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7:38 (금)
교통 약자와 강자
교통 약자와 강자
  • 김형훈
  • 승인 2019.12.17 0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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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건축 [2019년 4월호] 오피니언
-김정일 건축사사무소 지맥 대표
김정일 지맥 대표.
김정일 지맥 대표.

도시의 동적체계는 크게 차량(vehicle)과 보행(pedestrian)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제주는 인구의 유입으로 단순한 인구 증가뿐만 아니라 차량 증가도 유발하고 있다. 더욱이 차량의 증가는 교통의 혼잡과 자동차 위주의 도로를 확장하게 되고 보행환경은 불편하고 위험해지고 있다.

차량은 교통 강자일 것이고 보행은 교통 약자일 것이다. 그렇다면 ‘교통정책은 약자를 위하여야 하는가? 아니면 강자를 위하여야 하는가?’는 어리석은 질문일 것이며, 교통 약자를 위한 교통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제주의 상황은 어떠한가? 차량이 다니는 도로는 교통체증 해결이라는 명분으로 점점 넓어지고 신규 도로는 계속해서 개설되고 있고 최근에는 고가도로와 지하차도를 개설하는 것도 검토되고 있다 한다. 하지만 약자를 위한 보행환경은 반대로 점점 더 악화하고 있다. 넓어지는 도로를 횡단하는 시간은 길어지고 일부 신호를 무시하는 차들과 빨라지는 차량 속도로 인하여 보행자들은 위험함을 감수하며 다니고 있다. 인도는 건축물의 부설주차장 출입구와 걸림돌로 인하여 요철이 심하고 인도에 주차된 차량으로 인하여 보행의 편안함과 연속성은 단절되고 있다.

이면도로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도로 양측의 불법 주차로 인하여 도로 한가운데로 보행할 수밖에 없는 불안한 환경이 되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보행환경을 위한 정책들을 펼치고는 있지만 아직은 교통약자의 편안한 환경은 소원하다.

차량을 가로질러 가는 횡단보도를 들여다보자. 대부분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있어서 편한 점이 있지만,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편하게 못 건너가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차들이 멈추는 일은 아주 드물다. 횡단보도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는 일시 정지해야 하는 최소한의 안전이 확보되어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운전자는 규정을 안 지킨다. 그래서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더욱 조심해서 횡단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보행자들도 통행우선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횡단보도에 차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다 건너간다. 그렇다고 모든 횡단보도에 신호체계를 갖추라는 것은 아니다. 아울러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있어도 차량 정차 신호시 차가 그냥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 원래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란 보행자가 조금 더 안심하고 길을 건너가는 곳이어야 하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다. 횡단보도에 사람이 있어도 정차하지 않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작년 연말에는 불법 주차가 단순히 부설주차장의 문제인양 전국 최고의 수준으로 부설주차장 설치기준이 강화되었다. 부설주차장 강화는 더욱더 많은 차량의 유입을 유도하게 될 것이며 도로는 차량으로 채워지고 보행환경은 더욱 불편해질 것이 분명하다. 물론 차량은 사람이 운행하여 움직이지만, 차량은 교통약자인 보행자를 반드시 배려해야 한다는 문화적 의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빠른 차량을 위한 정책은 느린 보행자들에게는 조심하고 돌아가야 하고 피하고 다녀야 하는 배려의 역전 상황이 점점 가속화될 것이다. 오히려 차량은 불편하다는 인식이 퍼지면 차량의 통행량은 줄어들고 대중교통 이용도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런 환경이 된다고 가정하면 공기도 좋아지고 보행환경도 나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렌터카 감차 정책 등과 더불어 “사람이 우선이다”라는 정책으로 보행환경에 대한 개선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제 시작이다.

제주는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미래의 제주는 보행이 불편한 사람이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를 대비한 교통정책을 준비하여야 한다. 인도는 장애물과 요철을 없애야 할 것이며 급한 경사가 있는 곳은 손잡이를 설치하고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조경 식재, 안전난간 등 버퍼존을 만들어야 한다. 횡단보도는 모든 차량 통행을 일시 정지시켜 보행자들이 어느 방향으로든 동시에 건너갈 수 있는 X자형 횡단보도를 시설하여 안전하고 편안한 사거리 보행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는 양방향으로 과속방지턱을 만들어 차량이 자연적으로 감속할 수 있는 효과를 유발하고 양측 인도 부근에는 조경 식재를 자제하여 차량이 횡단하는 보행자들을 인지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우리나라 차선의 폭은 넓은 편이다. 차도의 폭을 최소화하면 인도의 폭이 늘어나고 차량의 속도도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면도로는 주민들과 공론화를 거쳐 일방통행으로 개선하여 인도와 노외주차장을 시설하여 편하고 안전한 환경을 유도하는 적극적인 정책을 펴야 하고 바닥을 요철이 있는 포장을 통하여 차량 속도도 줄여야 한다.

보행자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운전자가 교통규칙을 지켜야 하는 만큼 보행자도 안전하게 보행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보행 신호를 놓쳤는데도 위험하게 뛰어서 건너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횡단보도는 보행자가 우선인 영역이지만 차량 정차 신호가 아닐 시 사고가 난다면 보행자의 책임이 될 수도 있다. 또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 인도 끝에서 기다리지 말아야 한다. 차도에서 조금 떨어져 기다려서 차량 운전자에게 보행자들을 인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횡단보도에서만 주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보행자에게 안전해야 하는 인도에서도 역시 오토바이, 자전거 등 이륜차를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보행자와 자동차가 같이 이용하는 도로에서는 서로 배려를 잘해야 한다.

자동차는 좁은 길에서는 서행하고 보행자들 역시 길 가장자리로 다니면 가능한 일일 것이다. 점차 보행자의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 교통 환경에 대해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였지만 사실상 새로운 정책과 시도를 통해서 계속 개선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교통 문화 의식이 중요하다. 더 안전하고 편리한 보행 환경을 만들려면 운전자와 보행자들 모두가 법규를 준수해야 하며 우리가 모두 노력해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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