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놀 수 있는 공간’을 더 많이 만들자”
“동네에 ‘놀 수 있는 공간’을 더 많이 만들자”
  • 김형훈
  • 승인 2020.01.02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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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아야 공부다] <11> 영국 런던의 놀이터③

세계 여러 나라는 어린이들이 뛰노는 공간을 만들기에 열심이다. 우리나라인 경우 다소 늦었다. 2015년에야 ‘어린이 놀이헌장’을 제정해 모든 어린이들의 놀 권리를 선언했다. 어린이들의 놀 권리는 아무래도 선진국이 앞서 있다. <미디어제주>는 독일과 일본 사례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번엔 영국을 찾았다. 영국은 어떻게 놀이를 접근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그 현장도 몇차례 둘러본다. 이 기획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진행됩니다. [편집자 주]

 

런던 도심에 있는 ‘애비 오차드 커뮤니티 가든’

주택지역에 공공영역의 쉼터 및 놀이공간 확보

피보디그룹의 자금 지원으로 새로운 공원 창출

애완견이라도 아이들 놀이공간엔 들어가지 못해

앞서 영국 런던의 놀이터를 두 곳 둘러봤다.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공원에 있는 ‘텀블링베이 플레이그라운드’와 켄싱턴가든스에 있는 ‘다이애나 메모리얼 플레이그라운드’였다. 이들 두 곳의 플레이그라운드는 다들 커다란 공원에 있고, 자연을 담은 안전한 놀이터였다.

이번에 둘러볼 곳은 주택단지에 있는 놀이터이다. ‘애비 오차드 커뮤니티 가든’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이 공간은 놀이터를 말하는 ‘플레이그라운드’ 대신 ‘커뮤니티 가든’이라는 이름을 달았으니, 노는 공간보다는 주택단지에 있는 이들이 편안하게 오가는 공간임을 이름을 통해 알게 된다.

영국 런던의 '애비 오차드 커뮤니티 가든'. 웨스트민스터사원 서쪽에 자리잡고 있다. 미디어제주
영국 런던의 '애비 오차드 커뮤니티 가든'. 웨스트민스터사원 서쪽에 자리잡고 있다. ⓒ미디어제주

영국의 교육부가 펴낸 <놀이를 위한 디자인>(2008)을 들여다보면 놀이터라는 공간은 매우 다양하다. 아이들이 온몸을 활용하며 뛰노는 순수 놀이터가 있는가 하면, 주택단지나 버스터미널 등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지역에도 놀 공간을 뒀다. 주택단지나 버스터미널에 있는 곳은 ‘플레이그라운드’라는 이름을 달진 않았으나,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을 만듦으로써 아이들과 젊은층이 놀이에 많이 노출되도록 하고 있다.

<놀이를 위한 디자인>은 “더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라”고 주문한다. ‘더 놀 수 있는 공간’은 동네에서도 자유롭게 논다는 의미이다.

<놀이를 위한 디자인>은 ‘놀 수 있는 공간’을 ‘공유하는 공공영역’으로 표현하고 있다. 좀 더 풀어보면 ‘공유하는 공공영역’은 서로 다른 요구를 지닌 이들이 같은 시간에 만나는 공간을 의미한다. 공유하는 공간이 늘어남으로써 자연스레 놀이기회의 범위 또한 늘게 된다.

예전 주차장이던 공간이 시민들의 쉼터로 바뀌었다. 미디어제주
예전 주차장이던 공간이 시민들의 쉼터로 바뀌었다. ⓒ미디어제주
'애비 오차드 커뮤니티 가든'은 주택단지 내부에 있다. 누구나 와서 쉬고, 즐길 수 있다. '놀 수 있는 공간'은 먼 곳이 아니라 동네 가까운 곳에도 있어야 함을 알 수 있다. 미디어제주
'애비 오차드 커뮤니티 가든'은 주택단지 내부에 있다. 누구나 와서 쉬고, 즐길 수 있다. '놀 수 있는 공간'은 먼 곳이 아니라 동네 가까운 곳에도 있어야 함을 알 수 있다. ⓒ미디어제주

런던의 사우스뱅크센터는 영국 스케이트보딩의 본거지로 유명하다. 스케이트보더들이 자주 찾자 공간 관리자가 여기를 쓰지 못하도록 했으나, 현재는 런던의 가장 유명한 스케이트보딩 경기장으로 방문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공간을 열었기에 가능해졌다.

애비 오차드 커뮤니티 가든은 놀 공간이 없던 황량한 도심에 만들어진 의미가 있다. 이름에서 보듯 ‘애비 오차드’는 인근에 있는 웨스트민스터사원과 관련이 있다. ‘애비 오차드’는 웨스트민스터사원이 관리하는 과수원이라는 의미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러다 19세기엔 범죄가 만연한 주거지가 되고 ‘악마의 언덕’이라는 곱지 않은 지적을 받던 지역이다. 그야말로 한때는 빈민들이 거주하던 슬럼가였다.

‘애비 오차드’ 일대는 ‘피보디그룹’이 사들이면서 서서히 변화를 겪는다. ‘피보디그룹’은 150년 넘게 주택문제에 관여를 해오고 있다. 피보디그룹은 열악한 주택환경을 개선하고, 어려운 이들에게 안전하고 저렴한 주택을 제공해왔다.

‘애비 오차드 커뮤니티 가든’은 지난 2001년부터 사업에 착수, 2004년 마무리됐다. 피보드그룹 산하 기구인 ‘피보디 트러스트’의 기금이 투입됐다.

주택이 들어서기 전에는 웨스트민스터사원의 과수원이었던만큼 그런 풍광을 재현해보려는 의지도 강했다. 과수원을 거쳐 주택지역으로 탈바꿈하면서 ‘쉼’이나 ‘놀이’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지역이 되었으나 ‘쉼’과 ‘놀이’가 가능한 공간으로 다시 변했다. 그러면서 안뜰의 주차장도 사라졌다.

피보드그룹은 다른 건물에 주차장 빌딩을 세우고, 안뜰을 모든 이들이 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애비 오차드 커뮤니티 가든’을 들어가면 콘크리트 구조물이 사람을 맞는다. 거기엔 “예전에 수도사의 포도밭과 과수원이었고, 다시 가든을 가지게 되었다”는 문구가 새겨있다.

제 아무리 애완견이라도 어린이들이 뛰노는 공간은 들어가지 못한다. 미디어제주
제 아무리 애완견이라도 어린이들이 뛰노는 공간은 들어가지 못한다. ⓒ미디어제주

안뜰의 주변엔 커다란 버즘나무 계열의 수목이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정방형의 이곳 공원은 열림과 닫힘이 있다. ‘열림’은 아무나 들어가서 놀 수 있음을 말한다. ‘닫힘’은 완전 개방형태가 아니라 낮은 콘크리트와 낮은 수목으로 울타리를 만들어 놀이공간을 보호한다는 의미이다. 아울러 공원 한가운데를 차지한 농구코트는 애완견의 출입을 막고 있다. 런던 플레이그라운드의 특징은 여기에 있다. 아무리 잘 데리고 노는 애완견이라더라도 어린이들이 노는 공간에는 함부로 들어오지 못한다.

애비 오차드 커뮤니티 가든은 말한다. 놀이공간만 놀이기회를 제공하는 건 아니라고. 사람들이 자주 오가는, 우리의 눈에 보이는 공공공간도 놀이공간으로 변함으로써 놀이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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