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가 살아난다면 다양한 콘텐츠 만들면 좋을 것”
“녹지가 살아난다면 다양한 콘텐츠 만들면 좋을 것”
  • 김형훈
  • 승인 2020.03.11 18: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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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초록을 원해요]
④ 20대 서귀포 청년 김재현씨

걸어서 5분 거리여서 어릴 때부터 드나들어

추억 가득한 곳이어서 그대로 보존되길 기대

도로 원하는 이들은 편리를 추구해서인 듯

또래 잘 몰라행정 할 일을 시민들이 한다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도로를 넓히거나 새로 만들면 차량 흐름은 좋아질까. 여기엔 역설이 존재한다. 도로를 만들면 차량 흐름이 좋아지리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그래서 역설이다. 오히려 새로운 도로를 만들면 그 도로에 차량이 몰려 혼잡해진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이다.

독일 보훔루르대학교 교수였던 디트리히 브라에스가 주창했던 걸 들어보자. 그는 “새로운 도로의 창출은 교통수요를 오히려 늘린다”고 했다. 그 교수의 이름을 따서 ‘브라에스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도로를 줄이는 도시가 적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교통체증이 심해지자 도로를 계속 만들었지만 교통체증은 줄지 않고, 차량은 더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도로를 내기보다는 걷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이른바, ‘도로 다이어트’를 하는 곳이 늘고 있다. ‘도로 다이어트’의 이면엔 바로 ‘브라에스의 역설’이 존재한다.

서귀포시로 눈을 돌려보자. 도시 우회도로를 만들겠다고 아우성이다. 이유를 들어보면 혼잡해서 그렇단다. 실제 서귀포시 도심이 새로운 우회도로를 만들만큼 혼잡한지의 여부는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20대 청년 김재현씨. 서귀포시 도시 우회도로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20대 청년 김재현씨. 서귀포시 도시 우회도로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이 상황을 바라봐야 하는 20대 청년에겐 새로운 도로를 만드는 게 미덥지 않다. 올해로 스물둘이라는 김재현씨. 자신이 뛰놀던 녹지가 우회도로에 포함돼 있다.

“서귀포학생문화원 잔디밭은 어릴 때부터 놀던 곳이죠. 5월 5일 어린이날엔 행사가 늘 열렸고, 친구들이랑 추억을 쌓던 곳입니다. 중·고교를 다닐 때는 서귀포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거나, 시험을 앞두고 열람실에서 공부를 하던 곳들입니다.”

서귀포학생문화원 인근은 서귀포의 핵심 교육시설이 몰려 있다. 그 앞에 놓인 잔디밭과 소나무 숲은 새로운 운명을 맞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계획한 도시 우회도로로 인해 사라질 날만 기다리고 있다.

김재현씨에겐 잔디밭과 소나무 숲은 동네 앞마당이나 마찬가지였다. 집에서 걸어서 5분이면 도착하는 곳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 운동장은 인조잔디로 바뀌어버렸어요. 동네엔 이런 잔디밭이 없어요. 도로를 원하는 이들은 편리와 편안함을 찾기 때문인 것 같아요. (교통혼잡으로 도로를 낸다고 하는데) 저는 혼잡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어요.”

그에겐 잔디밭은 추억이 담겨 있다. 교통문제를 해소하려고 도로를 만들겠다는 이유도 그에겐 다가오지 않는다. 도로개설은 자동차를 가진 사람들에게 ‘편리’를 주는 욕망의 해소처럼 들린다.

“제 부모님도 도로개설을 걱정해요. 부모님은 여기를 잘 알아요. 서귀포학생문화원이 있고, 도서관도 있고, 외국어학습관도 있는 곳이어서 청소년들이 쓰고 어린이들이 뛰어노는 공간이라는 걸 말이죠.”

서귀포시 도시 우회도로 개설은 진행중이다. 반대 여론이 있지만 제주특별자치도는 사업을 접지 않았다. 도로가 개설되고 녹지가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삭막하겠죠. 예전 서귀포를 떠올려보면 한라산이 잘 보였어요. 세월이 흐르면서 빌딩은 높아지고 있어요. 문제는 사람들이 우회도로 개설을 잘 모른다는 겁니다.”

김재현씨에게 서귀포학생문화원 앞의 잔디밭은 추억이 담겨 있다. 그는 우회도로 개발에 대한 문제점을 또래들에게 제대로 알리겠다고 다짐한다. 미디어제주
김재현씨에게 서귀포학생문화원 앞의 잔디밭은 추억이 담겨 있다. 그는 우회도로 개발에 대한 문제점을 또래들에게 제대로 알리겠다고 다짐한다. ⓒ미디어제주

그의 친구들도 잘 모른다고 했다. 그는 도시 우회도로가 개설된다는 사실을 또래들에게 알리고, 문제점도 지적해주고 싶어한다. 자신은 제2공항 비상도민회에서 활동하고, 그런 이들로부터 정보를 얻곤 하지만 여타 친구들은 그런 정보를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다.

“저도 시민을 통해 도시 우회도로가 계획된 사실을 알았어요. 행정이 해야 할 일을 시민들이 하고 있어요.”

사라진 녹지를 되돌리는 일은 쉽지 않다. 후회해도 소용없다. 김재현씨는 그렇기 때문에라도 지금 그대로의 모습이 간직되길 바란다. “도로가 만들어지지 않고 살아난다면 어떨까요.”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의 답을 들어 본다.

“추억이 지켜지겠죠.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데, 그러기 전에 소중한 게 뭔지 알게 되겠죠. 녹지가 사라지지 않고 살아난다면 여기에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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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만이 2020-03-12 12:00:13
제주 이 좁은 곳에서도 파벌이 있다. 제주 서부 민주당 도의원들이 중국인 노름판 개발할때 지역 경제 살린다고 찬성하였다. 제주시내 대형 중국 쇼핑 복합 노름판도 제주시 민주당 도의원이 찬성하였다.

그런데, 동부에 공항 만들면, 제주시 상권 죽고 서부 땅값 떨어진다고 하니, 제주시와 서부 도의원들이 제2공항 건설이 환경 파괴 한다고 하네. 참나. 제주시와 서부 도의원들이 얼마나 위선적인지..웃기는 놈들이다.

그런데, 왜 중국인 노름판 유치를 한다고 한라산 산허리를 잘라 먹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