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지 않을 사업에 도전했다가 도민 세금만 축내”
“되지 않을 사업에 도전했다가 도민 세금만 축내”
  • 김형훈
  • 승인 2020.04.24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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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판단 착오가 부른 제주관광공사 시내면세점

2016년 개장 이후 2년간 153억원 영업손실 기록

롯데와 신라면세점 등 세계 10’에 무모한 도전

중국인 관광객 수치에 매몰돼 제대로 된 판단 못해

대기업 제외하면 수백억 적자 기록한 면세점도 있어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실수는 누구나 하는 법. 일을 처리하다 보면 다 그런 법이다. 실수는 집안에서도 일어나고, 직장에서도 종종 생긴다. 심지어는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때문에 실수가 두려워서 움츠리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고 일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실수를 최대한 줄이려면 ‘오판’이나 ‘착오’를 해서는 안된다. 가능한 일인지 따져보고 일을 해야 한다.

4년의 도전 끝에 막을 내린 제주관광공사 시내면세점은 과연 가능한 일에 도전을 했는지 의문이다. 제주관광공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사업을 대행하면서 일을 꾸린다. 다른 말로 하면 제주도민들이 낸 세금으로 운영된다. 제주관광공사 시내면세점은 지난 2016년 2월 개장 이후 4년간 15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4년간 단 한 차례의 흑자도 없었다.

제주관광공사는 시내면세점에 왜 도전을 했을까. 도민 세금을 축내는 일이라면 자신감이 충만했을텐데 말이다.

사실, ‘계란으로 바위치기’ 도전이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착각이었다. 제주관광공사가 시내면세점을 만들기 이전에, 기존 서울에서 영업하고 있는 면세점 현황을 잘 들여만 봤어도 무모한 도전을 하지 않았을텐데 아쉽다.

제주관광공사는 세계 톱 10에 드는 롯데와 신라면세점을 바라보고, 그들을 경쟁상대로 여긴 게 잘못이었다. 관세청이 2015년에 내놓은 <보세판매장 특허기준 개선을 위한 연구>를 보면, 제주관광공사의 행동은 무모했음을 보여준다.

제주관광공사는 단순하게 생각한 듯하다. 중국인 관광객이 물밀 듯이 들어오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판단을 한 모양이다. 제주관광공사가 시내면세점 특허를 따낸 건 2015년 7월이다. 제주관광공사는 준비기간을 거쳐 이듬해인 2016년 2월, 중국인을 겨냥한 시내면세점을 오픈했다.

제주관광공사가 면허를 따낸 2015년은 2014년보다는 못하지만 중국인들의 물결이 이어지던 때였다. 참고로 2014년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612만명이었고, 제주도에 들른 중국인 관광객은 285만명이었다.

이렇게 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들어왔으니 면세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당연히 생각을 했을 만하다. 그런데 그게 오판이었다.

앞서 얘기한 관세청의 연구 자료를 보면 중국인 관광객이 최정점에 달할 때인 2014년 국내 주요 면세점의 영업이익 합계는 5525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의 대부분은 롯데와 신라의 몫이었다. 다른 곳은 많아야 92억원, 한해에 206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하는 곳도 있었다. 드러난 수치가 거짓말을 하진 않는다.

제주관광공사가 시내면세점에 도전을 한다고 했을 때, 제주엔 역시 세계 톱10에 드는 롯데와 신라면세점이 버티고 있었다. 제주관광공사는 두 면세점이 있는 제주시 지역을 피해 서귀포에 둥지를 틀고 도전을 했다. 4년만에 막을 내리는 시내면세점의 서막이었다.

중국인 관광객은 물밀 듯이 들어오는데 왜 장사가 안됐을까. 이것저것 따져 볼 것도 없다. 대기업과의 경쟁은 처음부터 무모했다. 관세청의 연구 자료에서 보듯, 이미 답은 나와 있었다. 면세점에 브랜드를 입점시켜야 하는데, 롯데와 신라면세점과 상대가 될 수 없다. 적자가 생길 경우엔 자금력으로 승부를 걸 수 있느냐? 제주관광공사는 그럴 수도 없다. 어쨌든 가능하지 않은 일에 도전을 했고, 결국은 실패로 귀결됐다.

문제는 책임을 질 사람들이 없다. 당시 시내면세점을 추진했던 사장과 본부장은 떠나고 없다. 당연히 되지도 않을 일을 추진하고 나서 ‘나몰라라’ 하고 떠나버렸으니 어찌할꼬. 제주관광공사 시내면세점은 ‘도민 세금 153억원을 축낸 사업’이라는 꼬리표를 영원히 달고 가게 됐다. 책임질 사람이 없으니 다음부터 사업을 할 때는 가능한지 여부부터 따지라고 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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