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얼마나 겸손한가요. 스스로를 돌아보세요”
“우린 얼마나 겸손한가요. 스스로를 돌아보세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0.06.04 14: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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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일요일 없는 달력’의 김용각씨를 만나다
코로나19로 어렵지만 소설 쓰는 촉매제 작용
고도성장기 빈부 격차 등 ‘인간의 모습’ 그려내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글은 어렵다. 소재를 찾는 일도 그러려니와, 막상 쓰려면 난감하다. 글이란 자고로 “써야지”라는 굳은 마음을 필수적으로 동반해야 어느 정도의 작품이 된 상태로 내게 온다. 단어 하나로 응축한다면 ‘각고’가 딱 맞을 듯하다. 그렇다. 말 그대로 “뭔가를 깎아내는 고통”을 감내하며 쓰는 일이 다반사가 아닌가.

어렵다는 글. 40년만에 펜을 잡은 이가 있다. 제주에서 여행 사업을 하다가, 글쓰기에 꽂혔다. 글을 써 본 적이 없다는데, 14개월만에 장편소설 하나를 들고 나왔다. <일요일 없는 달력>(네이버 블로그:blog.naver.com/hongikpbc)이라는 제목을 단 소설이다. 주인공은 1984년 제주에 내려온 제주홍익여행사 김용각 대표이다. 올해로 환갑을 맞았다.

40년만에 글을 썼다는 제주홍익여행사 김용각 대표. 첫 작품이 소설 '일요일 없는 달력'이 돼 나왔다. 미디어제주
40년만에 글을 썼다는 제주홍익여행사 김용각 대표. 첫 작품이 소설 '일요일 없는 달력'이 되어 나왔다. ⓒ미디어제주

그는 제주 관광 활황기에 손을 댔다. 신혼여행객들이 몰려들 때의 제주풍광을 그는 기억한다. 돈을 벌기도 했고, 잃는 경험도 많았다. 소설은 그런 내용은 아니지만, 어쩌면 <일요일 없는 달력>은 그가 살아온 인생의 일부분일지도 모른다.

<일요일 없는 달력>은 ‘나’라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서울의 뚝방촌. 빈민 중의 빈민은 다 모여드는 곳이 뚝방촌이다. 세상의 밑바닥을 경험한 이들과 밑바닥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본거지가 바로 이곳이다. 소설 속 주인공 ‘나’는 뚝방촌에서 인생을 배웠다. 밑바닥의 삶을 배운 게 아니라,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웠다. 소설은 그런 성찰의 과정을 말한다.

“삶의 근원을 말하고 싶었어요. 사람들은 여러 가지 고민을 하는데, 그런 것도 담았답니다. 삶에 대한 의문과 그런 질문들….”

소설은 급성장하던 시대를 담았다. 지금의 어른 세대는 경제성장기를 경험했다. 좋은 경험도 있을테지만, 그렇지 않은 사건은 더 많다. 인간이 파괴되는 모습을 그대로 바라봐야 했던 경험들이 어른 세대에겐 남아 있다. 소설은 그런 시대상의 반영이기도 하다.

“뚝방촌과 인근의 이문동은 격차가 매우 크죠. 왜 부자만 좋은 세상일까라는 의문들이 있죠. 종교도 그랬습니다. 잘 사는 아이들 위주였어요. 그와 같은 세상, 절박한 소년기, 청년기의 모습을 담았어요.”

인간이 추구하는 건 뭘까. 궁극의 행복은 과연 무엇일까. 돈일까? 답은 없다. 개개인의 인간들이 그 답을 지니고 있다. 행복을 누군가가 정의를 내리고, “그처럼 살아라”라고 말할 수는 더더욱 없다. 그는 소설을 통해 그런 답을 찾으려 했다. 마침 코로나19가 더욱 성찰하게 만들었다. 지난해부터 소설 작업을 해왔는데, 코로나19는 여행업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제주도내 여행사들 모두가 그렇다. 역설적이지만 그에겐 코로나 19가 소설을 더 빨리 쓰게 만드는 촉매제로 작용했다.

“코로나19는 인간의 오만을 말하고 있죠. 우리는 그동안 겸손하지 못했어요.”

김용각 대표는 자신의 소설을 통해 사람의 겸손함을 말하고 싶다고 한다. 이왕이면 젊은이들이 읽어주길 바란다. 미디어제주
김용각 대표는 자신의 소설을 통해 사람의 겸손함을 말하고 싶다고 한다. 이왕이면 젊은이들이 읽어주길 바란다. ⓒ미디어제주

그렇다. 겸손이다. 우린 자연을 향해 얼마나 많은 악행을 퍼부었던가. 겸손하지 못한 죄였다. 소설은 전염병에 대해서도 살짝 언급을 하고 있다. 선인들은 그랬다. “겸손하면 흥하고 교만하면 망한다”고.

“앞으로 많은 게 바뀔 겁니다. 결국은 ‘자신’이 주인공이어야 합니다. 교만한 주인공이 아니라 겸손한 주인공이어야 하죠. 세상의 모든 것들은 자신의 의식의 표현입니다. 자신을 통해 세상 모든 걸 긍정적으로 바라볼 때이며, 물론 겸손이 필요합니다.”

소설은 투박하다. 뚝방촌의 그림이 그려지듯, 육두문자도 난무한다. 기성작가를 흉내내기보다는 자신만의 글쓰기여서 그렇다. 그러면서 그는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던졌다. “청년들이 읽었으면 한다”고. 청년들은 고도경제 성장기의 삶을 헤쳐간 이들을 ‘꼰대’로 본다. 그러나 모두다 꼰대인 건 아니다. ‘겸손한 꼰대’를 들어보았는가. 소설은 겸손한 어른세대가 말을 거는 모습이다. 그런 꼰대의 글은 읽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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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라 2020-06-04 15:45:30
흥미로운 책이네요 뚝방촌에서 시작한 이야기 흥미롭습니다 어려운 코로나 시기에 멋지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