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도 있고, 아이들을 돌보아주기도 하는 곳”
“위험도 있고, 아이들을 돌보아주기도 하는 곳”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0.01.31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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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아야 공부다] <16> 영국 런던의 놀이터⑧

어린이들의 신체·사회적 활동에 필수적 역할
부모들의 육아 책임에 대한 부담도 덜어줘
도심지 곳곳 공원…자연적 놀이공간은 당연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그동안 영국 런던에 있는 놀이터를 둘러봤다. 주택가에 있는 놀이터도 보고, 공원에 있는 놀이터도 직접 탐방했다. 이번 시간은 영국 런던의 놀이터를 정리해 본다.

정리에 앞서 지난 1991년 비준된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들여다보자. 협약 제31조는 놀이의 권리를 말한다. 협약 31조는 “어린이들이 여가를 즐기고 나이에 맞는 놀이에 참여할 권리를 각 나라는 인정하라”고 돼 있다. 협약은 아동의 놀이가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에 핵심적이며, 모든 국가들과 성인들은 아동의 권리인 놀이를 존중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영국은 일찌감치 어린이 놀이에 대한 투자를 해왔다. 특히 야외 놀이는 어린이들에 신체적 활동은 물론 사회적 활동, 인지 발달에 필수적이라는 생각을 해왔다. 더 나아가 놀이공간은 어른들과 아이들이 비공식적으로 만나는 장소로서, 개인의 육아 책임에 대한 부담도 덜어준다고 생각했다. 런던에서 마주한 놀이터는 그런 역할을 해오고 있다.

영국의 놀이터 확충은 정부 의지로만 가능한 건 아니었다. 정부 산하에 ‘페어플레이’라는 기구를 뒀으며, 비영리법인인 ‘플레이 잉글랜드’ 등의 노력이 더해졌다. 놀이터를 디자인하는 건축가 그룹도 놀이공간을 만드는 데 일조를 했다.

런던은 공원이 무척 발달된 도시이다. 도심지에서 조금만 걸어가도 아주 거대한 공원을 만나게 된다. 그런 공원엔 반드시 놀이터가 있다.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공원에 있는 텀블링베이 어드벤처 플레이그라운드. 미디어제주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공원에 있는 텀블링베이 어드벤처 플레이그라운드. ⓒ미디어제주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조성된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공원’은 어른들의 공간이면서 어린이들의 공간이기도 하다. 축구의 나라답게 올림픽 때 쓰던 스타디움은 영국 프리미어리그 웨스트햄유나이티드의 새로운 축구구장이 됐고, 어린이들이 노는 공간도 만들어냈다. 어린이들이 놀 공간은 올림픽공원 북쪽공원에 있는 ‘텀블링베이 어드벤처 플레이그라운드’이다. 약간은 위험해 보이지만 ‘위험’이 주는 요소를 놀이와 잘 부합시킨 놀이터였다.

‘텀블링베이’는 공모를 거쳐 만들어진 놀이터라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놀이터를 전문적으로 설계하는 이렉건축이 공모를 따냈다. 이렉건축은 런던 모험놀이터의 시작점으로 불리는 ‘킬번 어드벤처 플레이그라운드’를 만들어낸 이력을 가지고 있다.

기자가 찾은 런던의 놀이터는 ‘위험’ 요소에 ‘이야기’도 들어 있다. 대표적으로 ‘다이애나 메모리얼 플레이그라운드’를 들 수 있다. 1997년 자동차 사고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고(故)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이름을 딴 놀이터다. 여기는 왕립공원 켄싱턴가든스의 서북쪽 끝에 자리잡고 있다.

런던 켄싱턴가든스에 있는 다이애나 메모리얼 플레이그라운드. 미디어제주
런던 켄싱턴가든스에 있는 다이애나 메모리얼 플레이그라운드. ⓒ미디어제주

‘다이애나 메모리얼 플레이그라운드’는 마치 동화속 장면을 그리듯 구성돼 있다. <피터팬>의 이미지가 고스란히 놀이터에 녹아 있다. 보물선이 있고, 후크 선장을 기억하게 만드는 악어도 놀이터에서 만날 수 있다. 그래서일까.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선정한 세계 12대 놀이터 목록에도 올라 있다.

런던의 자치구가 직접 만들어서 위탁 관리하는 놀이터도 볼 수 있었다. 이즐링턴 자치구는 모험놀이터를 직접 만들고, ‘오썸CIC’로 불리는 비영리기구에 운영을 맡기고 있다. 오썸CIC가 관리하는 모험놀이터는 모두 6곳으로, 기자가 찾은 곳은 ‘바너드 어드벤처 플레이그라운드’였다.

이즐링턴 자치구에 있는 모험놀이터는 ‘놀이’만 단순히 즐기는 공간이 아니라는 점이 특이하다. 맞벌이 부부를 위한 장치를 두고 있다. 방학 중에 부모들이 일을 해야 할 경우 아이들의 점심을 챙겨준다. 공휴일에 직장을 가는 가정을 위해 오후 5시 30분까지 문을 열어두기도 한다. 대신 이즐링턴 자치구에 살아야 하고, 아이를 놀이터에 데리고 오려면 부모의 정보를 정확하게 기재해야 한다.

공원이 많은 런던은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놀이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위험을 감수하는 놀이터도 있고, 돌봄 기능을 해주는 놀이터도 있다. 일부 놀이터는 부모를 데리고 와야 놀 수 있는 곳도 있다.

이런 점이 미국의 관심을 끌기도 하는 모양이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스튜디어 루도’가 런던의 놀이터를 집중 분석한 보고서가 있다. 루도는 놀이터를 직접 설계도 하고, 조사도 하곤 한다. 루도는 런던에 있는 놀이터 45곳을 방문하고, 16곳에 대한 보고서를 지난 2017년에 내놓았다.

루도가 런던의 놀이터에 관심을 기울인 건 미국의 사정 때문이었다. 미국 어린이들은 하루 평균 7시간 TV에 매달리고, 3명 중 1명은 비만에 시달리는 문제점을 인식했다. 미국 어린이들의 스트레스 지수 역시 높았다. 그 해결책으로 런던의 놀이터를 둘러봤다. 그러면서 미국이 강조하는 ‘최고의 안전’만이 중요하지 않다고 보고서에서 말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의 놀이터는 지나치게 비싸고, 똑같은 모양에 똑같은 안전을 강조한다. 미국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은 다치지 않기에 너무 재미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런던의 놀이터 사례를 5가지로 정리했다. 여기에 옮겨본다.

1. 모든 세대를 위한 디자인
수동적이며 능동적인 공간은 모두 중요하다. ‘놀이공원의 경계가 없다. 카페와 화장실을 갖추고 있다.

2. 어디에서나 논다
저렴하지만 효과적인 즐거움을 위해 돌, 통나무, 식물, 지형과 같은 놀이 비용을 제공한다.

3. 카탈로그를 능가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놀이터에는 잔디, 모래, 등반, 그네, 미끄럼 등 5가지의 놀이터가 있어야 한다. 물은 또 하나의 플러스가 된다.

4. 놀이터는 놀이를 위한 공간이다
놀이터는 바닥을 포함한 놀 수 있는 모든 게 포함돼야 한다. 놀이터의 안전과 유지보수보다 재미가 우선이다.

5. 위험은 좋은 생각이다
최고의 놀이터는 위험해 보이지만 아주 안전하다. 기술 수준, , 용기에 기초한 놀이방법을 제공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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