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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공동주택 사례 연구_제원아파트 II
제주 공동주택 사례 연구_제원아파트 II
  • 김형훈
  • 승인 2020.04.10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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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건축 [2019년 10월호] 건축연구
김태성 / 제주특별자치도건축사회 연구위원회 위원·(주)티에스에이건축사사무소

배치검토

아래의 도면은 주차대수의 증가로 놀이터 및 조경공간이 많이 훼손된 현재의 실측도면이다.

원래는 기본적으로 2개의 동 사이 마다 1개의 작은 놀이터 또는 조경공간이 있었다. 그리고 전체 단지중앙에 큰 규모의 어린이놀이터가 있다. 당시 필요한 주차장 대수가 작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현대(주차를 지하로 계획하고, 지상에 옥외공간을 조성하는 최근의 아파트 설계 이전)의 아파트 단지설계보다 확실히 놀이터 비중이 높았다. 이는 당시 서울의 주요 단지형 아파트와 비교 했을 때에도 훨씬 높은 비율이며, 제원아파트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단지 전체에 담장은 없으며, 초기에는 50cm 정도의 낮은 수목으로 경계의 역할을 했으며, 단지 외부 도로와의 연결이 쉽게 고려되었다. 단지의 출입구 또는 주차차단기도 없다.

단지 가운데에 메인 상가동이 있었으며, 1차 단지에도 추가로 1층에 작은 상가가 배치되었다. 이 부분이 최근의 단지형 아파트 설계와 다른 특이한 부분이다. 통상적으로 아파트의 근생시설을 도로변, 단지입구변으로 집중 배치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단지를 동서로 관통하는 10미터 도로가 단지내 도로가 아니라 공용의 도로이기 때문임은 분명하다.

각 단지를 관통하는 도로를 포함하여 1,2,3차 단지를 나누었지만, 지번은 6개로 되어있고, 건축물대장은 3개의 표제부로 되어 있다. 당시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서라고 추측은 되지만 정확한 사유는 알 수 없다. 그 사유야 어쨌든 이러한 특징 때문에 이 대단지 아파트는 도시 속에서 단절되어 있지 않고, 주변으로 열려있는 단지가 되었다. 최근의 아파트가 그들만의 아파트로 도시 내에서 고립되는 사회적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데 이 부분이 많이 다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최근의 아파트 단지설계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연속성을 갖는 녹지공간’을 갖지 못하는 단점이 발생하기도 하였고, 당시에는 중요하지 않았던 보행동선과 차량동선의 분리개념에도 악영향을 끼쳐 시간이 흐른 지금에는 큰 문제점으로 인지될 수도 있다.

동(棟)플랜

전형적인 남향 계단식 판상형이며 기본적으로 6호조합으로 구성되었고, 일부 4호조합, 8호조합이 섞여 있다. 한 개 동의 길이는 50미터가 가장 많고, 최대 63미터로 구성되었다.

현재의 아파트 동플랜은 주차장의 위치 및 이에 따른 주출입 동선을 고려해 주출입(계단실) 위치가 결정되어야 하는 게 일반적인데, 2차 단지만 이 부분이 고려되었고, 1차, 3차 단지는 이를 고려하지 않고 주출입(계단실)이 구성되었다. 이 부분은 당시 개인 차량이 많지 않아서 주차장과의 동선에 대한 고민이 적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개인적인 생각인데, 남향에 주출입(계단실)을 구성하는 것은 평면구성에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제원아파트 뿐만 아니라 이 시기의 많은 비율의 아파트는 이렇게 구성되어 있고, 그 이유는 지금보다 더 강한 풍수지리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 북쪽으로의 출입을 꺼리는 문화가 지금보다 조금 더 강했을 것이다.

평면검토

한국의 초기 아파트 평면에서는 연탄난방이 부엌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식사공간이 부엌과 인접하기 어려웠던 우리의 주거생활상이 반영되어 부엌은 개방되지 않았고, 식당 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지 않았다. 이후 주거생활상이 변화됨에 따라 식당이 개방되고, 거실과 식당 및 주방을 일직선에 위치시켜 심리적 공간의 확대감을 구상한 일명 LDK 구성이 시작된다. 제원아파트 역시 이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인 평면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주방/식당에 아코디언 주름문이 설치되었는데, 이는 주방의 개방성에 대한 입주자의 선택을 주어 개방에 대한 과도기적 양상을 보여준다고 판단된다.

참조된 평면도를 보면 90년대까지 오랫동안 유지된 아파트 평면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데, 다만, 24평형과 35평형 둘다 부부침실의 폭과 거실의 폭을 정확히 동일하게 설계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최근의 아파트가 거실을 가장 중요한 생활공간으로 사용하며 그 면적이 증대된 것과 비교하면, 다기능 공간이었던 안방의 역할이 여전히 남아있는 평면 구성이라고 볼 수 있다.

35평형은 그 시대를 고려했을 때 대형평형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이러한 대형평형의 특징은 당시의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한 주방에서 출입하는 식모방이 존재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으로 존재한다. 박철수의 <거주 박물지>에 따르면 “1970년대에 들어서 중산층 아파트 본격 출현하면서 일종의 규범을 만들게 되었는데 30평형 규모를 경계로 식모방이 있고 없음이 관행으로 굳었다”라고 하였다. 제원아파트에도 35평형에만 반영되었고, 6.72㎡의 크기를 가졌다.

쓰레기 배출구

더스트 슈트라 불리었던 이 시설은 공영주택건설기준령(1971.2.19.) 제7조 ‘아파트의 경우는 욕실을 전용으로 두고, 더스트 슈트를 전용 또는 공용으로 설치하여야 한다’는 규정으로 의무화되었다. (1991년에 위생, 화재 등의 문제점으로 이 규정이 삭제되었고, 쓰레기 분리수거정책이 시작되었다.) 제원아파트는 모든 세대의 다목적실에 더스트 슈트(쓰레기 배출구)가 설치되어 있는 방식이다. 1층 다목적실 하부에 위치하며, 지면보다 약 1미터 정도 내려간 지하집하장에 쓰레기가 모이는 방식이었고, 쓰레기 수거용차가 거의 매일 쓰레기를 퍼내갔던 것으로 기억된다.

 

도면자료제공 : 주식회사 바로구조. 김은태

참고논문 : 중산층 아파트의 특성에 관한 연구, 서울시립대학교, 권이철, 2016.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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