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비치축제가 '아트마켓'을 지향하는 이상, '갑'은 존재한다
해비치축제가 '아트마켓'을 지향하는 이상, '갑'은 존재한다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0.02.04 2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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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4일,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2차 공청회 열려
올해부터 문예회관 관계자 숙식 지원금 삭감 등 변화 준비 중

아트마켓 '상업성' vs 예술향유의 '공공성', 여전히 모호한 축제 방향
'제주 지역 쿼터제'가 답이 될 수 없어... "지속적인 고민과 소통 필요"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2019년에 열린 제12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은 역사적인 축제였다. 그동안 수면 밑에 있었던 문제들이 위로 드러난 행사였기 때문이다.

<미디어제주>에서는 여섯 차례 기사를 통해 올해 열린 제12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이하 ‘해비치 축제’) 관련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관련 기사는 아래 링크를 참고하자.
 

이번 기사에서는 이례적으로 열린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공청회’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일단 칭찬부터 하겠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이하 ‘한문연’)는 해비치축제를 12회 운영하며, 이러한 공청회 자리를 마련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12회 해비치축제 이후 13회 축제가 열리기 전, 공청회가 두 차례나 열린 것이다.

1차 공청회는 2019년 11월 21일 서울에서, 2차 공청회는 2020년 2월 4일 제주에서 마련됐다.

12회 동안 국고와 제주도비를 수억원 지원받아온 축제였지만, 예술인 및 지역사회와의 소통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던 터라 이번의 공청회는 더욱 반가운 소식이다. 지금이라도 소통을 시도한 태도는 칭찬해 마땅하다.

그렇다면 제주에서 열린 제2차 공청회 현장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을까. 하나씩 짚어보자.

 

쇼케이스 공연팀 수, 19년 35개 → 20년 20개로 축소
아트 마켓이라면서… “공연팀 수를 줄이겠다?”

제주에서의 공청회 자리에서 한문연은 쇼케이스 공연팀 수를 올해 15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35개 팀에서 20개로 쇼케이스 공연팀이 줄어든 셈이다.

하지만 이는 한문연이 밝히고 있는 해비치축제의 가장 큰 목적인 ‘축제를 통한 공연유통활성화’와 전면 대치하는 태도다. 한문연은 스스로 해비치축제를 ‘아트 마켓’이라 칭하고 있는데, 아트 마켓에서 선보일 ‘아트(예술 작품)’ 수를 줄이겠다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에 한문연 최대원 부장은 축제 현장에 방문이 어려운 공연팀을 배려, 공연팀의 대표자만 방문해 영상으로 프리젠테이션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대책을 밝혔다.

'공연팀을 배려해 영상을 통해 프레젠테이션하는 공간을 마련한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그런데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국내외 대부분 아트마켓에서 강조하는 주요 행사가 바로 '쇼케이스'라는 사실이다. 

아트마켓에서 '쇼케이스'를 메인 행사로 두는 이유. 어떤 공연이 '특정 극장 또는 무대'에 적합한 공연인지 판단하기 위해서인데, 공연기획자가 직접 공연을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뮤지컬 실황을 녹화한 영상으로 이를 보는 것과, 실제 공연장에서 관람하는 것에는 분명 큰 차이가 있다.   

그는 이런 이유도 들었다. “지난번엔 오후 7시 이후에도 쇼케이스를 진행했는데, 쇼케이스때문에 (문예회관 관계자와예술인 간) 네트워킹 시간이 없어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면서 “작품 수는 줄었지만, 오히려 공연단체와 네트워킹을 하는 시간은 많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오후 7시 이후 공연을 없앤다고 해서 예술인-문예회관 관계자 간 소통이 절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 이를 위해서는 ‘멍석’을 누군가 깔아주어야 한다.

이를 위한 특정 프로그램 혹은 장소 제공 등의 방안은 현재까지 확정된 바 없으며, 추후 한문연 측의 논의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문예회관 관계자에게만 제공된 호텔 숙식 혜택, 올해부터 ‘없던 일로’
관계자는 출장비로 숙식 해결하면 될 일… “예술가는 여전히 사비 들여야”

그동안 해비치축제에서는 문예회관 관계자만 해비치호텔에서 숙식하는 혜택을 받았다. 예술인은 사비를 들여 교통편과 숙식을 해결해야 했다.

이처럼 문예회관 관계자와 예술인을 차별한 사실은 지난 2019년 10월 국정감사 때 지적사항으로 화두에 오르기도 했다. 아래 이동섭 바른미래당 국회의원과 한문연 김혜경 전 회장의 발언 중 일부를 살펴보자,

이동섭 위원: 쇼케이스에 참가한 예술인들은 항공료, 연주비, 숙박비 모두 자가 부담으로 참석했어요. 그런데 문예회관 관계자들은 리조트 숙박과 식권들을 다 제공받거든요. 이게 휴가를 즐기는 것도 아니고 같이 협력을 해 줘야지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니에요?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장 김혜경: 위원님, 제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저희 문화예술회관 기관들은 예술행정이나 경영에 대한 모든 세미나나 워크숍이나 이런 교육에 관한 것들이 굉장히 많았는데요 예술회관……

이동섭 위원: 그러니까……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장 김혜경: 아니, 관계자들이 왔을 때…… 예술을 제작하는 그분들은 우리한테 물건을 팔러 오시는 분들입니다.

이동섭 위원: 그래서 이것을 잘했다는 거예요?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장 김혜경: 아니, 그게 아니고 이런 것을 미리 공지를 했습니다.

이동섭 위원: 제가 잘했다는 거냐고 묻잖아요.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장 김혜경: 잘한 것보다는 예술인들한테 많은 대우를 해 주라는 말씀으로 알고……

당시 한문연의 김혜경 전 회장은 ‘예술을 제작하는 그분’들인 예술인을 ‘우리한테 물건을 팔러 오시는 분들’이라 칭하고 있다. 예술인이 하는 예술은 ‘물건’이고, 이들은 문예회관 관계자에게 예술을 팔아야 하는 입장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김 전 회장의 발언은 예술인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바 있다. 한문연 및 각 문예회관은 예술인을 심사하는 일종의 '갑'이고, 예술인은 심사를 받는 '을'이라는 뉘앙스의 발언이기 때문이다. 

이후 김 전 회장은 임기 만료로 물러났고, 현재는 이승정 회장이 자리를 맡고 있다.

(왼쪽부터)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이승정 회장, 최대원 부장.
사진은 2월 4일 제주에서 열린 '해비치축제 공청회' 현장 모습.

이 회장이 새로이 부임하며, 올해부터 문예회관 관계자에게 제공되던 호텔 숙식 혜택은 사라질 예정이다. 다만, ‘업무’ 상 이유로 해비치축제장을 방문할 문예회관 관계자들의 사정을 살폈을 때. 숙소비와 식비를 포함한 출장비는 각 문예회관을 통해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예술인은 한문연 측의 지원이 없다면 여전히 사비로 제주를 찾아야 할 것이다.

경제 사정이 어려운 예술팀이라면, 제주에서 열리는 해비치축제를 찾기 어렵다는 현실은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다.

 

소규모 공연 공모, 제주 유형 확대 (기존 7개 → 9개)
단순 ‘지역 예술팀 쿼터제’ 방안, 답이 될 수 있을까

 

2020년 6월 8일부터 11일까지 열릴 '제13회 제주해비치페스티벌'에 대한 내용.

한문연은 해비치축제에서 열리는 소규모 무대, ‘프린지 페스티벌’ 참가작을 공모를 통해 모집하고 있다. 작년에는 총 35개 팀을 모집했으며, 이중 20%인 7개 팀을 제주 지역팀으로 뽑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종의 '제주 지역 예술팀 쿼터제'를 도입한 것이다.

올해는 총 30개팀을 모집하는데, 이중 30%인 9개 팀을 제주 지역팀으로 선정할 예정이다.

문제는 제주 할당량을 늘리는 것이 '지역 예술인의 외면' 현상을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다.

작년의 경우 제주의 프린지 무대 지원팀은 단 4개 뿐이었다. 7개 팀 모집에 4개 팀이 지원했으니, '정원 미달'이라고 하겠다.

이것만 보아도 단순히 제주 지역팀 할당량을 늘리는 것이 ‘제주 예술인의 축제 외면 현상’을 해결하는 방안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해비치축제가 제주지역 예술인에게 외면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축제를 ‘그들만의 리그’로 생각하는 인식이 가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보다 적극적인 소통 방안을 강구해야한다.

이번 제주에서의 공청회 자리에는 30명이 채 되지 않는 인원이 참석했다. 이들 중 제주지역 예술인 혹은 사설 예술단체 관계자는 한 명도 없었으며, 공공 공연예술장 관계자 혹은 기자들만 자리를 지켰다.

제주 지역 예술인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공청회 자리조차 예술인들의 참여가 부재했던 셈인데. 이유가 뭘까.

이에 대해 한문연 이승정 회장은 ‘제주 예총, 민예총을 통해 제주도내 예술단체의 참석을 안내해달라 요청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주에서 십여년 이상 활발히 활동 중인 간드락소극장 오순희 대표는 “금시초문”이라며 공청회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오 대표는 <미디어제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도내)예술단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사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예총, 한예총) 단체에만 연락한 것도 문제”라며 한문연의 주체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또 오 대표는 “아트마켓을 왜 제주도에서 하는지 의문”이라며 “제주 예술단체와 컨택할 수 있는(계약 체결 등이 가능한) 기획자, 그 사람들이 (축제에) 오는지 알고 싶다. 여러 상황을 파악했을 때 (축제의) 출발 자체가 맞지 않는 것이었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질 높은 공연을 도민에게 선사할 수 있다는 한문연 측의 입장에 대해서도, 오 대표는 현재 축제의 방향은 “제주도민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며 “제주 실정에 맞지 않는 행사를 (제주에서) 치르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쇼케이스와 세미나 등이 열리는 해비치호텔 지하 1층. 행사장 위치가 어디인지 알리는 이정표가 없어 이용객에게 불편을 준다.
지난 12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현장, 쇼케이스와 세미나 등이 열리는 해비치호텔 지하 1층의 모습.
행사장 위치가 어디인지 알리는 이정표가 없어 이용객에게 불편을 주고 있었다.

한편, 이번 공청회에서는 △행사장 이정표 등 기본적인 현장 안내 부족 △셔틀버스 기사와 현장과 소통 부재로 이용자 불편 초래 △아트마켓의 측면에서, 축제장을 제주로 한정하는 것이 과연 효과적인가 △작품 선정의 공정성 담보 필요 등의 문제가 지적됐다.

축제의 긍정적인 면으로는 △다양한 공연을 제주에서 접할 수 있음 △문예회관 관계자가 직접 공연단체를 찾아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음 △전국 문예회관 관계자와 예술인이 소통할 기회의 소중함 등의 내용이 공유됐다.

해비치축제의 목적을 ‘공공성’에 둘 것인가, ‘상업성’에 둘 것인가. 이 문제는 여전한 고민거리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힘든 예술계 특성을 고려하고, 축제의 목적을 좀 더 분명히 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한문연이, 세금이 지원되는 해비치축제를, ‘아트마켓’으로 한정해 상업성에 치중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에 문화기본법, 문화예술진흥법 등 관련 법령이 있고, 매년 수십, 수백억 예산을 각 지자체에서 문화예술사업에 할당하는 이유는 분명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일 것이다.

문화기본법 제4조 ‘국민의 권리’를 살피면, 아래와 같다.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인종, 세대, 지역, 정치적 견해,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나 신체적 조건 등에 관계없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향유할 권리(이하 "문화권"이라 한다)를 가진다.”

해비치축제가 '아트마켓'을 지향하는 한, '갑'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팔아야 생존하는' 사람과 '골라서 살 권한'이 있는 사람의 입장에는 분명 차이가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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