증명하도록 하는 것은 문제”"고도 했다

재판부는 변호인 측의 어려움을 들은 뒤 "이번 사건의 경우 전향적으로 봐야하지 않겠느냐"며 변호인 측의 실종선고제를 통한 당사자 사망 확인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27일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받은 박모(51)씨에 대한 항소심 두 번째 공판이 열린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 © 미디어제주 자료사진
8일 제주4.3행방불명수형인에 대한 재심 재판 청구 첫 심리가 열린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 © 미디어제주 자료사진

또 1948년 및 1949년 군사재판 당시 일부 피고인들의 호적상 이름과 재판 기록상 이름이 다른 점도 재심 개시 여부를 심리하는데 쟁점이다.

자칫 동명이인이 있을 수 있어 이를 간과하고 재판 시 혼란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재심 청구 재판 피고인 14명 중 5명이 원래 이름과 다른 이름으로 재판을 받았고 변호인 측은 다른 이름이지만 같은 사람임을 증명하기 위한 자료를 더 보강해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재심 청구 재판에 당사자들이 아닌 유족이 나서기 때문에 직접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는 본인 증언 대신 간접 증언밖에 할 수 없는 점도 이번 재판에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번 재판을 포함, 재심을 청구한 행불수형인(피고인)이 349명(청구인 342명)에 달하고 있어 재판부가 유족 증언을 어디까지 들을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재판부는 행불수형인의 재심 청구를 18개 재판으로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 측은 "청구인 중 그나마 직접적인 경험을 증언할 수 있는 이들을 추려 신문하고 나머지는 서면으로 대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고 재판부도 이를 수용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변호인 측이 준비하는 자료를 서면을 받은 뒤 추후 공판 기일을 통보하기로 했다.

한편 재심을 청구한 행불수형인은 제주4.3 당시인 1948면 12월과 1949년 6~7월 두 차례에 걸쳐 불법 군사재판을 받고 전국 각지의 형무소에 갇혔다가 사망한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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