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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개발공사 결국 파업…1년 18억원 때문?
제주도개발공사 결국 파업…1년 18억원 때문?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9.12.27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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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후 2시부터 노사 12시간 마라톤 협상 결렬
‘제 3자’ 조정위원 3명도 나섰지만 경영진 측 합의 거부
노조 “사측 요구 수용해도 최종 합의 전 본인들이 뒤집어”
경영진 “양측 입장 차 크고 제도적으로 수용 어려운 상황”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노동자들이 27일 파업에 돌입했다.

제주도개발공사와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사측과 노조는 지난 26일 오후 2시부터 12시간 가량 마라톤 협상을 벌였다.

이날 협상에는 외부에서 '파업만은 막기 위해' 조정위원으로 3명이 참여했으나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27일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삼다수 공장 입구에 내걸린 현수막. ⓒ 미디어제주
27일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삼다수 공장 입구에 내걸린 현수막. ⓒ 미디어제주

이들에 따르면 최종 협상의 쟁점은 상여금이었다.

노조 측에서는 설·추석 상여금 120%와 성과장려금 180%를 요구했다.

사측에서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내놨고 결국 노조가 요구하는 300% 수준의 1/10도 안 되는 20%를 제안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3인이 조정위원이 사측의 요구와 노조의 요구를 수차례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노조가 사측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하면서 26일 새벽 파업 철회가 예상됐지만, 사측이 다시 합의를 거부하면서 최종 협상이 결렬됐다.

노조 관계자는 이와 관련 "어제(26일) 오후 2시부터 27일 새벽 2시까지 세 차례 사측과 논의를 했는데 최종적으로 결렬됐다"며 "'파업은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온 조정위원 3명도 와서 중재를 했는데 사측이 합의를 깼다"고 말했다.

제주도개발공사 삼다수 공장 외부 전경. ⓒ 미디어제주
제주도개발공사 삼다수 공장 외부 전경. ⓒ 미디어제주

특히 "사측이 요구하는 20%를 우리가 고민 끝에 수용했는데 27일 오전 1시부터 뭔가 미적미적 대더니 2시께에는 본인들이 제시한 내용도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며 "이제는 경영진을 믿을 수 없는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어제(26일) 사측 교섭위원들이 교섭 내용이 뭔지 볼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해서 2시간 동안 대기시키더니 '안 되겠다'고 하더라"며 "지난 7월 9일부터 교섭을 시작했는데 파업을 하루 앞 둔 날에야 와서 다시 본다는게 이해가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어제 사측은 '제 3자'(조정위원) 3명이 있는 앞에서 합의한 내용마저 말을 바꾸는 행태를 보였다"며 "사측이 진정으로 원하는게 무엇인지 정말 알고 싶은 심정"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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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협상에 함께한 '제3자' 조정위원 중 1인은 <미디어제주>와 통화에서 사측을 강하게 비난했다.

해당 조정위원은 "사측이 제시한 내용(20%)을 노조가 힘들게 수용하겠다고 했는데, 사측이 다시 입장을 바꿔 협상을 깼다"며 "금액만 놓고 보면 18억 정도다. 임원들은 연봉 1억원 이상씩 받아가고, 사내 유보금으로 2000억원이나 있으면서 직원들한테 1년에 200여만원 정도 더 주는 것도 못하겠다고 하더라"고 힐난했다.

게다가 "어제 노사가 다 합의해 협상을 끝냈는데 마지막 '사인' 전 누구한테 전화를 받았는지 모르지만 사측이 갑자기 '안 된다'고 하더라"며 "내가 볼 땐 오경수 사장이나 협상에 나선 이사에게 협상의 전권이 단 1%도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조정위원은 '협상권이 누구한테 있는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는 "누구겠느냐"고 반문했다.

27일 제주도개발공사 건물에 내걸린 경영진 퇴진 요구 현수막. ⓒ 미디어제주
27일 제주도개발공사 건물에 내걸린 경영진 퇴진 요구 현수막. ⓒ 미디어제주

이에 대해 개발공사 사측은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사측 관계자는 "어제 협상이 최종 결렬됐고 양측의 입장 차가 너무 컸다"며 "제도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어서, 우리가 수용해도 향후에 더 큰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협상에서 우리도 파업을 최대한 막아보기 위해 '안'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최종적으로 행정안전부가 정한 지방공기업 관련 규범 범위에서 수용하기 어려웠다"며 "노조와 협상의 여지가 있으면 최대한 협상을 하면서 파업을 해소하는데 노력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개발공사 파업 사태에 대해 제주도의회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제주도의회 A위원장은 "지금의 사태가 앉아서 보고만 있을 수 없는 것 같다"며 "특별 업무보고 형식으로라도 개발공사 관계자들을 불러서 이야기를 듣고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편 개발공사 노조 측은 오는 30일 파업 출정식을 갖고 31일에는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에 있는 임시사무동 앞에서, 내달 2일부터는 제주특별자치도청 앞에서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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