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강좌에서 출발…순수한 동아리로 재탄생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글은 마음을 담는다. 글을 쓴 사람의 이야기라서 그렇다. 마음을 글로 풀어내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자리를 만들자고 약속한 건 올해 3월이다. 정확히는 3월 12일이다. 한 달 두 달 지나면서 연말을 맞았다. 마음을 글로 풀어낸 이들은 ‘글수다’ 회원들이다. 그들이 첫 문집을 발간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글수다’는 글이 말임을 입증하는 동아리 이름이다. 사람은 말을 하는데, 말만 해서야 되겠는가. 그 말을 제대로 정제시켜 글로 만들면 어떨까. 글은 혼자만 쓰기도 하지만, 글수다 회원들은 공유를 해왔다. 자신의 글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는 물론, 회원들끼리 봐주기도 했다.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늘었다. 문집은 그동안의 과정이 담겨 있다.
글수다는 19일 정기총회를 겸한 자리에서 첫 문집 발간을 축하했다. 한라도서관 지하 강의실에 축하 자리를 만들었다.
사실 글수다는 한라도서관이 지원한 동아리이다. 출발은 동아리가 아니었다. 글쓰기를 배우러 온 이들이 모여서 강사로부터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지 교육을 받았다. 막상 글쓰기 과정을 배우고 나니, 강좌는 사라지고 수강생들만 덩그러니 남았다. 그때 한라도서관이 제안을 해왔다. 동아리를 만들자는 거였다.
글수다는 한라도서관이 추진한 글쓰기 과정의 연장선상이다. 한라도서관의 작은 도움으로 출발한 글수다는 이날 정기총회 겸 출판 자리를 누구의 힘도 빌리지 않고 스스로 창출했다. 물론 출간 비용도 회원들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뭐니뭐니해도 기쁜 건 글수다 회원들의 글이 영원히 남게 된 점이다. 문집은 그래서 좋다. 이날 첫선을 보인 문집은 그동안 활동 과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고백이기도 하다. 문집으로 만들지 않았다면 허공에 날아갔을 글들이다.
글수다 회원들은 격주 목요일 오전 10시에 얼굴을 맞댔고, 2시간동안 마음을 담은 글쓰기를 해왔다. 문집엔 65편의 작품이 실렸다.
글수다 회원은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출산 후 육아 때문에 한동안 글수다 모임에 나오지 못한 회원도 이날만큼은 한라도서관으로 발길을 향했다. 박수지씨를 문집 출간 기념 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박수지씨는 육아로 바쁜 와중에도 자신의 글을 문집에 담았다고 한다. 그는 글을 통해 달라진 자신을 이야기했다.
“글수다 동아리에 가입하기 전에는 글을 써보지 않았어요. 동아리에 가입하고 글을 써보니, 확실히 달라진 자신을 느껴요. 생각도 정리되고, 다시 읽어보고, 다른 사람의 얘기도 듣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치유되는 나를 발견하기도 했어요.”
글수다는 첫 문집으로 끝나지 않고, 그들만의 이야기를 계속 발굴해나갈 계획이다. 물론 한라도서관도 적극적인 도움을 아끼지 않겠다니, 그들에 대한 기대감은 더 폭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