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8 11:23 (목)
“미래가치는 자동차일까요, 도심녹지일까요”
“미래가치는 자동차일까요, 도심녹지일까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0.01.22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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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녹지공간을 꿈꾸는 시민 토론회를 보며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의 문제점 지적하는 시민들
단순한 반대에서 대안을 제시하며 차츰 업그레이드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시민들의 생각은 과연 정책에 반영될까. 그건 쉽지 않다. 시민 위주의 행정을 펴는 게 생각 외로 어렵기 때문이다. 어쩌면 고민을 하지 않으려는 행정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를 보면 그런 생각이 가득하다.

어제(21)였다. 시민들이 모였다. 자발적으로 모여서 토론회를 열고, 도시우회도로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전달했다. 도시우회도로를 만들려는 이는 제주도정이다. 제주도정은 4.2km에 달하는 6차선 도로를 만들 생각에 부풀어 있다. 55년이 지난 장기미집행 도로를 어떻게 해서라도 뚫는다는 심산이다. 시민들은 달랐다. 도심을 관통하는 6차선 도로 대신 녹지공원을 만들어달라는 의견이었다.

두 생각은 이질적이다. 한쪽은 녹지를 없애면서 차량 위주의 정책을 하겠다는 것이고, 다른 한쪽은 가까이 걸어갈 도심의 숲을 원하고 있다.

토론회를 연 이들은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녹지공원화를 바라는 시민들’이다. 제주도의회 고은실 도의원과 함께 이날 토론회를 만들었다.

시민들은 도시우회도로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서로 모여서 머리를 맞대왔다. 시민들은 “도시우회도로는 안된다”면서 서명을 받았다. 지난해 5월 1일부터 2개월간 서명을 받았다. 서명을 한 이들은 1914명이었고, 그들의 서명을 받아든 시민들은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기자회견도 가졌다. 그럼에도 제주도정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일을 하다 보면 한계를 느끼기 마련이다. 그런데 시민들은 더 단단해졌다. 차츰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서명을 하고, 기자회견을 하던 시민들이 첫 토론회를 연 건 지난해 9월이다. 이때 이름은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백지화를 바라는 시민들’이었다. “도시우회도로는 무조건 안된다”는 그들의 입장이 이름에 담겨 있다. 하지만 ‘백지화’에 드러났듯이 대안을 제시하진 못했다.

어제 토론회는 2차에 해당한다. 시민들은 ‘백지화’가 아니라 ‘녹지공원’을 내세웠다. 드디어 대안을 가지고 왔다. 55년동안 뚫지 않은 도로를 만들 게 아니라, 이왕 사들인 땅을 녹지공원으로 만들자는 제안이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로 사라질 소나무 숲을 올려다봤다. 미디어제주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로 사라질 소나무 숲을 올려다봤다. ⓒ미디어제주

제주도정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우회도로 예정지는 학생들이 오가는 공간을 가로지르게 계획돼 있다. 예정지 주변에 통학하는 학생만도 4600명 정도로 집계된다. 도로가 뚫리는 곳엔 서귀포학생문화원이 있다. 여기를 이용하는 이용객은 연간 27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더더욱 서귀포학생문화원 인근엔 대규모 소나무 숲이 자리하고 있는데, 개발로 인해 깡그리 사라진다.

녹지는 왜 필요할까. 학생들의 교육권도 중요하겠지만, 더더욱 중요한 건 도심에 있어야 할 녹지이다. 녹지는 사람들에게 수많은 걸 준다. 숨을 쉬게 만들고, 더위도 막아준다. 미세먼지를 저감시키는 효과도 탁월하다. 대신에 자동차가 늘어나면 숨을 쉴 공간은 줄고, 더위는 가중되고, 미세먼지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2차 토론회에서 ‘숲세권’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걸어서 오가는 숲이 있는 공간은 토지 가치도 으뜸이다. 그게 ‘숲세권’이다. 숲이 있으면 삶의 질도 높아진다. 충분한 사례가 있다. 외국의 연구사례이지만 2015년 시카고대학교 오미드 카르단 교수 등 4명의 교수진이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한 논문을 들여다보면 녹지가 많아야 삶이 윤택해짐을 밝히고 있지 않은가.

녹지는 미래가치를 지닌다. 특히 도심의 녹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자동차는 되고, 녹지공간은 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어떤 정책을 결정하는데는 공무원의 사고전환이 무척 중요하다. 그들의 혁명적인 사고전환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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