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매력있다고 생각하는 것들, 시간과 함께 가는 재료
내가 매력있다고 생각하는 것들, 시간과 함께 가는 재료
  • 미디어제주
  • 승인 2020.05.1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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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건축 [2019년 12월호] 에세이
현혜경 건축사사무소 더현

요즘 많은 사람들이 SNS을 이용한다. 나 또한 적극적으로 그것을 활용한다고 할 수 는 없지만 여러 개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가입되어있다. 얼마 전 우연찮게 가입되어있는 SNS의 내 프로필 사진의 과거부터 요즘까지를 둘러보게 되었다. 어떤 이미지들이 나의 대표 이미지들로 걸려 있었던 걸까? 잠시나마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나의 선호 및 취향을 둘러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프로필 사진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대부분 여행 갔을 때 맘에 드는 사진들을 대표 이미지로 이용했던 거 같다. 그리고 그 사진의 내용은 인물사진도 아니었고, 어떤 유명한 계획가의 건축물 사진도 아니었다. 단지, 시간이 덧댄 흔적이 묻어나는 공간이나 벽면 그리고 그 재료들, 또는 시간과 함께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아름다움으로 느껴지는 그 어떤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렇듯 내가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것들, 내가 선호하는 여행지들은 아직은 개발이 덜된, 또는 앞으로의 가능성이 더 많은 도시, 과거의 시간과 함께 가는 장소들이며, 그리고 그런 공간을 이루는 물질들이다. 과거 여행 갔던 곳 핀란드 수오멘린나 섬이나 말레이시아 페낭의 조지타운, 중국의 여러 내륙지방 여행지들도 여러 많은 여행지 중에서도 이러한 이유들로 내게 좀 더 매력적인 장소로 기억 되는 것 같다.

몇 해 전 내 이름의 사무실을 오픈하고 나의 작업을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을지 생각이 채 정리되기도 전에 이리저리 휩쓸려, 갖고 있던 생각들이 정리되지 못한 채 벌써 4년 반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여기저기 널부러져 각자로 의미를 갖지 못하는 생각들을 지금이라도 조금씩 정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조금씩이라도 어떻게 정리를 하면 좋을까 하는 생각 중에 내 자신이 좋아하는 것부터 그리고 요즘 가장 고민을 많이 하는 것부터 시작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생각들로 고민들만 하던 와중 2017년부터 근 3년 정도 제주도의 건축자산 조사 및 연구 관련 일을 여러 건축하는 분들과 함께 참여하게 되면서 제주도 전역들을 다니며 제주의 민가 뿐만 아니라 1930년대~40년대 건축물부터 80년대 중후반까지 건축물들을 발로 직접 뛰며 보고, 조사하여 기록하는 작업을 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무언가를 위해 직접 발로 뛰며 보고, 조사하고 또 그것을 여러 방법으로 기록한다는 것은 시간적, 물리적 수고스러움을 동반하는 일이지만 현장에서만 얻을 수 있는 가치있는 시간들이라는 것을 몇 년째하면서 요즘 새삼 느끼고 있다. 그리고 건축물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건축물에 가치를 매긴다는 것은 극히 주관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함에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가치가 있는 건축물들은 여러 요인들이 있다. 그 여러 가지 중요하게 차지하는 것 중에 하나가 공간을 이루는 물질에 관한 것일 것이다. 재료의 선택에서부터 쓰임 방식 및 마감의 텍스쳐 등은 건축물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중요한 요인이다.

요즘은 거기에 더해 시간성이라는 축을 더해 바라보려고 노력을 하는 중이다.

6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건축물들을 보면 콘크리트 또는 조적 위 몰탈에 페인트로 마감한 건축물들이 많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노후화가 되면 다시 덧발라 이용하는 건축물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러한 건축물은 그 당시의 사회적, 경제적 요인들로 인해 페인트 마감이라는 손쉽게 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시공되었을 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도장 마감이라는 재료에 시간성이 더해지면서 또 다른 의미의 가치로 평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시간과 함께 갈 수 있는 재료라는 측면에서 그 재료의 가치를 요즘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덧대고 보수되는 특성을 갖고 있으며, 그러한 과정들을 거치며 시간의 흔적을 담아낸다. 그리고 이런 흔적들은 세월이 흐를수록 자연스러움이라는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렇다고 페인트 마감을 권한다거나 조건없이 좋아한다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처음 건축물이 지어질 때의 이쁨뿐만 아니라 건축물이 나이 들어감에 따라 변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먼저 고민해야 할 요소라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 재료에 때가 묻고 부식 또는 변형되는 것에 대한 생각들, 다시 말해 단순히 오물 및 때만의 얼룩진 건축물이 아니라 우리가 나이가 들어 나이에 맞게 성숙해 가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원하듯이 건축물들도 세월이 흘러 그 시간의 흔적을 담아 낼 수 있는 재료로 지어질 때 자연스런 아름다움이 생길 거라 생각한다. 즉 시간과 함께 가는 재료야말로 앞으로 보다 좋은 가치의 건축물을 만드는데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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