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8 17:49 (목)
‘도시재생’으로 모여 꿈꾸던 결과물을 만들다
‘도시재생’으로 모여 꿈꾸던 결과물을 만들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12.23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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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또 다른 이야기] <8> 내년을 꿈꾸며

제주시 문화도시 문화기획자 수눌엉멩글엉

[인터뷰] 팀원인 이창열·안지아씨에게서 듣다

집을 돈이 아닌 삶의 공간으로 들여다봐야

작은 도전이지만 내년에도 가능하리라 봐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제주시는 문화도시를 꿈꾼다. 문화도시는 문화의 가치와 가능성을 지녀야 한다. 지역 곳곳에 널려 있는 문화자원을 찾아내고, 그걸 공유할 줄 알아야 문화도시라는 타이틀을 지니게 된다.

제주시는 이를 위해 올해 의욕적인 사업을 진행했다. 문화도시 기획자를 모집, 생활 속 실험인 ‘리빙랩’을 추진했다.

‘리빙랩’은 쉽지 않았다. 문화기획자를 모집하고, 같은 주제를 지향하는 사람들끼리 팀을 만들었다. 잘 운영되면서 성과를 내는 팀도 있었고, 탄력을 받지 못해 중간에 포기하는 팀도 생겼다.

어쨌든 문화기획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팀을 만든다는 구상 자체가 획기적이었다. <미디어제주>는 그들 팀 가운데 도시재생을 새롭게 들여다본 ‘수눌엉멩글엉’에 초점을 맞췄다. 수눌엉멩글엉은 ‘폐건축자재와 가전을 활용한 문화도시 재생사업’이라는 이름을 걸고 사업을 추진했다. 수눌엉멩글엉은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의 ‘조천북1길’을 사업지구로 선정, 나름 성과를 거뒀다.

제주시 문화기획자 모집을 통해 수눌엉멩글엉이라는 리빙랩 팀을 만들어 일했던 이창열(왼쪽) 안지아씨. 미디어제주
제주시 문화기획자 모집을 통해 수눌엉멩글엉이라는 리빙랩 팀을 만들어 일했던 이창열(왼쪽) 안지아씨. ⓒ미디어제주

수눌엉멩글엉은 그들의 생각대로 결과물을 얻기도 했으나, 예상외의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다. 수눌엉멩글엉 팀원 가운데 이창열, 안지아씨를 직접 만나 그동안의 리빙랩 과정을 들어보는 기회를 가졌다.

리빙랩을 하겠다며 뛰어든 계기는 달랐다. 이창열씨는 그가 해오던 생각을 펼쳐보이고 싶었고, 안지아씨는 그가 해오던 과정이 답답하던 차에 리빙랩이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서로 다른 환경이었다. 목수 겸 금속공예가인 이창열씨는 버려진 것에 새 생명을 불어넣길 좋아했다. 디자인 전공인 안지아씨는 자신의 활동은 ‘시각’에만 머물렀고, 그걸 더 확장시키고 싶었는데, 마침 도시재생이라는 키워드와 만나게 됐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4월에 진행된 문화기획자 모집에 뛰어들었다. 팀 이름은 수눌엉멩글엉이라고 짓고, 바쁘게 움직였다. 본 사업은 9월에야 진행되면서 초조함에 시달리기도 했다. 다행인 건 결과물이 보기좋게 나왔다. 그들이 해낸 결과물은 조천북1길 주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행위였다. 고장난 대문을 고치기도, 울퉁불퉁한 바닥면을 정리해주고, 집안의 화장실도 물이 새지 않게 도와줬다. 어떤 때는 버려지는 어상자를 가져다가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시켰다. 완벽한 업사이클링은 아니었지만, 그걸 구현하려 노력했다.

“좋은 사람들이랑 일을 하게 됐지만 일을 하다가 매너리즘에 빠질 때는 무척 힘들었어요. 순간순간 자신을 일으켜 세우기가 쉽지 않았지만 끝을 보는 성격이기에 마무리를 한 것 같아요.”(이창열)

“수눌엉멩글엉이 추진하는 프로젝트는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다들 전문성을 지닌 작가들이 만났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서 결과물을 냈다는 게 뿌듯해요.”(안지아)

서로 다른 이들이 만나서 하나의 결과물을 만든다는 건 쉽지 않다. 늘 함께해오던 이들도 아니었고, 서로 모른 상태에서 ‘문화기획자’라는 깃발 아래 모여서 하나의 팀을 만들어 이룬 성과였다.

수눌엉멩글엉이 해온 작업은 도시재생이다. 우리가 부르는 ‘도시재생’엔 거대한 예산이 투입된다. 그 돈을 보고 달려드는 이들도 많다. 수눌엉멩글엉 팀에 소속된 이들은 기존의 도시재생이 아닌, 새로운 개념의 도시재생을 해보고 싶었다. 그들에게 도시재생은 뭘까.

수눌엉멩글엉의 이창열 안지아씨가 그동안 일을 하면서 힘들었던 과정과 성과를 이야기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수눌엉멩글엉의 이창열 안지아씨가 그동안 일을 하면서 힘들었던 과정과 성과를 이야기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관이 주도하는 인위적인 도시재생은 거부감이 들어요. 관이 주도를 하게 되면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고만 합니다. 일본인 경우엔 20년, 길게는 30년을 내다보면서 도시재생을 한다잖아요. 그에 비해 우리는 보여주기식 도시재생을 하는 것 같아요. 수눌엉멩글엉은 그런 문제점을 인식했다고 봐요. 제가 생각하는 도시재생은 집을 ‘돈 가치’로 보는 게 아니라, ‘삶의 공간’으로 바라봐야 하고, 그런 환경에서 제대로 된 도시재생이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이창열)

“사람들은 도시재생을 관에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도시재생은 개개인이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개개인이 내 주변을 바꾸게 되면 나비효과를 일으켜 사회공간을 바꾸게 되리라 봅니다. 그런 개개인의 노력이 더해지면 관에서 추진하는 도시재생과 접점이 생기겠죠.”(안지아)

사실 수눌엉멩글엉 팀원들은 그들의 노력이 하나의 결과물로 나올지는 장담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들은 새로운 시도를 했고, 새로운 결과물을 도출했다. 그들이 내놓은 결과물은 작은 단위의 도시재생도 가능하다는 믿음을 줬다.

이창열씨는 내년이 더 기대된다고 했다. 도전을 해보았고,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안지아씨는 관련된 시스템이 만들어지기 바라고 있다. 제주도내 전체를 하나의 사업지구로 봤을 때 ‘수눌엉멩글엉’이 주도하는 인증기관을 만들고, 관련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새로운 도시재생이 가능하리라 은근히 기대한다. 불가능하진 않다. 올해 ‘리빙랩’으로 가능성을 봤고, 이제 남은 건 추진력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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