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5:24 (금)
“음악이 가진 마법의 힘, 당신은 아나요”
“음악이 가진 마법의 힘, 당신은 아나요”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12.23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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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의 꽃은 학교에서] <19> 동아리 지도교사를 만나다

남주고등학교 음악교사 이주희
"음악은 마법이자, 삶의 동반자"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선진국을 가늠하는 지표입니다.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은 뭐가 다를까. 먹는 것, 입는 것, 여러 가지가 다를 수밖에 없지만 그 중에서도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집니다. 문화예술은 특정한 사람들이 누리는 산물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즐기는 보편타당한 소재가 되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선진국입니다. 특히 문화예술은 어릴 때부터 심어줘야 합니다. <미디어제주>는 제주도내 각급 학교의 동아리를 들여다보면서 문화예술이 어떻게 학생들에게 심어지고 있는지 살피는 기획을 싣습니다. 이 기획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진행됩니다. [편집자주]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흔히 ‘교사’라고 하면, 그의 업무가 ‘학생을 가르치는 것’에 한정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막상 교사의 세계로 들어가 보면, 그가 해야 할 부가적인 업무는 상당히 많은 편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수련회 장소를 정할 때, 학생들에게 안전한 장소인지 직접 현장을 방문해 답사해야 한다. 도교육청이나 교육부에서 내려오는 공문을 정리하고, 실제 교육 현장에 반영될 수 있도록 계획을 짠다. 학생들의 진로 상담에도 힘쓴다. 새 학기마다 수업 계획 시간표를 짜고, 시험 땐 문제 제출과 주관식 문항 채점을 한다. 평가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수행평가도 꽤 부담스러운 편이다.

단순히 나열한 업무가 이렇고, 더 깊이 들어가면 자잘한 행정 업무도 많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가 ‘동아리’ 업무까지 신경 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문화예술 동아리라면 더 그렇다. 가만히 앉아 업무를 보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과 부딪히며 직접 소통해야 하는 업무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동아리 교사 활동이 즐겁다”며 아이들 자랑에 한창인 교사가 있다. 남주고등학교 이주희 교사다. 어느 정도냐면, 인터뷰 요청을 하는 <미디어제주>와의 통화에서 30분 이상을 동아리 자랑에 소요했을 정도다.

이주희 교사는 음악 과목을 담당하며 음악동아리 학생들의 지도를 맡고 있다. 지도 과목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어 동아리에 대한 애착도 더 크다.

“다소 식상한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학생들에게 음악은 치유이자 성장의 원동력입니다. 음악을 통해 위로를 받고, 학업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죠.” / 남주고 이주희 교사

2019년 피아노 발표회 때 , 무대에서 멋진 연주를 보여줬던 학생들의 모습.
기자는 사실 이주희 교사를 취재하며, 그의 사진을 기사와 함께 게재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학생들이 주인공이다, 자신이 부각되지 않기를 바란다"라며 정중하게 사진 촬영을 거절했다.
옳은 말이다. 학생들의 아름다운 변화가 있었기에, 이 기사가 나올 수 있는 거니까. 

이주희 교사는 학생들이 각자가 선택한 곡을 연습하고, 멋지게 연주해내는 모든 과정을 계속 지켜봐 왔다. 그래서 그는 자신 있게 말한다. “음악은 학생들에게 여유로운 마음과 삶의 활력을 만들어 준다”라고.

“기억나는 학생들이 많아요. 학업에는 관심이 없지만 피아노 연주에 관심을 갖게 된 친구인데요. 그 친구는 자율학습 시간에 몰래 자습실을 나와, 음악실에서 헤드셋을 끼고 피아노 연주를 하더라고요. 정말 피아노를 좋아했던 학생이에요. 또 아침 7시부터 피아노 연습을 하는 학생, 고3 학생인데 밤 10시에 공부가 잘 안 된다면서 피아노실에서 연주하는 학생. 너무 많아서 다 세기가 힘들 정도네요.” / 남주고 이주희 교사

이토록 음악에 열정을 보였던 학생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는 잊지 못할 에피소드 하나를 이야기했다.

“평소에 음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그래서 많이 접하지 않았던 학생이 있는데요. 친구들이 피아노 연주를 하는 것을 보고는 저에게 질문을 하나 하더라고요. ‘선생님, 오른손으로는 멜로디를 연주할 수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양손으로 피아노 연주가 가능한 건가요?’라고. 그러고는 피아노 방과후수업을 신청했는데요. 쉬는 시간, 점심시간, 저녁시간, 심지어 토요일도 학교 피아노실에 와서 연습을 하더군요. 정말 놀랐어요.” / 남주고 이주희 교사

이주희 교사가 언급한 학생은 현재 남주고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다. 피아노의 매력에 푹 빠진 학생은 자연스럽게 다른 음악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나중에는 밴드반 활동도 하게 되었단다. 놀라운 사실을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해당 학생은 밴드반에서 일렉기타와 베이스를 배우며, 키보드를 담당하게 됐다. 현재 그의 피아노 실력은 전공자 못지않을 정도로 꽤 수준급이다.

2018년 남주고 방송댄스 동아리의 공연 모습. 선배들의 '수능 대박'을 위해 공연을 준비했다.
방송댄스동아리는 음악동아리와 함께 이주희 교사가 주목하는 문화예술 동아리다.
학생 모두가 '정말 즐거워서' 춤을 추는 모습에 이주희 교사도 덩달아 신이 난다고.

“음악에 관심 없던 학생이 피아노를 접하며 ‘음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놀라운 변화죠. 소심한 학생은 자신감을 찾게 되고요, 선생님에게 먼저 다가가 음악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음악은 마법이고, 음악은 내 편이며, 음악은 삶의 동반자라고 생각합니다. 마법과도 같은 음악의 긍정적인 힘을 많은 학생이 느끼고, 삶 속에서 함께할 수 있도록 열심히 돕고 싶네요.” / 남주고 이주희 교사

바쁜 교사 업무 중에도, 음악동아리 학생들을 위해 늘 대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이주희 교사. 그가 이토록 음악동아리에 애정을 쏟는 이유는 ‘문화예술, 음악이 가진 힘’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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