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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코로나19 과도한 공포심 조장, 또 다른 전염병”
강우일 “코로나19 과도한 공포심 조장, 또 다른 전염병”
  • 홍석준 기자
  • 승인 2020.02.26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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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사순절 사목서한 통해 최근 중국인 혐오 발언‧행동에 ‘일침’
“고통과 불행에 대한 감수성‧공감 능력 상실, 가장 무서운 고질병”
강우일 주교가 26일 사순절 사목서한을 통해 최근 코로나19 확산과 관련, 중국인 혐오 발언과 행동을 자제해줄 것을 호소하고 나섰다. ⓒ 미디어제주
강우일 주교가 26일 사순절 사목서한을 통해 최근 코로나19 확산과 관련, 중국인 혐오 발언과 행동을 자제해줄 것을 호소하고 나섰다. ⓒ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강우일 주교가 코로나19 감염 확산과 관련, “과도한 위기의식과 공포심을 조장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또 다른 전염병을 만들어낸다”고 엄중 경고하고 나섰다.

강우일 주교는 26일 사순절 사목서한을 통해 “혐오는 차별을 가져오고 차별은 폭력으로 발전한다”며 이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강 주교는 지난 1923년 9월 일본 동경 인근에서 관동대지진이 일어나자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풀고 방화 약탈을 하며 일본인을 습격하고 있다는 거짓뉴스가 퍼지면서 일본 군경과 시민들이 6000여명이 넘는 조선인과 이방인들을 무차별 학살했던 과거 역사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이는 심리적인 혐오 바이러스가 일으킴 참극이었다”면서 “우리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대면하며 심리적 패닉 상태에 휩쓸려 우리 주변의 누군가를 표적으로 삼고 적대감을 드러내거나 비난하고 배척하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최근 중국인을 향한 혐오 발언과 행동이 속출하고 있는 데 대해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자제해줄 것을 호소했다.

과거 중국인들이 우리가 일제 강점기에 나라를 잃고 땅을 빼앗겨 난민이 되었을 때 많은 우리 동포를 이웃으로 맞아주었고, 임시 정부도 그 땅에서 오래 신세지고 있었다면서 한국과 중국이 역사적으로도 밀접한 관계에 있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 그는 “지금 국민 대다수가 심한 폐렴 증세를 일으키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경계심과 불안 심리에 시달리고 있지만, 차분히 생각하면 그보다 훨씬 더 고통스럽고 힘든 현실이 우리 주변에는 널려 있다”면서 해마다 산업재해 사고로 목숨을 잃는 노동자들이 2000명이 넘고, 교통사고로 죽는 이들이 3000명이 넘으며, 해마다 독감으로 사망하는 이가 국내에 4~5000명에 달하고 있고 아무도 손을 내밀거나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가 한 해에 1만3000명이 넘는다는 점을 들어 “죽음이 무의미한 통계수치로 일상화돼 아무런 충격이나 반성의 자료가 되지 못하고,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무뎌져 타인의 고통과 불행에 대한 감수성과 공감 능력을 상실해 왔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무서워하고 안타까워해야 할 우리의 고질병”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이어 그는 “인간은 오랜 진화의 역사에서 가장 마지막에 출현한 최고의 생명체이며, 하느님이 창조하신 피조물 중 가장 귀한 존재인 반면, 바이러스는 세균(박테리아)보다도 덜 진화된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단계로, 독자 생존능력이 없어 반드시 다른 세포에 붙어야 생존이 가능한 미물 중의 미물”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가장 귀하게 만드신 인간이 이런 미물에 정복당하도록 버려두지 않는다”며 두려움의 바이러스에 정복당하지 않도록 마음을 굳건한 믿음으로 무장할 것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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