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4:18 (금)
"함께 소리내는 순간, 소통할 수 있어요"
"함께 소리내는 순간, 소통할 수 있어요"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12.20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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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의 꽃은 학교에서] <18> 서귀포여고 풍물 동아리

서귀포여고 4대 동아리로 불리는 풍물동아리 '불리'
어색한 선후배 사이, 함께 소리내는 순간 "돈독해져"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선진국을 가늠하는 지표입니다.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은 뭐가 다를까. 먹는 것, 입는 것, 여러 가지가 다를 수밖에 없지만 그 중에서도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집니다. 문화예술은 특정한 사람들이 누리는 산물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즐기는 보편타당한 소재가 되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선진국입니다. 특히 문화예술은 어릴 때부터 심어줘야 합니다. <미디어제주>는 제주도내 각급 학교의 동아리를 들여다보면서 문화예술이 어떻게 학생들에게 심어지고 있는지 살피는 기획을 싣습니다. 이 기획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진행됩니다. [편집자주]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우리 것을 지키자’라는 말. 쉽게 들을 수 있어 다소 식상한 면이 있음에도, 그 의미에는 누구나 공감할 테다.

우리가 지키고 이어나가야 할 소중한 대한민국의 역사와 전통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 올빼미·황새 등의 천연기념물,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감고 있는 국보와 보물들. 이들 모두 우리가 지키고, 보전해야 할 대한민국의 가치일 것이다.

그리고 여기, 옛 전통문화를 이어 우리 민족의 흥을 몸소 전파 중인 동아리가 있다. 서귀포여자고등학교 풍물동아리, ‘불리’가 그렇다.

“서귀포여고 풍물동아리 ‘불리’는 항상 뜻이 있는 곳에 부름을 받고자 하는 저희들의 의지 표현이에요. 저희의 소리가 사람을 타고 널리 전파되어 다양한 곳에, 의미 있는 모습으로 불려가기를 바라요.” / 서귀포여고 2학년 한지영

풍물동아리에서 장구를 맡고 있는 지영은 ‘불리’의 27기 단원이다.

‘불리’는 신입생 때부터 모집을 시작한다. 그래서 ‘불리’의 단원들은 대부분 1학년 때부터 활동해온 친구들이다.

“저도 1학년 때부터 풍물동아리 활동을 해왔는데요, 가입할 당시에는 몰랐는데 알고 보니 저희 ‘불리’가 서귀포여고의 4대 동아리로 불리는 곳이더라고요.” / 지영

서귀포여고에는 ‘4대 동아리’가 있다. 먼저 댄스동아리 ‘홀릭’, 연극동아리 ‘너나들이’, 방송반 ‘SGBS’, 그리고 풍물동아리 ‘불리’. 이렇게 4개 동아리가 각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서귀포여고의 4대 동아리, 2018년 12월에 열린 동아리 발표회 '양지예술제' 때 모습.
(왼쪽부터 시계방향)풍물동아리 '불림', 댄스동아리 '홀릭', 방송반 'SGBS', 연극동아리 '너나들이'. (사진=서귀포여자고등학교)

서귀포여고의 4대 동아리의 명성답게 '불리' 또한 도내에서 다양한 공연을 펼친다.

“'불리'는 정기적으로 공연 봉사를 하고 있어요. 샘물숲학교에 초청되어 815공연을 펼치기도 했고, 지난 12월 18일에는 김정문화회관에서 공연을 마쳤답니다. 2019년 마무리 공연이 동아리 발표회로, 19일 학교 운동장에서 열렸는데요, 엄청 아쉬웠어요. 저는 2학년이라 내년부터 동아리 활동을 쉬게 되거든요.” / 지영

‘불리’는 3학년을 제외한 1~2학년 학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9년에는 1학년 18명, 2학년 13명 총 31명으로 활동해왔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구성원에서 제외된 이유는 학업 때문이다.

“제대로 된 풍물놀이를 펼치려면, 정말 많은 연습이 필요해요. 그냥 듣기엔 쉬워 보여도 막상 한 사람이 실수하면 크게 티가 나거든요. 그래서 고3 수험생은 풍물동아리 활동을 함께하는 게 힘들어요. 또 강사 선생님이 못 오시는 날엔 선배가 후배를 지도해야 하기 때문에, 거의 불가능에 가깝죠." / 지영

 

서귀포여고 풍물동아리 '불리'의 연습 모습.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책임감이 많이 늘었어요. ‘내 소리’만 하는 게 아니라, ‘남의 소리’도 들어야 좋은 소리가 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처음엔 고민을 꽤 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다양한 소리가 듣기 좋은 소리로 융합될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 지영

지영이 풍물동아리에 몸담았던 시간은 약 2년. 18살 지영에게 2년이란 꽤 긴 시간이다. 그런 지영은 지난 2년 동안의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일단 내년부터 장구를 들고, 무대에 서지 못한다는 게 너무 아쉬워요. 저희 동아리는 1학년과 2학년 사이가 엄청 돈독하거든요. 동아리가 아니었다면, 서로 어울릴 시간이 없었을 텐데. 이렇게 풍물동아리에서 만나 서로를 알게 돼서 참 좋았어요. 아마 동아리 활동을 마치더라도 후배들과 만남은 계속 이어갈 것 같아요.” / 지영

오랜 역사와 전통이 사람에 의해 전해지는 것처럼, ‘불리’의 풍물놀이도 서귀포여고 학생들에 의해 28년째 지속되고 있다.

이제 3학년이 될 지영이 ‘불리’ 활동을 멈추게 되더라도, 그가 공연으로 응답했던 다양한 부름은 후배들의 손으로 또다시 이어지게 될 터.

끝으로 지영에게 물었다.

“당신에게 ‘풍물놀이’란 무엇인가요?”

“저에게 풍물놀이란 ‘인스타(인스타그램)’ 같아요. 인스타는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SNS 매체찮아요. 저는 풍물놀이를 통해 후배들과 소통할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에게 풍물놀이는 인스타그램 같아요.” / 지영

한지영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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