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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는 죽지 않아요, 음악의 힘은 위대하니까요”
“밴드는 죽지 않아요, 음악의 힘은 위대하니까요”
  • 김은애
  • 승인 2019.12.11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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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의 꽃은 학교에서] <13> 저청중 밴드 동아리

2019년 태어난 밴드 '해삼', 벌써부터 화려한 수상 실적
"단순한 취미에 '진지함' 더해, 음악의 즐거움 함께해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선진국을 가늠하는 지표입니다.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은 뭐가 다를까. 먹는 것, 입는 것, 여러 가지가 다를 수밖에 없지만 그 중에서도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집니다. 문화예술은 특정한 사람들이 누리는 산물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즐기는 보편타당한 소재가 되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선진국입니다. 특히 문화예술은 어릴 때부터 심어줘야 합니다. <미디어제주>는 제주도내 각급 학교의 동아리를 들여다보면서 문화예술이 어떻게 학생들에게 심어지고 있는지 살피는 기획을 싣습니다. 이 기획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진행됩니다. [편집자주]

저청중학교 밴드 동아리 '해삼'. 특별한 포즈를 요구하니, 재미난 모습이 나왔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우리 밴드 이름은 ‘해삼’이에요.”

저청중학교 밴드 동아리의 이름은 ‘해삼’이다.

밴드 '해삼'. 처음 듣는 이름인데도 귀에 각인된 듯 강렬하다.

하고 많은 이름 중에 왜 하필 ‘해삼’일까?

“동아리 강사님이 그러시더라고요. 해삼은 아무리 잘라도 꿈틀꿈틀 움직이며, 잘 죽지 않는다고. 음악도 마찬가지래요. 음악으로 한 번 성공하면, ‘불멸’할 수 있다고요.”
/ 김량현 (1학년/드럼)

1학년 드러머 김량현. 량현은 어머니의 권유로 밴드에 들었다.

이런 의미에서 붙은 동아리 별명이 하나 있다. ‘불멸’이다.

실제 학교 측을 통해 동아리 소개를 받으며, 학생들과 마주하기 전까지. 기자는 동아리 이름이 ‘불멸의 해삼’인 줄 알았다.

“’불멸의’는 일동의 ‘호’ 같은 거예요. 다산 정약용, 단재 신채호 같은 느낌이랄까.”
/ 권태은(3학년/보컬)

‘해삼’이라는 이름도 꽤 독특한데, ‘불멸의’라는 수식어가 붙으니 더 강렬한 느낌이다.

저청중 밴드 동아리 ‘해삼’은 올해 생겨난 신생 동아리다. 멤버는 총 6명. 보컬에 권태은(3학년), 건반에 김주원(3학년)과 정민채(2학년), 베이스에 이민규(2학년), 드럼에 김량현(1학년) 리더이자 퍼스트 기타를 맡은 손동민(2학년) 까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해삼’은 이미 교내에서 유명하다.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화려한 수상 실적도 한몫 하고 있다.

'2019 제주학생문화예술축제' 밴드 경연에서의 우승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학교 앞에 게시되어 있다.

“’탑밴드’라는 청소년 밴드 대회에서 장려상을 탔고요. 제주도교육청에서 주최하는 ‘2019 제주학생문화예술 축제’ 밴드 경연에서는 금상을 탔어요.”
/ 김주원(3학년/건반)

3학년인 주원은 ‘해삼’에 들어와서 건반을 처음 배웠다.

건반을 배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큰 상을 받았다는 사실에, 아직도 얼떨떨한 주원이다.

그런 주원의 말을 듣고 있던 보컬 태은이는 건의하고 싶은 게 하나 있다고 말했다.

“제주학생문화예술축제에서 저희가 우승을 했거든요. 그런데 상 이름이 ‘대상’이 아니라 ‘금상’이라서. 금상 위에 대상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상 이름을 ‘대상’으로 바꿨으면 좋겠어요.”
/ 권태은(3학년/보컬)

모처럼 ‘1등’을 차지했으니 우승 타이틀을 좀 더 강조하고 싶다는, 귀여운 소망이다.

(왼쪽부터)3학년 보컬 권태은, 건반 김주원.

“저는 베이스도 칠 줄 아는데, 드럼이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밴드에서 드럼을 맡고 있어요”
/ 김량현(1학년/드럼)

1학년 량현은 베이스를 다룰 줄 안다. 하지만 ‘해삼’에 가입해 드럼을 배운 뒤, 드럼의 매력에 빠졌다.

“아이들이 워낙 음악을 좋아해서 그런지, 재능 있는 친구들이 많아요. 드럼을 치는 량현이도 그렇고요. 리더 동민이는 음악적 소양이 굉장히 뛰어난 친구예요.”
/ 김명재 강사

밴드 ‘싱잉앤츠’로 활동 중인 김명재 강사는 ‘해삼’의 지도교사로 활약하고 있다. 올해 처음 아이들과 만났다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두 개의 큰 상을 받았다는 것에 보람도 느낀다고.

“수상 실적이 전부는 아닐 테지만. 아이들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니까 자랑스럽죠. 힘든 점이요? 전혀 없어요. 아이들이 정말 착해요. 또 음악적으로도 저와 잘 통하고요.”
/ 김명재 강사

김 강사는 자신이 ‘멋있다’라고 생각하는 음악과 아이들의 생각이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강사이자 음악 선배로 아이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저희가 연주한 곡들은 다 밴드 음악이거든요. 장려상을 수상한 탑밴드 대회에서는 새소년의 ‘긴 꿈’이라는 곡을 연주했고요. 교육청 축제 땐 보수동쿨러의 ‘0318’이란 곡을 선보였어요.”
/ 손동민(2학년/퍼스트 기타)

팀의 리더이자 퍼스트 기타를 맡은 동민은 밴드 음악에 관심이 많다. 특히 새소년의 ‘긴 꿈’은 그가 추천해 경연곡으로 채택된 음악이다.

밴드 '해삼'의 리더 손동민. 동민은 검도 선수가 꿈이다.

“곡을 들어보니 정말 좋았어요. 몽환적이기도 하고, 보컬 목소리가 되게 매력적이에요.”
/ 정민채(2학년/건반&세컨기타)

건반과 세컨기타를 치는 민채는 밴드 활동을 ‘진지한 취미’라고 말한다. 재미있게 즐기고 싶어 가입한 동아리지만, 음악을 할 때만큼은 나름 ‘진지하게’ 하고 있다고.

“처음엔 그냥 ‘방과후동아리’ 활동의 일환으로 가입하게 됐는데, 활동을 해보니 점점 진지해지는 것 같아요. 내년 3학년이 되어서도 밴드는 계속할 거예요.”
/ 정민채(2학년/건반&세컨기타)

(왼쪽부터) 2학년 세컨기타 정민채, 퍼스트 기타 손동민.

“밴드 활동을 하고 나서 음악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그냥 가사나 멜로디에 집중해서 음악을 들었는데, 이제는 베이스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요. 잘 안 들리던 악기들의 소리도 잘 들려요.”
/ 이민규(2학년/베이스)

친구들의 말을 내내 듣고 있던 베이시스트 민규가 입을 연다. 그는 베이시스트답게 중저음의 목소리를 갖고 있다.

“제가 누군가의 음악을 평가할 실력은 못 되지만, 음악성이 있는 곡을 들으면 악기 소리에 집중하게 돼요.”
/ 이민규(2학년 베이스)

2학년 베이시스트 이민규의 목소리는 '중저음'이다.

개성 넘치는 이름답게,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하려 노력하는 ‘해삼’ 6인방.

이들에게 마지막 질문을 해본다.

“밴드 ‘해삼’에게, ‘음악’이란 무엇인가요?”

음악은 ‘해삼’이에요.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해삼처럼, 음악의 힘은 위대하니까요.”

음악은 '해삼'이라고 말하는 밴드 '해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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