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기간에만 신고 … 70여년 맺힌 한 언제 풀리나?”
“지정기간에만 신고 … 70여년 맺힌 한 언제 풀리나?”
  • 미디어제주
  • 승인 2020.03.2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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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72주년 제주인기협 기획] 남은 과제는?
③ 희생자‧유족 신고 상설화와 트라우마센터 법제화

정권이 바뀌고 대통령이 4.3추념식에 참가해 제주도민에게 사과하고, 위로하면서 제주4.3에 대해 훈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배보상, 수형인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유족 신고 상설화, 지속적인 유해발굴, 4.3 책임규명 등 아직도 갈길이 멀다. 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는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와 공동으로 제주4.3 72주년을 맞아 5회에 걸쳐 4.3 기획보도를 싣는다. /편집자주

[제주투데이 김재훈 기자] 제주4·3 희생자 및 유족들이 언제든 추가적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상설신고 제도를 법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지 오래다. 이런 바람을 제주 지역 정치인들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당장 원희룡 제주도지사만 보더라도 4·3 피해자와 유족, 도민에게 상설신고 법제화를 약속했다. 원 지사는 2015년 4월 3일 개최된 제67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4·3희생자 상설신고 시스템을 법제화 하겠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이를 위해 정부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여의 시간이 흐른 현재까지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피해자 및 유족들은 ‘추가신고’ 제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어 불편을 겪고 있다. 긴 세월이 지나는 동안 생존 피해자는 물론, 유족들도 노환 등으로 인해 세상을 떠난 경우가 많다. 상설 신고 법제화를 통해 언제든 추가 신고를 할 수 있도록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2월 6일 제175차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실무위원회(위원장 원희룡 도지사)’ 회의가 열렸다. 지난 2018년 제6차 추가신고 기간에 접수된 희생자 및 유족에 대한 마무리 심사 자리였다. 

이날 회의에 참가한 실무위원들은 개인적인 사유, 제도적 미비점 등으로 아직도 신고를 하지 못한 희생자나 유족이 많다고 판단하고,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서는 이같은 미신고자들을 구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일치를 보았다. 

그러면서 제7차 추가신고 기간을 연장 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에 4·3특별법 시행령 개정을 촉구하기로 했다. 현재 행안부는 추가신고 기간 연장을 검토 중이다.
 
제6차 추가신고기간(‘18.1.1~12.31)에 신고, 접수 제주 4·3희생자 및 유족은 희생자 326명, 유족 21,513명으로 총 21,839명에 달한다. 이에 대한 4·3실무위원회 차원의 심사는 마무리되었었다. 제주4·3중앙위원회는 27일 4·3실무위원회에서 심사한 8059명에 대해 ‘제주4·3희생자 및 유족 결정안’을 최종 심의·의결했다. 이에 따라 8059명 중 7696명이 흿ㅇ자 및 유족으로 최종 인정됐다.

그런데 실무위에 따르면 제6차 추가신고 기간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희생자 22명, 유족 751명 등 773명 이상이 추가신고 기간 연장을 통해 신고 기회를 부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 외에도 아직 신고 절차를 밟지 못한 피해자와 유족들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 상설 신고가 제도가 법제화가 절실한 이유다. 

“4.3희생자 및 유족 추가신고가 몇 년에 한 번씩 간헐적으로 이뤄지면서 상시 신고·접수체계가 구축되지 않아 추가 신고 상설화가 이뤄져야 한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올해 1월 22일 4.15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들에게 위와 같이 제안했다. 제주지역 4·3단체 등 44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지난 1월 4·3특별법 개정 등 4·3 관련 5대 정책을 마련해 제21대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후보들에게 정책으로 채택해 줄 것을 제안했다.

이 제안은 "제주4·3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배·보상을 비롯해 4·3 희생자에 수형인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4·3특별법을 개정해 법제화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았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이와 함께 4·3평화재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4·3트라우마센터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과 국가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도 촉구했다.

4.3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생존희생자의 39.1%, 유가족의 11.1%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 고위험군에 속한다. 생존희생자의 41.8%, 유가족의 20.4%는 치료를 필요로 하는 중증의 우울 증상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이유들로 제주4.3 관련 단체들은 4·3트라우마센터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4·3트라우마센터는 4·3 피해자와 유족, 나아가 국가폭력 피해자의 치유를 위한 전문기관이다.

제주4‧3평화재단은 올해 1월 4‧3평화재단은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김문두 교수를 자문위원장으로 하는 4‧3트라우마센터 자문위원을 위촉하고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4·3 피해자들을 위한 트라우마센터 운영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자문위원들은 4‧3트라우마센터 운영 기본계획을 검토하고 향후 △센터설립 공청회 개최 △관련규정 개정 △접근이 용이한 센터건물 확보 △센터시설 마련 및 인력 채용 등에 대해 논의한다.

4‧3트라우마센터는 올해부터 국가폭력으로 인해 정신적·신체적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피해자를 위해 시범적으로 정부가 지원하는 전문치유사업이다. 현재 심리상담 및 신체치유, 가족상담, 집단상담, 미술‧음악 등의 예술을 통한 치유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무엇보다 고령인 피해자와 유족이 편하게 이용 가능한 시설이 되도록 거동불편, 난청, 노화로 인한 의사소통과 교통 접근성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자문위원회는 보건의료뿐만 아니라 행‧재정적 서비스 마련, 연령별‧생애주기별 지원 및 프로그램 운영, 유관기관 및 단체들과의 협업 등의 지속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서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지속적인 국가 지원 및 법적 근거다. 제주4‧3을 비롯한 과거사 및 국가폭력 피해자와 유족들이 효과적으로 트라우마를 치료할 수 있도록, 국가의 지원을 통해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제주 지역 정치인들과 정부의 긴밀한 협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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