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21:53 (금)
“여전히 제주4.3은 잘 몰라요. 저희들이 알릴게요”
“여전히 제주4.3은 잘 몰라요. 저희들이 알릴게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0.04.13 14: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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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4.3 티셔츠 디자인한 이동건·김연준 학생

제주도민 아픔 공감하고 더 알고 싶어 제주에 와
“4.3 모르는 어른 세대들에게도 알리는 작업 지속”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4월만 생각하면 눈물짓는 사람들이 있다. 가까이는 내 가족이 그렇다. 돌아가신 할아버지, 삼촌들, 숙모들. 여전히 행방불명인 큰아버지까지. 그래도 다행인 건 4.3을 기억해주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4.3은 긴 어둠의 터널을 뚫고 나왔다. 밝은 빛을 본 건 4.3의 긴 역사에 비하면 여전히 짧다. 모르는 이들이 많다. 제주사람이 아닌, 다른 지역의 청년층이나 중·장년들에게 4.3은 여전히 기억되지 않은 역사일 뿐이다. 그나마 올해부터 중·고교 역사 교과서에 변화가 생기면서 학생들도 4.3을 더 자세히 알게 됐다는 점이 위안이랄까.

제주4.3을 이렇게 머물게 하지 말고 전국화, 세계화를 시키자고 나선 건 70주년 때부터였다. 그 물결은 조금씩 일어났고, 큰 파도가 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마침 서울에 있는 학생들이 4.3을 알리는 작업을 해왔다. 서울 강서구에 있는 마곡중 학생들이다. 혁신학교인 마곡중은 교내 활동은 물론, 밖으로도 4.3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마곡중은 올해는 티셔츠를 직접 제작하며 4.3을 알리는 일에 매달렸다. 그들이 제작한 티셔츠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에 전달되기도 했다. 교육청에 전달된 티셔츠는 제주4.3평화재단에도 일부 전해졌다.

제주4.3의 제 이름을 찾자는 티셔츠를 제작한 학생들. 왼쪽부터 이동건, 김연준. 미디어제주
제주4.3의 제 이름을 찾자는 티셔츠를 제작한 학생들. 왼쪽부터 이동건, 김연준. ⓒ미디어제주
이동건 김연준 학생이 디자인 한 4.3 티셔츠. 뒷면에 4.3 이름을 찾자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미디어제주
이동건 김연준 학생이 디자인 한 4.3 티셔츠. 뒷면에 4.3 이름을 찾자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미디어제주

티셔츠를 디자인한 학생들은 누굴까. 궁금하던 차에 학생들이 13일 제주를 직접 찾았다. 코로나19 와중이지만 4월의 4.3을 기억하고, 제주도민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더 알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티셔츠 디자인을 할 때만 하더라도 중학교 3학년이었지만, 몇 개월 사이에 고등학교 1학년이 됐다. 기자를 만난 친구들은 이동건(명덕고) 김연준(마포고) 학생이다. 두 친구는 4.3평화공원을 시작으로, 너븐숭이4.3기념관, 무명천 진아영 할머니 삶터, 섯알오름 등을 돌아보는 일정에 돌입했다.

이동건, 김연준 학생이 4.3을 접한 건 지난해라고 한다. 지난해 1월 제주도에 평화기행을 오고, 올해 또다시 평화기행을 왔다. 만날 때마다 4.3은 달랐다. 처음엔 뭔지도 몰랐다가 차츰 제주에 올수록 더 공부를 하게 됐다고 한다.

특히 두 학생이 디자인 한 티셔츠 뒷면은 영문으로 쓴 글귀가 눈을 자극한다. “제발, 4.3 이름을 찾아주세요.(Please find the name of jeju 4.3)”

4.3 이름을 찾는 일은 ‘정명(正名)’이다. 지금까지 제주4.3은 올바른 이름도 얻지 못했다. 군사정권 때는 ‘폭동’이라는 이름을 달았다가 지금은 그나마 순화된 ‘사건’으로 불린다. 제주도 학생들도 감히 용기를 내서 말하지 못하는 ‘정명’을 중학생들이 말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은 고교생이 되었지만. 왜 제주4.3에 이름을 붙이자고 말하고 있을까. 이동건 학생은 다음처럼 말한다.

“지난해 처음 백비를 봤을 때는 그냥 이름없는 비석이구나 했어요. 그러다 4.3을 알리는 활동을 시작했고, 4.3 행사 때가 아니더라도 입을 수 있는 옷은 없을까 생각을 하다가 티셔츠 도안을 했어요. 그때 백비가 떠올랐어요. 이름없는 백비말이죠. 사람들이 뭔가를 볼 때는 이름이 떠오르잖아요. 그래서 4.3의 제 이름을 찾아보자며 문구를 넣게 됐어요. ‘정명’을 해주세요.”

4.3을 어른들에게도 알리는 작업을 하겠다는 학생들. ⓒ미디어제주
4.3을 어른들에게도 알리는 작업을 하겠다는 학생들. ⓒ미디어제주

그들이 만든 티셔츠는 올해 4월 3일 광화문 행사장에도 뿌려졌다. 범국민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이들을 포함해 이날 하루 50벌 넘게 나갔다고 한다. 곧 여름철을 앞두고 티셔츠는 또다른 변신을 할 준비를 마쳤다. 이미 다른 디자인을 진행중이다. 여름 반팔을 입고 4.3을 자연스레 알리는 그런 작업을 하는 고교생들이다.

“둘이 작업중이죠. 행사 때만 입는 게 아니라 아무 때나 입게 말이죠. 연중 사계절 입을 수 있게 디자인을 하고 있어요.”

혹시 판매를 하느냐는 질문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자체적으로 ‘PAON’이라는 브랜드 네이밍을 했지만 4.3을 그런 쪽으로 활용하지 않는 아이들이다.

“4.3 피해를 제대로 알리고, 이름을 찾자고 시작한 것일 뿐입니다. 판매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질 않았는걸요.”

4.3을 알고 싶어 하던 아이들은 그들이 만든 티셔츠를 보면 감회가 남다르다고 한다. 그들의 디자인을 통해 4.3을 더 알리는데 일조를 한다는 생각에서다.

두 친구 가운데 김연준 학생은 제주와 인연이 있다. 자신의 친할머니가 제주 출신으로 4.3의 피해자라고 한다. 당시 제주읍 노형리 출신으로, 할머니의 가족들도 피해를 봤다고 한다. 김연준 학생은 할머니랑 제주에 들르곤 했다.

“저도 처음엔 4.3에 대한 지식이 없었어요. 알고 보니 친할머니가 4.3 피해자였어요. 제주읍에서 가장 피해가 많던 노형리 출신이랍니다. 제가 아는 것보다 더 4.3을 알고 싶어서 제주에 왔어요.”

두 학생은 고교에 올라가며 학교가 다르다 보니 만날 일은 예전보다 줄었지만 4.3 알리기는 지속적으로 할 계획이란다. 동아리 활동을 하거나 강서구 고교 연합회(명덕고·마포고는 현재 강서구에 포함돼 있다) 활동을 하면서 4.3을 알리는 작업을 한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또래에게도 알리지만 더 중요한 건 제주4.3을 모르는 어른들이다.

13일 제주4.3평화재단 양조훈 이사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동건 김연준 학생. 미디어제주
13일 제주4.3평화재단 양조훈 이사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동건 김연준 학생. ⓒ미디어제주

“제주4.3은 위안부 문제 등 다른 것에 비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어요. 아직도 부모님이나 다른 어른들은 학교에서 제대로 4.3을 배우지 않았거든요. 특별법도 없던 시대였고, 4.3에 대해서 막아놓던 시절이었잖아요. 이젠 4.3도 다른 사건처럼 알려지고, 많은 이들이 추모하는 그런 4.3이 되길 바라죠.”

한편 두 학생은 13일 오전 제주4.3평화재단을 먼저 들러 양조훈 이사장을 만난 뒤 그들이 제작한 티셔츠를 전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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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2020-04-13 18:45:27
이런 학생들이 점점 많아 지는걸 보면 4.3의 미래가 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