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고유정 사건’ 재판부, 금지된 법정 녹음 경고하려다 ‘봉변’
‘제주 고유정 사건’ 재판부, 금지된 법정 녹음 경고하려다 ‘봉변’
  • 이정민 기자
  • 승인 2020.02.10 1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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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결심공판서 두 차례 적발
첫 번째는 ‘경고’ 수준 마무리
두 번째는 방청객 항의로 감치
녹음기 두고 설전…불처벌 결정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제주 고유정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금지된 '법정 내 녹음 행위'에 대해 경고하려다 봉변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정봉기)는 10일 전 남편에 대한 살인, 사체훼손 및 유기 혐의와 지난 3월 2일 청주서 발생한 의붓아들 H(당시 6)군에 대한 살인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7.여)에 대한 결심공판을 속행했다.

전 남편 살인 혐의 재판으로는 12차째, 중간에 병합된 의붓아들 살인 혐의로는 5차째 재판이다.

제주지방법원. ⓒ 미디어제주
제주지방법원. ⓒ 미디어제주

이날 재판에서는 두 차례 법정 내 녹음 행위가 적발됐다.

첫 번째는 피고인 고유정에 대한 재판부 신문 과정에서, 두 번째는 피고인 최후 진술 직전에 발생했다.

첫 번째는 재판부가 법정 내 녹음 행위가 금지된 점을 경고하며 방청객 A씨가 녹음 파일 삭제하는 것으로 마무리했지만 두 번째는 방청객 B씨가 강하게 항의하며 감치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재판부가 고유정의 최후 진술 전 "녹음 문제로 보안관리대원과 마찰을 빚은 방청객이 누구냐"고 하자 B씨가 "내가 녹음한 게 아니라 일행이 했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한참 중요한 재판을 진행하는 데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 녹음이 돼 있다는 것이냐 아니냐"며 재차 확인하며 고유정 사건 재판 진행을 위해 잠시 다른 방으로 '감치'를 법정경위에게 지시하자 다른 방청객이 "나도 일행이다 같이 들어가겠다"고 일어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B씨는 감치됐고 고유정에 대한 결심공판이 끝난 뒤 다시 재판정에 섰다.

B씨는 재판정에서 생년월일을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는 답했지만 주소와 직업에 대해서는 답변 대신 "내가 왜 공개해야 하느냐. 내가 (녹음을) 한 게 아니다"고 항변했다.

감치 방청객 “‘질서위반자’ 명예훼손…판사가 피해 줘” 주장
재판부 “불처벌하는 것으로 결정…이 정도 선에서 돌아가라”

되레 재판부가 "녹음기가 누구 것이냐. 재입장할 때 왜 B씨의 가방에서 녹음기가 발견된 것이냐" 등 확인 질문을 하자 "목소리 높이지 말고 차분하게 말해 달라. 윽박지르는 것이냐"고 항의했다.

해당 녹음기는 B씨의 일행인 C씨의 것으로 파악됐다.

C씨가 재판 중 녹음을 하다 재판부의 피고인 신문 중 다른 녹음 행위가 적발되자 퇴정을 우려해 가방에서 꺼내 끄지 못한 채 계속 가지고 있었고, 잠시 휴정 시 C씨가 화장실에 가자 그 가방을 맡고 있던 B씨가 가방을 들고 법정에 입장하려다 적발된 것이다.

재판부와 B씨는 녹음기 소유자가 누구인지, 삭제를 할 수 있는 것인지, 누가 해야 하는 것인지, 삭제는 했는지 등을 두고 한참을 옥신각신했다.

B씨는 그 와중에 자신이 재판부로부터 '법정질서위반자로'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하는가 하면 "재판부가 보안대원으로부터 제대로 보고 받지 못했다. 제대로 보고 받지 못한 편의를 내가 봐줘야 하는가. (부장)판사 이름이 뭐냐. 판사가 나에게 피해를 준 것이다"고 따지기도 했다.

결국 이날 감치 재판은 재판부가 녹음기 주인으로부터 해당 파일 삭제하겠다는 것을 확인하고 불처벌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정봉기 부장판사는 "불처벌하는 것으로 결정할테니 이 정도 선에서 돌아가라"며 "이 재판에 관심을 가진 것은 감사하다. 속상한 게 있으면 풀고 돌아가라"고 마무리했다.

한편 법원조직법 제59조(녹화 등의 금지)는 재판장 허가 없이 법정 안에서 녹화와 촬영, 중계방송 등의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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