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율을 만드는 행복, 우리는 '음악'을 해요"
“선율을 만드는 행복, 우리는 '음악'을 해요"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12.16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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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의 꽃은 학교에서] <16> 남주고 음악 동아리

남주고 음악 동아리 '포 엠(For Music)'
쉬는 시간, 음악실에서 피아노 치는 두 남자
2학년 강재영, "피아노는 내 삶의 낙이에요"
2학년 오민혁, "음악이 좋아서, 피아노를 쳐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선진국을 가늠하는 지표입니다.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은 뭐가 다를까. 먹는 것, 입는 것, 여러 가지가 다를 수밖에 없지만 그 중에서도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집니다. 문화예술은 특정한 사람들이 누리는 산물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즐기는 보편타당한 소재가 되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선진국입니다. 특히 문화예술은 어릴 때부터 심어줘야 합니다. <미디어제주>는 제주도내 각급 학교의 동아리를 들여다보면서 문화예술이 어떻게 학생들에게 심어지고 있는지 살피는 기획을 싣습니다. 이 기획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진행됩니다. [편집자주]

남주고등학교 본관 지하 1층에 있는 음악실의 모습.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바다가 보이는 도로를 마주한 채 위치한 남주고등학교. 중학교 건물을 지나 고등학교 건물로 들어서면 어슴푸레 피아노 선율이 들린다. 소리를 따라가면 마주하는 것은 지하 1층 음악실. 피아노를 치는 학생들이다.

“’포 엠(For Music)’은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만든 자율동아리예요. 피아노, 등 악기 연주를 하고요. 누구나 자유롭게 음악실에서 악기 연주를 하고, 연습할 수 있어요.” / 남주고등학교 2학년 강재영

남주고등학교에는 음악 동아리 ‘포 엠’이 있다.

‘포 엠’은 음악을 좋아하고, 연주하는 학생들이 모여 만든 자율동아리다. 아직 3년 차 신생 동아리지만, 구성원들의 실력이 꽤 대단하다.

“우리학교 음악실에는 피아노가 18대나 있어요. 그런데도 점심시간이면 자리가 없을 때가 있어요. 피아노 치러 오는 친구들이 많아서요.” / 재영

포 엠의 단장이자 피아노를 치는 재영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피아노를 쳤다. 중학교 땐 피아노 대회에 참가했을 정도로 피아노에 푹 빠졌었단다.

“중학교 고학년이 된 후에는 피아노를 거의 안 쳤어요. 공부하느라 바빴거든요. 그렇게 남주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됐는데요. 막상 고등학교에 오니 쉬는 시간에 딱히 할만한 게 없더라고요. 그러던 중 우연히 음악실에 있는 피아노를 치게 됐는데요, 오랜만에 치니까 되게 재미있었어요.” / 재영

재영은 평소 피아노 연습 때 헤드셋을 끼고 한다. 다른 친구들의 피아노 소리를 피해 오롯이 자신의 연습에 몰두(?)하기 위해서다.

쉬는 시간에 할 놀이가 없어 심심하던 차, 재영은 학교를 돌아다니던 중, 우연히 음악실을 지나게 된다. 남주고의 음악실은 투명한 유리로 되어있어 내부가 훤히 보인다. 재영이 피아노를 칠 수 있었던 것은 이 덕분이다.

그렇게 우연히 피아노와 다시 마주쳤던 순간이 재영을 음악 동아리로 이끌었다.

“피아노를 칠 때 울려 퍼지는 선율이 참 좋았어요.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음악을 들으며, 음악을 만들어내는 행위. 그 매력에 빠졌죠.” / 재영

“저도 그래요. 왜 피아노를 치느냐 묻는다면, 할 말이 없어요. 그냥 좋으니까. 좋으니까 계속 치게 되는 것 같아요. 칠수록 더 좋아지고요.” / 남주고등학교 2학년 오민혁

이 사진은 설정한 모습이 아니다. 음악실에서 연습 중인 민혁의 모습을 보고, 옆에서 살짝 찍은 사진이다.

동급생 민혁 또한 음악 동아리 ‘포 엠’의 멤버이자, 방과후학교 피아노 강좌 수강생이다. 그는 고등학교 입학 후 새로 사귄 친구와 음악 이야기를 나누며, 피아노를 치게 됐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지만, 이들의 실력은 꽤 수준급이다. 이들이 수준급의 피아노 연주 실력을 갖추게 되기까지. 그 이면에는 학교 측의 지원이 있었다.

“방과후학교 강좌로 피아노반이 있거든요. 전문 강사 선생님이 오셔서 연주를 알려주세요. 강좌는 일주일에 두 번인데요. 심화 피아노반도 있어요. 어느 정도 기초가 있는 친구들은 심화반 강좌를 통해 실력을 키우죠. 그런데요, 사실 대부분 개인 연습을 하면서 저절로 실력이 길러지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 민혁

민혁이 좋아하는 연주곡은 ‘라 캄파넬라’. 이 곡은 피아노 전공자가 치는, 난이도 높은 곡에 속한다.

“거의 독학했어요. 방과후학교 강좌 때 조금 배우긴 했는데, 수업만으로는 안 되겠더라고요. 조금씩 조금씩 틈나는 대로 연습하다 보니 ‘라 캄파넬라’를 칠 수 있게 됐어요.” / 민혁

민혁은 남주고에서 피아노를 치는 친구들이 3~40여 명 정도 된다며, 동아리 자랑을 했다. 잘 치고 못 치고를 떠나 자신처럼 ‘피아노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사실이 기쁘단다.

그런 민혁이의 꿈은 무엇일까. 피아니스트일까?

“피아니스트는 아니고요. 꿈은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이제부터 조금씩 고민해보려고요. 피아노도 치기 전까지는 제가 이만큼 빠지게 될지 전혀 몰랐거든요. 이것저것 여러 경험을 쌓다 보면 언젠가 제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겠죠.” / 민혁

“제 꿈은 초등학교 교사예요. 담당 과목을 음악 쪽으로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하는데, 아직 확실히 결정한 건 아니고요. 열심히 공부하고, 피아노 치면서 고민해보려고요.” / 재영

(좌)오민혁 학생, (우)강재영 학생.
나란히 선 두 남자의 모습이 어색해보여 편안한 포즈를 취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누가 시켜서 포즈를 잡은 것 같은, 더 어색한 사진이 나왔다.

쉬는 시간마다 음악실을 찾아 피아노를 치는 두 남자, 민혁과 재영.

이들에게 물었다.

“당신에게 ‘피아노’란 무엇인가요?”

저에게 피아노란, ‘물’이에요. 기분 나쁜 일이 있을 때, 피아노를 치면 갈증이 해소되는 것 같은 후련한 기분을 느끼거든요. 또 사람은 물이 없으면 살지 못하잖아요. 내 인생에 피아노가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아갈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피아노는 저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생존수단이에요.” / 재영

남주고등학교 2학년 강재영 학생.

저에게 피아노는 ‘사랑’이에요. 솔직히 이 질문에 고민을 정말 오래 했는데, 사랑 말고는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 않아요. 사랑은 단순한 ‘좋음’이 좀더 커진 감정이잖아요. 저는 피아노 치는 게 정말 정말 좋아요. 그러니 ‘좋음’보다 큰 감정인 ‘사랑’인 것 같아요.” / 민혁

남주고등학교 2학년 오민혁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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