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원도심, 미래를 위한 고민
제주시 원도심, 미래를 위한 고민
  • 미디어제주
  • 승인 2020.03.13 10: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건축 [2019년 9월호] 이슈
이승택 전 제주특별자치도 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
이승택씨.
이승택씨.

제주시 원도심, 도시재생의 시작

2015년 12월 31일은 제주의 도시재생에 있어 기억해야 하는 날이다. 2013년 도시재생특별법이 생긴 이후 제주에서 처음으로 도시재생 사업이 선정되어 국토부에서 발표한 날이기 때문이다. 시기상으로 적절할 수도 있는 제주의 도시재생의 시작은 대한민국의 도시재생 사업의 구조적 결함으로 인해 많은 시행착오를 시작하는 출발점이기도 했다. 이제는 많은 시민들이 알고 있는 주민 주체라든지 바텀업(Bottom Up)이라는 단어가 그 당시만해도 낯선 단어였고 행정은 사업에 선정되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소위 무늬뿐인 반쪽짜리 주민 주체로 어렵게 사업에 선정되었다. 전국적인 현상이었다. 주민 주체의 개념을 추상적으로만 이해하고 있었고 실질적인 주민주체의 경험이 많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공모를 위해 참여한 모두의 노력은 대단했다. 행정에서는 주민 주체의 대상으로 도시재생 가이드라인에 언급된 주민협의체를 만들었고, 지역 전문가들이 모여 원도심에 관련된 행정의 거의 모든 정책들을 듣고 의논하여 기획안 초안을 만들어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가장 중요한 요소인 지역주민이 중심이 되어 주민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빠져있었다. 준비 기간과 예산을 주지 않은 중앙정부의 사업 공모 구조가 안타까웠고, 도시문제를 미리 고민하지 않은 전국의 거의 모든 지자체의 현실이 안타까웠다.

제주시 원도심 도시재생사업이 2015년 마지막 날에 선정,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예산 집행은 2017년에 들어서야 가능했다. 법적으로 정해진 도시재생 전략계획, 활성화계획이 중앙 도시재생특별위원회의 두 번의 심의를 통과해야만 예산 집행이 가능했다. 사업에 선정되었지만 예산을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주민이 주체가 되는 사업의 진행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도시재생 특별회계를 통해 도시재생 사업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하였고, 2016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 도시재생지원센터(이후 재생센터)를 만들고 사업을 진행하도록 하였다.

도시재생

1930년대 일제강점기에 근대적인 도시계획이 시작되었지만 대한민국 대부분의 근대 도시는 1950년대 이후 전후 복구속에서 본격적으로 구축되었고, 특히 지방도시의 경우 1970년대 근대화 과정 중에 콘크리트 건물들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현대 도시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도시재생특별법이 생긴 2013년까지 짧게는 40년, 길게는 60년의 시간이 흘렀고 원도심은 다양한 방식으로 침체되어 갔다. 인근에 신도시가 만들어지거나, 원도심 지역의 중요한 공공시설이나 교육시설들이 빠져나가면서 도심의 인구는 줄어들고, 도심이 가지고 있던 경제, 행정, 문화, 사회적 중심지 기능을 상실하게 되었지만 기능을 만회하는 그 어떤 정책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안타깝지만 지금도 여전히 공공시설이나 문화시설은 토지가 싼 도심 주변부에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고, 도심은 여전히 오래된 건물, 신축 당시에는 컸겠지만 지금의 기준에서는 작은 건물들이 모여있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문제 해결의 단초가 보인다. 오래된 건물, 작은 건물이 많은 도심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바로 도시재생이다.

도시재생 흐름과 방향

도시재생 흐름은 크게 두 가지로 대변된다.

하나는 중요한 의미가 있는 건축물을 현대의 라이프 스타일에 어울리는 새로운 용도로 멋있게 바꾸는 것이다.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이나 오스트리아 빈의 ‘가소메터 시티’, 독일의 ‘에센 졸페라인’ 등이 해당된다. 이 시설들은 도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역할과 더불어 지역을 알리는 멋진 요소가 되어 지역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중요한 거점시설이 되었다.

또 다른 방식은 하나의 지역에 대해 전반적으로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적 경제적 맥락을 찾아서 지역주민과 전문가, 행정이 합심하여 도시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찾아가는 것이다. 전자는 특성상 민간과의 협업이 중요하고, 후자는 도시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여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적 특성을 가진다. 특히 정부에서 공모하는 한국의 도시재생사업은 후자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도시재생은 지역의 정체성을 존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지역의 기존 건축물과 장소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게 되고 도시재생 사업의 방향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도시의 사회문화경제적인 지속가능을 위해 필자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나는 선순환을 위한 적정 정주 인구 유치이며 다른 하나는 유동인구의 유입이다. 특히 유동인구 중에서도 오래 머물고, 소비하는 등 지역에 도움이 되는 생산적 유동인구가 필요하다. 결국 제주시 원도심의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위해 오래된 건물, 상대적으로 작은 건물을 유지하는 등 지역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는 숙제가 생겼다.

미래를 보여주는 현재

2016년 7월에 재생센터가 만들어지면서 생긴 가장 큰 고민은 도시재생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였다. 도시재생의 가치는 지역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미래를 제시하여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추상적인 메시지를 보여주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원도심 내 오래된 주택을 리모델링하여 재생센터 사무실로 사용하는 것

이었다. 옛 제주대병원이었던 예술공간 이아의 옆 골목으로 들어서면 200년 된 박씨초가 인근에 빈 상태로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주택을 소위 ‘재생’하였다. 기존 형태는 그대로 두고 사무실로 사용하기 위해 용도에 맞는 형태로 재구성하였다. 도시의 유전자를 이어가는 것은 재생건축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벽지를 뜯어냈더니 드러난 흙벽을 그대로 노출시키고, 사용 가능한 기존 격자 미서기문은 그대로 사용하고 사용이 어려운 것은 비슷한 형태로 새로 만들어 사용하였다. 재생센터 연구원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기에는 비좁고 불편했지만 재생건축이라는 개념과 불편하지만 옛것을 아끼는 것이 도시재생의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감내하였다.

재생센터 사무실을 재생건축 방식으로 만들어 도시재생에 대한 실마리를 풀었지만 주거지역으로서 정주인구 유입과 제주시 원도심의 상업적, 중심지적 기능을 재생하기 위한 유동인구 유입이라는 문제를 풀어야만 했다. 그런데 지역에 대한 고민을 하면 할수록 짧은 시간에 정주인구를 늘리는 방법은 요원했다. 지역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지를 합쳐 대규모 개발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았다. 그래서 공유주택, 사회주택 등 다양한 시도를 해봤지만 사업의 성과를 내기에는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임대로 진행하기에 제도나 예산 등 걸림돌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정주인구 유입은 장기 과제로 두고 유동인구를 늘리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고, 유동인구 중에서도 생산적 유동인구를 늘리는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여기서 생산적 유동인구는 지역에 오래 머물면서 끊임없이 소비하며, 지역의 미래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유동인구라 고 부르려 한다.

그래서 시작한 사업이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제주기상청이 협업하여 창조적인 스타트업을 유치하는 공유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개인이든 기업이나 기관이든 각각이 가장 잘하는 것을 하게 하는 방식으로 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제주기상청은 옛 청사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고, 재생센터는 리모델링을 하고,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창업육성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하였다.

또한 일본 리노베링과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손을 잡고 리노베이션 스쿨을 2기째 운영하면서 실제 사업과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로 과잉공급된 지역의 숙박시설을 리모델링하여 새로운 형태의 숙박시설을 제시하는 ‘베드라디오’라는 스타트업이 탄생하였고, 원도심에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

필자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원도심에 스타트업 백 곳이 입주하면 웬만한 도시문제는 해결이 되고 도시재생이 완성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제주시 원도심의 도시재생 사업 3년차에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도시는 흥망성쇠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늘 변화하는 유기체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원도심 침체의 원인으로 겉으로는 신도시가 생기고, 공공기관이나 교육시설의 이전을 꼽고 있지만 결국 도시의 변화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결과가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있다. 살고 싶은 주거시설이나 신나게 놀고 싶은 곳, 문화예술을 즐기고 싶은 곳의 부재가 원도심의 침체를 부추기고 있다.

그런데 원도심이 변하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이 계기가 되었고, 행정과 민간의 다양한 시도와 노력이 모여 놀거리, 즐길거리가 생기고 있다. 도시재생 사업 시작 전에 이미 옛 제주대병원을 리모델링하여 예술공간 이아가 탄생하였고 탐라문화광장에 산지천갤러리가 개관하였다. 삼도2동에서는 문화의거리 사업을 진행하였고, 재생센터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공공디자인으로 행복한 공간만들기’ 사업 예산을 받아와서 ‘케왓’과 ‘코지왓’이라는 시민네트워크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도시재생 예산으로 제주북초등학교의 김영수도서관을 시민 중심 공간으로 리모델링하여 지역의 중심시설로 만들어가고 있다. 민간의 활동도 눈부시다. 김영수도서관 리모델링을 주도했던 권정우 탐라지예건축사사무소 대표가 도심의 오래된 일본식 건물을 순아커피라는 이름으로 오래된 느낌 그대로 리모델링하여 독특한 공간을 즐기는 시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고, 닐모리동동을 기획했던 김종현 대표는 제주올레의 올레라운지를 이어받아 관덕정분식을 운영하고 있다. 예전 쌀가게를 카페(쌀다방)로 만들고, 식당을 서점(미래책방)으로 만드는가 하면, 지역문제를 해결하려는 청년들이 모여 연구소(쌀랩, 랩왓)를 만들고, 힙한 맛집(미친부엌, 엘리펀트힙, 티티카카 등)들이 들어섰다. 산지천이 달라졌고, 그 주변으로 갤러리(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1, 2와 산지천갤러리 등)들이 들어섰다. 이런 변화들이 모여 원도심의 미래를 밝게 만들고 있다.

결론

도시는 건축물, 도로, 공원, 인프라 등 물리적 요소의 집합이지만 결국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사람이 떠나가는 도시는 침체하기 마련이다. 도시재생은 사람들이 떠난 곳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지속가능하도록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정주인구를 늘리는 것이지만 원도심의 조건은 만만하지 않다. 그 대안으로 생산적 유동인구를 늘리는 것을 제안한다. 일시적인 소비만 하는 유동인구가 아닌 지속적으로 소비하고, 생활하고, 지역의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원도심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공간을 만들고, 기업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도시는 융복합적인 해결책을 원한다. 재생센터만 노력한다고 도시재생이 완성되지 않는다. 행정과 민간 모두 지속가능한 도시만들기에 동참해야 하고, 지역주민들이 함께해야 한다. 빈 공간을 오래두지 말고 적정한 비용에 임차해주고, 도시의 하드웨어 개선을 요청하고 협조해야 한다. 지역으로 이주하는 기업과 사람에게 호의적으로 대해 주어야 한다. 함께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도시재생의 결과는 결국 쾌적하고 살기좋은 도시이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