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를 다이어트 했더니 삶의 질이 좋아졌네요”
“도로를 다이어트 했더니 삶의 질이 좋아졌네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0.05.08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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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초록을 원해요]
⑥ 서울시의 ‘도로 다이어트’ 사례

2016년 사업지구 만족도 46.5에서 79.3점
‘보행친화 공간’이라는 운전자 의식 높아져
“제주도인 경우도 행정이 적극 보여줘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도시가 건강해지려면 거기에 사는 사람들의 만족도가 높아야 한다. 만족도는 어떻게 하면 높아질까. 건물을 많이 세우면 될까. 도로를 많이 내면 될까. 개발 위주의 정책이 삶의 만족도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건 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길을 내고, 높은 건물을 짓는 일을 ‘도시화’라는 미명으로 행하고 있다.

제주 곳곳은 도시화라는 이름으로 예전의 모습이 많이 사라졌다. 문제는 그 도시화가 삶의 질과 연계되지 않고 있다. ‘사람’이 우선이어야 하는데, 모든 정책은 ‘차량’ 우선으로 진행되어서 그렇다. 제주도내 어디를 가나 도로는 넓혀진다. 대신 사람이 걸어 다니는 인도는 좁아진다. 더 웃긴 일은 인도를 좁히면서 가로수도 뽑혀 나간다. 과연 삶의 질이 좋아졌다고 할 수 있을까.

특히 인도와 차도의 경계가 없는 ‘보차겸용 도로’는 더욱 심하다. 사람이 다니는 공간은 없고, 죄다 차량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행정은 차량을 쉽게 오가게 해준다면서 인도를 좁히고 도로를 내준다. 넓어진 도로 곁은 당연히 차량 몫이다.

사람이 차량을 몬다지만, 그건 행위일 뿐이다. 삶의 질은 차에 탔을 때가 아닌, 차량을 벗어난 존재일 때 알게 된다. 걸어가는 사람이 차량에 지위를 내주는 일은, 행복을 겁탈당하는 일이다. 우린 그걸 숱하게 보고 있다. 서귀포시 도시 우회도로를 향해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쯤에서 서울에서 진행되고 있는 ‘도로 다이어트’를 들여다본다. 서울은 지난 2013년부터 차근차근 도로 다이어트를 해왔다. 도로 다이어트는 차량 위주의 도시화에 대한 반발이자, 인간성의 회복이다.

도로 다이어트 개념은 1970년대부터 논의가 되어왔다.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이다. 미국의 도로 다이어트는 1979년 몬태나주의 작은 도시인 빌링스에서 시작됐다. 미국이 도로 다이어트를 한 이유는 간단하다. 자동차에 의존하는 미국 사회는 무분별한 도시화로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켜왔기 때문이다. 자동차에 의존하는 삶이 전부가 아니라,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뤄야 하는 삶이 진정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인식을 하면서이다.

서울 관악구 관악로30길 사업 전후 모습. 2017 서울시 도로 다이어트 현황과 평가
서울 관악구 관악로30길 사업 전후 모습. ⓒ2017 서울시 도로 다이어트 현황과 평가

서울시가 지난 2017년 펴낸 <서울시 도로 다이어트 현황과 평가> 연구보고서를 참고하면 도로 다이어트가 삶의 질과 어떻게 연관이 되는지 쉽게 이해 가능하다.

보고서는 서울시의 도로 다이어트를 “자동차 중심의 도시 공간을 사람 중심의 도시 공간으로 재편하는 대표적인 보행환경 개선 사업 중 하나이다. 기본적으로 도로 다이어트는 차로 수와 차로 폭을 축소하고 보도를 새로 설치하거나 보도를 확장하는 사업이다”고 정의를 내린다.

보고서는 2016년에 사업이 진행된 5개 지구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사업의 만족도를 물은 결과 사업 시행 전 46.5점이던 5개 지구 평균 만족도는 79.3점으로 향상됐다. 사업 이전 만족도가 가장 낮았던 송파구는 40.9점에서 사업 이후 89.4점으로 급등했다.

도로 다이어트는 걷는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5개 대상지의 평균 점수는 80.3점이며, 송파구는 100점 만점에 94.8점을 보였다. 차량 때문에 멀리 돌아가야 했으나, 횡단보도를 적절하게 시설함으로써 보행 편의성을 개선한 역할이 컸다.

운전자는 어떨까. 우선 운전자는 이중적인 얼굴을 하고 있다. 자신이 차량에 탑승했을 때는 차량 위주를 선호하고, 자신이 보행자가 됐을 때는 운전자를 욕하는 게 현실 아닌가. 2016년 서울의 도로 다이어트 사업에 대해 운전자는 어떤 반응이었을까. 도로 다이어트 사업지구를 ‘보행친화 공간’으로 인식하는 운전자는 사업 이전 67점에서 사업 이후 72.3점으로 높아졌다. 운전자 의식도 변화되고 있음을 ‘도로 다이어트’가 그대로 보여준다.

도로 다이어트는 사람 중심의 가치를 실현하자는 선언의 일부이다. 반면 도로 개설은 무조건 차량 중심의 사고방식이다. 이젠 제주지역도 사고를 전환할 때가 됐다. 좀 더 자연친화적이면서 사람 중심인 도로를 만들려는 의지는 행정이 우선적으로 보여줘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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