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라는데... "현실은 어떤가요"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라는데... "현실은 어떤가요"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0.05.05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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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제5·6차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 대한민국 아동보고서' 발간

유엔아동권리위원회, "한국, GDP 성장률 비해 아동권리관련 예산 낮아"
아동권리스스로지킴이, "국가보고서 내용과 현실 달라, 새 해결책 필요"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세상 근심 덮고, 즐겁게 뛰어놀 권리. 어린이라면 누구나 가질 권리다.

유엔아동권리협약 31조에 따르면, “어린이는 충분히 쉬고, 놀 권리가 있다”.

우리나라도 이에 따라 아동복지법으로 어린이 인권을 보호한다. 특히 아동복지법 제6조에 따르면, “어린이에 대한 사랑과 보호의 정신을 높임으로써 이들을 옳고 아름답고 슬기로우며 씩씩하게 자라나도록 하기 위하여 매년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하며, 5월 1일부터 5월 7일까지를 어린이주간으로 한다”라고 나와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어린이의 ‘놀 권리’보다는, ‘미래를 위한 준비’라는 이유로 주입식 교육과 선행학습이 강조되는 현실이다.

아무리 공교육에서 객관식 문답을 지양하고, 주관식 문답과 수행평가를 강조하고 있다지만. 서열화된 고등학교, 대학교 입시 문화를 바꾸지 않는 이상 아동의 ‘놀 권리’는 온전히 보장받기 힘든 시스템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유니세프(unicef)가 발간한 ‘한국이 지켜야 할 어린이를 위한 약속, 유엔아동권리위원회 권고사항’, 그리고 ‘제5·6차 유엔아동권리협약 국가보고서’와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고, 우리가 잊고 있던 ‘아이들의 놀 권리’를 되새겨보자.

 

아동권리협약이란?

 

먼저, 아동권리협약이란, 영어로 CRC(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라고 표기한다. 18세 미만 어린이의 모든 권리를 담은 국제적인 약속이다.

아동권리협약은 1989년 11월 20일 유엔에서 만장일치로 의결돼 2015년 기준 한국을 포함한 196개 나라가 이를 지키기로 약속했다. 이는 전 세계적에 존재하는 수많은 협약 중, 가장 많은 나라의 지지를 받고 있는 협약에 속한다.

주목할 점은 아동권리협약을 지키기로 약속한 나라는 협약 2년 후에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 ‘협약 이행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5년마다 한 번씩 ‘협약 이행 보고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1년 11월 20일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약속)한 뒤, 정부와 민간단체 등에서 협약 이행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다. 정부에서 가장 최근에 제출한 보고서는 지난 2017년 발간한 ‘제5·6차 유엔아동권리협약 국가보고서(이하 ‘국가보고서’)’다.

이에 대해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의 협약 이행 상황에 대해 우려와 제안을 담은 권고사항을 보고서별로 총 네 차례 전달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 “한국의 아동 권리 관련 예산, 증액 필요해”

앞서 언급했듯 한국이 가장 최근에 발간한 ‘협약 이행 보고서’는 2017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 제출한 ‘제5·6차 유엔아동권리협약 국가보고서’다.

이 국가보고서에는 아동에 대한 차별 금지, 의견 존중, 사상·양심·종교의 자유, 표현·결사·집회의 자유, 복지, 교육과 여가 등과 관련된 국내 실태 조사 내용이 담겨 있다.

그리고 보건복지부·교육부·외교부·법무부 등 관계부처로 구성된 정부대표단은 2019년 9월 18일부터 19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 참석, 위원들로부터 국가보고서에 대한 심의를 받았다.

이후 2019년 10월 3일,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국가보고서에 대한 심의 결과를 위원회 누리집 웹페이지에 게재하며 '최종견해문' 내용을 공개했다.

이 ‘최종견해문’에서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당사국(한국)의 아동 관련 예산이 GDP(국내총생산, Gross Domestic Prodect)에 비례하여 증가하지 않았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라며, 어린이 권리 실현을 위한 공공 예산을 좀더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성장한 경제규모에 비해 아동 인권을 위한 예산이 낮은 상태라는 의미다.

또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경제적으로 소외된 아동, 장애아동, 이주아동 등이 차별을 경험하고 있는 점 △높은 아동 자살률과 가정 내 아동 학대 발생률 △지나치게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 환경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만 13세 미만으로 낮출는 제안 등에 대해 우려의 입장을 표했다.

이에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아래와 같은 권고 사항을 최종 주문했다.

△차별금지법 제정 △아동 자살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 강화 △모든 체벌의 명시적 금지 △교육 시스템 경쟁 완화 △형사 미성년자 연령의 만 14세 미만 유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위한 충분한 구제·배상 △보편적 아동등록제의 도입 △베이비박스 금지와 그 대안으로 익명 출산제의 검토 △성매매 연관 아동에 대한 보호 처분 폐지 및 피해자 대우 △아동의 이민자 수용소 구금 금지 △이주아동에 대한 자료수집 및 지원 강화

우리 정부는 이 권고 사항에 대한 후속 조치를 담은 제7차 국가보고서를 2024년 12월까지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아동권리스스로지킴이, “국가보고서 내용과 현실, 매우 달라”

아동권리스스로지킴이가 발간한 '제5·6차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 대한민국 아동보고서' 내용 중 일부.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학생이 직접 그린 그림이다.

‘아동권리스스로지킴이’는 한국 정부의 ‘제5·6차 유엔아동권리협약 국가보고서’ 내용이 현실과 매우 다르다고 지적한다.

이는 아동권리스스로킴이가 발간한 ‘제5·6차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 대한민국 아동보고서’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이 보고서는 국제아동인권센터와 유니세트판국위원회,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지원 하에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전국의 만 10세에서 18세 아동 394명의 활동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현장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녹아있는 이 보고서 제작에 참여한 아동들은 국내 교육 환경에 대해 “교육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라고 밝힌다. 또 이들 아동(청소년)들은 국가보고서에 나온 ‘아동의 놀 권리 해결책’이 현실과 맞지 않다고 말한다.

과연 어떤 내용이 현실과 다른 걸까. 이들이 제기한 문제점 중 대표적인 세 가지 사항을 살펴보자.

 

1. 아동의 ‘놀 권리’ 확보 위한 정부의 해결책은 ‘잘못된 접근 방식’

정부는 국가보고서를 통해 이렇게 밝힌다. 2014년 청소년의 주당 평균 여가생활 시간은 4시간 33분. 2004년보다 12분 감소한 수치라고 한다. 그리고 정부는 이를 위한 해결책으로 수련시설, 아동의 참여형 놀이터 등 여가시설 확대 운영 등을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정부의 해결책이 아동의 시각에선 ‘잘못된 접근 방식’으로 비춰진다는 것이다.

아동권리스스로지킴이는 “정부의 해결책은 놀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가장 큰 원인과는 다른 방향을 취하고 있다”면서 “설문조사에서 놀 권리가 지켜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과도한 학구열(50.8%)’”이라고 밝혔다. 반면, 정부가 밝힌 놀이문화 교육이나 놀이(환경) 시설은 각각 3.0%, 4.4%로 낮은 비율을 보여, 진정한 아동의 ‘놀 권리’ 확보를 위해선, 과도한 학구열을 조장하는 교육 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 학생부 위주 대입전형체계, 입시제도 문제점 해결 어려워

국가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2017년부터 취약계층 아동, 장애인, 농어촌학생, 저소득층, 특성화고 졸업재직자 등 모두에게 대학 교육의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기 위해 ‘고른기회전형’ 확대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아동권리스스로지킴이는 이러한 대입전형체계가 “아동의 부담을 줄이고, 입시제도의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라고 밝히고 있다. 입학사정관제도에 유리한 수상 기회를 성적이 우수한 아동에게 우선적으로 제공하거나, 교사들이 그런 아동에게만 대학 진학 추천서를 써주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아동권리스스로지킴이는 “집필진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많은 아동들(64.7%)이 대한민국의 입시제도가 아동의 인성과 능력 등을 고려 및 존중하지 않는다고 느꼈다”라며, “성적지상주의는 지속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주관식 응답에는 “성적이야 자신이 열심히 공부하면 되지만 그 외적인 부분(자소서, 면접 등)은 정보력, 학교이름, 학원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학교마다 다른 애매모호한 기준, 사교육 조장과 거금을 들인 학생부 작성, 비리에 취약한 구조와 학생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대학” 등의 답변도 있었다.

이에 아동권리스스로지킴이는 보고서를 통해 “제도권 교육 밖에 있는 아동들은 대입 정보 및 진학지도를 받기도 어렵다”며, “교육의 주체인 아동이 직접 입시정책의 수립 절차에 참여하고, 의견을 표현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3. 사교육비, 국가보고서 분석과 달리 증가하는 모양새

국가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초,중,고등학교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5만6000원. 이는 2011년 이후 소폭 증가하는 모양새다. 사교육 참여율은 67.8%로, 2011년 이후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 있다.

하지만 아동권리스스로지킴이가 제시한 조사 결과(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17.03.14)에 따르면 국가보고서의 자료는 사교육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까지 포함한 수치다.

만약 사교육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을 제외하고, 사교육을 받는 학생만을 대상으로 조사할 경우. 월평균 1인 학생당 사교육비는 37만800원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또 고등학생의 경우, 약 50만원을 한 달 사교육비로 지출하는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이에 대해 아동권리스스로지킴이는 “정부는 선행학습의 관행을 근절하여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이루고, 사교육비를 경감하기 위해 ‘사교육 경감 및 공교육 정상화 대책’을 수립하였다고 언급하였으나, (아동권리스스로지킴이 조사 결과) 학생 660중 261명은 학교에서 선행학습을 전제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교육과 별개로 사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한 학생들의 주관식 응답 중에는 “학교는 학생들이 이미 선행학습을 했다는 전제하에 가르치므로 수업 내용이 매우 가볍지만, 시험이 어렵기 때문에 사교육의 필요성을 느낀다”, 스스로 문제에 대하여 고찰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한데 사교육으로 인하여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등의 내용이 있었다.

이와 관련, 아동권리스스로지킴이는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법률은 제정되었으나, 과연 실질적인 변화를 불러오고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과열된 사교육을 정부가 제대로 억제하지 못하고 있고, 이로 인해 스트레스 증가와 수면 부족 등 아동의 권리 침해가 직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밖에도 아동권리스스로지킴이는 보고서를 통해 △진로체험교육이 필요한데, 자유학기제는 대부분 강연 듣기 위주라 실질적인 체험교육이 불가능한 점 △도시와 농어촌 지역 간 진로체험교육의 격차가 심한 점 △학생인권조례에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없는 점 등을 교육 현장의 문제로 거론하고 있다.

결국, 아동권리스스로지킴이가 지적하는 교육 현장의 문제점은 한 가지로 귀결된다. 입시 위주의 교육을 지양하고, 아동이 행복할 권리. ‘놀 권리’가 제대로 갖춰진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과연,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닌’, '아이들의 놀 권리가 보장된' 사회일까.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모두가 고민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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