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게 많기에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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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디어제주
  • 승인 2020.01.0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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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건축 [2019년 4월호] 오키나와와 국제교류
고이권 제주도건축사회 이사의 참관기

제주특별자치도건축사회는 2019년 6월 5일부터 6월 9일까지 오키나와현건축사회와의 국제교류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오키나와를 방문하였다. 5일간의 국제교류행사 주요 내용을 행사에 참여하였던 제주도건축사회 고이권 이사의 참관기를 통해서 살펴보고, 국제교류에 첫 발을 내딛게 한 김한진 전 회장과 니시자토 코우지 오키나와현건축사회 회장의 인터뷰를 통해 국제교류행사의 과거와 미래를 들여다 보고자 한다. 인터뷰는 <제주저널>의 김세지 편집인이 진행했다.

참고로 고이권 이사의 참관기엔 세계문화유산인 오키나와의 슈리성에 대한 설명이 포함돼 있다. 참관기는 2019년 7월 1일자 <제주저널>에 실렸으며, 수리성은 3개월 뒤인 10월 31일 전소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류큐왕국’. 류큐는 오키나와의 옛 지명이다. 1429년 오키나와 중심지인 나하의 동부에 있는 슈리를 도읍으로 통일왕국(류큐)이 건설되었다. 독립된 국가로 존재하였으나 약소국의 운명으로 중국의 지속적인 간섭을 받으며 왕조를 유지하다가 19세기 말 일본의 침략을 받아 결국 류큐왕국은 450년의 역사를 끝으로 오키나와현으로 바뀌게 되었다.

일본 열도의 최남단에 위치한 ‘오키나와’. 류큐왕국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고 여러 가지 역사적인 흔적의 결과로 일본속의 또 다른 일본으로 본토와는 다른 특징들이 많은 지역이다. 오히려 중국, 한국 특히 제주와의 많은 유사점과 영향을 받은 흔적들이 남아있는 독특한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쿠로시오 해류의 흐름을 타고 문화가 전파되었다는 정확한 기록이 남아있진 않으나 기후 및 생활양식, 문화의 유사성으로 유추해 본다면 과거부터의 교류는 있었음이 분명하다. 제주와 오키나와의 교류는 현대에 와서도 지속되고 있다. 2018년 ‘민간 경제교류’ 및 ‘평화아트의 요석이 되는 오키나와와 제주 교류미술전’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교류를 지속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교류의 중심에 ‘제주특별자치도건축사회’가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오랜 기간 동안 깊이 있는 교류가 이어오고 있어 그 교류의 역사는 분명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제2천년기를 마감하고 21세기를 시작한 해인 2001년. 제주도건축사회는 당시 18대 회장이었던 김한진 건축사와 직전 회장 김석윤 건축사, 조길홍 건축사, 그리고 제주대학교 김태일 교수. 이렇게 네 명의 대표단을 오키나와로 파견하게 된다. 한·일 양국 건축사회의 상호교류에 관한 사항을 협의하기 위해서이다. 2002년 4월 19일 이에 대한 결과로 15명의 오키나와현 건축사가 제주를 찾아와 교류조인식을 하게 되면서 제주도와 오키나와현 건축사협회 간의 교류는 시작되었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각 건축사회의 회원이 격년으로 서로의 지역을 방문하며 건축기행 및 친교행사, 세미나 등의 학술행사, 회원작품 교류전시 등의 형식으로 교류는 진행되었다.

2008년 제2기 교류협정을 통해 국제교류의 형태를 바꾸기로 하면서 회원 중심의 방문에서 상호 우수학생, 건축사보 등 인재파견 연수 중심의 교류 방식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2009년부터 2016년까지 8년간, 학생·건축사보를 파견하여 서로의 사무소에서 견습하는 기회를 갖게 하였다. 그러나 2주간의 짧은 기간 견습의 효과에 대한 실효성 문제와 오키나와 측의 참여인원 부족의 문제를 느끼며 2016 제주국제건축포럼에 참여하기 위해 제주를 찾은 오키나와현건축사회와의 협의를 통해 다시 원래의 취지에 맞게 각 건축사회원 중심의 교류를 2017년 재개하게 되었다. 격년으로 2017년에는 오키나와 방문을, 2018년에는 제주 방문을 통해 더욱 긴밀한 교류를 이어나갔다.

2019년. 제주특별자치도건축사회에서 오키나와를 방문하는 해가 되었다. 그리하여 ‘김상언 제주특별자치도건축사회 회장’을 포함한 10인의 방문단은 6월 5일부터 6월 9일까지 4박 5일 간의 오키나와 교류 방문을 시행하게 되었다. 아열대기후로 일년 내내 평균기온이 20도를 넘을 정도로 따듯한 오키나와의 날씨는 30도 가까이 되는 기온과 장마기간이라 우기였다. 오키나와 나하공항에 도착해서 처음 맞이한 오키나와의 공기는 높은 온도와 습한 기운으로 인해 제주의 여름철 날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중 나온 관계자의 말을 빌어보면 오키나와는 장마의 절정인 시기인데 도착 전날까지 많은 비와 바람이 불었다 한다. 거짓말같이 도착한 날은 날씨가 맑아져 우리 방문단을 날씨 또한 반기는 듯하였다. 크루즈가 접안한 도심내의 항과 오키나와의 낯설지만 익숙한 도시의 풍경을 감상하며 오랜 이동의 시간을 마치고 4일간의 거처인 숙소에 도착하였다. 숙소가 위치한 나하 지역은 미군이 이전하고 모든 건물이 파일기초를 적용해야 할 정도의 매립지를 신도시로 개발한 지역으로, 빠른 속도로 도시가 개발되고 발전하여 매년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방문 첫날은 이동시간이 많아 오후 6시가 되어서야 첫 번째 행사인 환영회에 참석하였다. 환영회에는 우리 제주방문단 10인과 오키나와현건축사회에서 회장님을 포함한 14인이 참석하였다. 2018년 제주를 방문했던 인원을 주축으로 구성된 오키나와현건축사회에서는 극진한 응대로 우리를 환영해 주었다. 몇몇 익숙한 분들은 반가움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좋은 분위기에서 각각의 참석자를 소개하는 순서로 환영회는 시작되었다.

양 건축사회 회장님들은 초대와 방문의 기쁨을 환영사와 건배사로 표현하였고, 제주에서 선물로 가지고 온 사진책과 전통주 등의 선물을 전달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만찬에는 오키나와 전통음식이 준비되었다. 오키나와에서 나는 건강에 좋은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서 만든 전통음식은 다소 거칠고 투박한 모습이 제주 전통음식과 많이 닮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간장과 오키나와 전통 술로 푹 쪄낸 ‘라후테’라는 음식에서 볼 수 있듯이 돈육의 선호도가 높은 특징이 있다. 류큐 요리는 ‘돼지로 시작해서 돼지로 끝난다’ 라는 표현을 상기해 보면 음식에서 또한 제주와의 유사성을 확인할 수 있다. ‘오키나와소바’가 본토의 메밀소바와는 다르게 밀가루로 만든 굵은 면발의 국수에 간장 맛이 밴 두툼한 돼지고기덩어리가 얹어져 나오는 것이 흡사 제주의 고기국수를 연상하게 하는 것처럼 음식에서 또한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둘째 날부터 본격적인 행사가 진행되었다. 오키나와 건축상 수상작 프리젠테이션 장소로 가기 전 오전에는 2003년 ‘일본의 근대 건축 DOCOMOMO 100’에 55번째, 오키나와에서는 첫 번째로 선정된 ‘성 클라라교회(가톨릭 요나바루 교회)’를 방문하였다. 성 클라라 교회는 1958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본토에서 파견된 펠릭스레이 주교가 모국에서 기부금을 모아 수도녀를 육성할 목적으로 세운 수도원과 성당이다. 미군기지와 병원을 설계하던 SOM의 도움으로 설계되었다. 요나바루 지역 중 높은 지형에 위치하여 바다와 언덕을 바라볼 수 있다.

성 클라라교회 내외부.
성 클라라교회 내외부.

성 클라라교회는 마치 프랑스의 몽셀미쉘 수도원을 떠올린다. 오키나와 기후를 고려한 건축적인 특징을 잘 확인할 수 있는 건축물로 일사를 조절하게 하는 디자인 블록과 자연광을 확보하고 바다로부터 시원한 바람을 내부로 유입하게 하는 스테인드글라스 및 창호 디테일 등이 건물의 가치를 높이고 있었다.

성 클라라교회의 장점을 알리기 위해 12년째 콘서트를 여는데, 근대건축물의 보존과 활용에 있어 올바른 접근법이라 생각되어진다. 성 클라라 교회의 설명은 지난 5월 제주에서 열린 ‘2019년도 대한건축학회 제주지회 춘계국제학술세미나’에 참석하여 ‘섬의 환경과 건축’이라는 주제에 맞춰 강연을 한 콘크리트 물성 연구자인 ‘네로마 건축사’가 특별히 담당하여 주었다.

제주에 ‘제주특별자치도 건축문화대상’이 있듯이 오키나와에는 ‘오키나와 건축상’이 있다. 둘째 날의 메인 행사는 ‘오키나와 건축상’ 및 ‘40세미만 건축사 설계경기’, 그리고 ‘제주특별자치도 건축문화대상’ 수상자의 발표회였다.

첫 번째로 대학생 및 건축사보, 건축사(1,2급)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제7회 40세미만 건축사 설계경기 ‘금상’ 수상자 ‘구니사다 요시히로’는 해안공원에 쉼터의 기능을 담당하는 폴리(Folly)를 발표하였다. 두 번째 발표자는 제5회 오키나와 건축상의 주거부분 ‘정상’을 수상한 ‘긴조유타카 건축사’였다. 오키나와 기후의 특징을 반영하여 자연적인 환기 및 일사량을 조절할 수 있는 주택 설계 작품을 소개하였다. 비주거부분에 ‘오아시스 뱅크’를 설계한 ㈜토쿠야마 건축사사무소를 대표해서 나온 ‘미야키 에리나 건축사’가 세 번째 발표를 하였다. ‘오아시스 뱅크’는 사적인 은행이라는 공간에서 넓은 지붕을 형성하여 공공에 외부 공간을 내어 주고 실내까지 공공적인 공간을 끌어들인 작품이었다. 마지막 발표자로 2018 제주특별자치도 건축문화대상 ‘본상’ 수상자 ‘양수웅 건축사’가 강단에 올랐다. 이번 교류를 더욱 의미있게 하는 프리젠테이션 자리에서 제주의 지리적 환경, 최근 이주의 열풍에 관한 사회현상의 소개,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제주를 찾아온 건축주의 사연으로부터 날개를 달아 새의 시선을 빌려주는 주택인 ‘리와장’을 소개하였다. 통역은 이현지 건축사가 맡아주었다.

한국어와 일본어가 뒤섞여서 여러 질문과 대답이 오고가는 프리젠테이션 장소는 건축으로 하나가 되는 아름다운 분위기를 형성하였다. 프리젠테이션이 끝나고 자리를 오키나와현 건축사회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 간담회가 진행되었다. 오키나와현 건축사회 회관에서 눈에 띄는 특별한 물건을 발견하였다. 2층에 전시되어져 있는 돌하르방 2점이다. 이는 2007년 방문시 제주에서 선물로 가지고 온 것으로 오키나와 지역의 석재인 석회암을 기단으로 하여 전시되어 있었다. 화산섬인 제주에서 현무암을 다듬어 만들어진 돌하르방과 모래와 산호초가 쌓여 퇴적되면서 만들어진 오키나와 석회암 기단의 조합은 제주와 오키나와 교류를 상징하는 징표처럼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셋째날은 오키나와현건축사회 총회가 있는 날이다. 총회가 오후 늦게 시작하는 관계로 오키나와의 문화를 조금 더 깊이 느낄 수 있도록 ‘오키나와현립 박물관·미술관’과 ‘슈리성’을 방문하였다. 오키나와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성인 슈리성은 그 역사가 곧 류큐왕국의 역사 바로

자체라 할 수 있다. 1945년 오키나와 전투로 인해 전소가 되었던 슈리성은 전후 철거지가 류큐대학의 캠퍼스가 되었다가 대학 이전 이후 복원사업이 추진되어 현재의 모습을 찾았다. 그러나 아직도 완성이 되어 있지 않고 복원은 계속 진행 중이라 한다.

슈리성은 높은 언덕에 입지하고 있어 나하의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곡선을 그리듯 성벽이 둘러싸여 있고 그 안에 많은 시설들이 세워져 있다. 이 성벽은 높은 가치가 인정되어 2000년 12월, 일본에서 11번째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슈레이 문을 시작으로 장엄한 몇 개 성문을 지나면 모습을 드러내는 세이덴(정전,正殿)은 류큐왕국 최대의 건축물이다. 중국과 일본의 축성 문화를 융합한 독특한 건축양식은 문화적, 역사적 가치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정전에 걸려 있었던 종이었다. ‘반코쿠 신료의 종’이라 불리는 종은 현재 복제품이 걸려져 있고 그 원자료는 오키나와현립 박물관·미술관에 보관되어 있다. “류큐왕국은 남쪽바다의 아름다운 나라이며 조선, 중국, 일본 사이에 있고, 배를 이용하여 만국의 가교 역할을 하며 무역을 통해 번영한 나라이다.”라는 명문이 종에 새겨져 있다. 류큐, 조선, 중국, 일본과의 우호관계와 교류를 나타내는 문양 그림이 새겨져 있는 종을 바라보며 과거로부터 교류가 있었음을 다시 상기할 수 있었다.

제주 방문단은 내빈 자격으로 오키나와현건축사회 총회에 참석하였다. 제주 면적의 2/3에 해당하지만 인구는 약 140만으로 제주의 2배 이상인 오키나와현의 건축사는 총 8000여 명이 있다 한다. 국가에서 자격을 주는 ‘1급건축사’와 현에서 자격을 주는 ‘2급건축사’, ‘목조건축사’를 모두 합친 인원이다. 이중 약 1100명이 오키나와현건축사회의 회원이다. 그리고 이 회원들은 건축사사무소이외에도 구조, 시공, 행정 등 각 여러 분야에 속하여 있고, 다양한 분야의 건축사회 회원들이 같이 모여 활동하고 있다. ‘니시자토 코우지 오키나와현 건축사회 회장’의 개회사로 시작된 총회는 “기후와 문화 등 많은 것이 닮은 제주와 오키나와 간의 교류는 건축적인 분야에서 더욱 긴밀한 교류로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 받으며 발전해 나갑시다.” 라는 ‘김상언 제주특별자치도건축사회 회장‘의 축사로 마무리되었다. 공식 행사를 마무리하고 마지막 일정으로 몇 곳의 건축물을 답사하였다.

오키나와섬의 남서쪽 끝에 위치한 ‘평화공원’이 그 중 하나이다. 제2차 세계대전 말, 오키나와 전투의 마지막 격전지였던 ‘마부니언덕’을 중심으로 국정공원으로 지정한 곳이다. 이곳에는 강제로 징병당하여 오키나와전투에서 희생된 한국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한국인위령탑’이 건립되어 있다. 이곳을 방문하니 마음이 숙연해지는 느낌이었다. 1층 전체를 열린 필로티로 계획하여 기존 마을과 해변의 관계를 유지하여 공공성을 확보하고자 했던 ‘문비치리조트’, 오키나와 전통 건축의 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나카무라 주택’, 지속가능한 친환경 건축을 표방한 ‘나고시청사’ 등을 답사하면서 오카나와 건축의 진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이른 아침에도 공항까지 나와주신 오키나와현건축사회 임원분들의 가슴 뭉클한 배웅을 받으며 공식 교류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오키나와 ‘미야코섬’이라는 작은 지방에서 73세의 나이로 아직까지도 열정적으로 현업에 종사하시는 ‘이시미네 건축사’가 총회 자리에서 반가움에 손을 잡아 주시며 당부와 같은 이야기를 해주셨던 장면이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제주와 오키나와는 닮은 게 많아 진작에 많은 교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주인들을 한 동포와 같이 생각한다. 젊은 사람들끼리 더욱더 많은 교류를 하고 특히 건축분야에서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아 좋은 건축을 많이 하여야 합니다”. 이분의 당부처럼 더욱 깊이있고 의미있는 교류로 발전하고 이를 통해 제주와 오키나와의 건축을 발전적인 성장으로 이끄는 원동력으로 삼았으면 하는 기대와 함께 이번 교류 행사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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