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은 관광객보다 정주민의 삶이 좋은 동네여야”
“원도심은 관광객보다 정주민의 삶이 좋은 동네여야”
  • 김형훈
  • 승인 2019.11.22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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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씨주택, 원도심의 아이콘이다] <5>
‘도시재생, 고씨주택에 말을 걸다’ 다섯 번째 강좌
이엠피파트너즈 고봉수 대표 강연
“목관아를 도심공원으로 만들었으면”
이엠피파트너즈 고봉수 대표. '성안아이'였던 그는 원도심을 지키는 '성안사람'이다. 미디어제주
이엠피파트너즈 고봉수 대표. '성안아이'였던 그는 원도심을 지키는 '성안사람'이다.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고봉수 이엠피파트너즈 대표. ‘도시재생, 고씨주택에 말을 걸다’라는 주제의 다섯 번째 강연을 맡았다. 그는 자신을 ‘성안아이’였다는 표현을 강연을 시작했다. ‘내가 꿈꾸는 제주시 원도심’이라는 작은 주제를 달고 온 그는 예전 부러움의 상징이었던 ‘성안’을 다음처럼 표현했다.

“외가는 조천이었죠. 명절에 외가를 가보면 저보고 ‘성안아이’라고 불렀어요. 예전 제주시의 중심은 제주성내, 제주성안, 제주목안이라는 말도 썼죠. 그런데 목안이 아닌 ‘모관’으로 쓰는 사람도 있어요. 모관은 신부들이 쓰는 모자 말하는데, 지역주민에게 혼동주는 이름이라 아쉬워요.”

그는 1963년 한짓골에서 태어났다. 1982년까지 한짓골에서 살았다. 고등학교까지 고향을 지키다 훌쩍 떠났다. 다시 고향에 들어온 건 2013년이다. 그는 솔직하게 말했다. 고향인 원도심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오랜 기간 고향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어요. 그러다 모 시민단체에서 하는 동네 탐방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부끄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내가 제주사람이 맞는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오히려 외지에서 온 분들이 제주를 더 알더라고요.”

원도심을 둘러보는 그 프로그램에 참가한 건 뜻밖이었지만, 그를 다시 ‘성안아이’로 만드는 계기가 됐다. 그는 고향에 잔뜩 관심을 가지게 됐고, 원도심 가이드를 맡는 일도 늘게 됐다. 그는 동네 마실을 가듯 가이드를 한다고 했다. 비록 가벼운 이야기를 하지만, 그런 활동을 통해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가고 있다는 말도 전했다.

그는 과거 사진을 보여주며 하나 둘 설명을 이어갔다. 제주의 명동으로 불리던 칠성통(지금의 칠성로) 거리. 관덕정 일대에서 입춘굿 놀이를 하는 사진. 제주의 첫 오일장터. 중앙로가 뚫리기 이전의 모습. 그런 모습은 정말 ‘추억’이 돼 버렸다.

“제주도는 계속 인구가 늘고 있어요. 그런데 원도심은 그러지 않죠. 과거에는 상업지역과 주거지역이 혼재하면서 발전을 해왔으나, 지금은 아닙니다. 상업지역만 남으면서 상주인구가 외곽으로 빠져나갔어요. 신제주 일대 택지개발로 원도심은 쇠락하게 됐고, 행정관청이 이전을 한 것도 큰 영향을 줬습니다.”

원도심의 쇠락은 전국적 사안이다. 때문에 원도심을 살리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잘 되고 있을까. 그에 대한 고봉수 대표의 말을 들어본다.

고봉수 대표가 강연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미디어제주
고봉수 대표가 강연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미디어제주

“막대한 공적 자금이 투자되고 있어요. 2013년부터 2017년부터 원도심에 투입된 금액이 1461억원입니다. 과연 나아졌을까요? 별로 없습니다.”

돈만 부었을뿐 실제로 돌아온 건 없다. 그 정도의 돈이면 원도심이 활성화되거나 인구가 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그는 물리적인 투자만 하지 말고 문화재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관덕정은 보물인데 아무나 들어가서 봅니다. 목관아는 사적이긴 하지만 복제품이에요. 그럼에도 목관아는 아무나 들어가질 못해요. 적극적인 활용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원도심에 살다보니 사라지는 것도 목도한다. 탑동의 그 멋진 알작지 해변은 온데간데 없다. 탑동을 매립한다면서 사라졌다. 그는 ‘과오’라고 표현했다. 부동산 개발로 인해 1km에 달하던 해변은 사라졌고, 대규모 돈을 투입한 효과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라지는 건축물도 많이 봐왔다. 옛 제주시청사를 허무는 모습은 가슴 아프다.

“2012년 12월 24일입니다. 사무실에 출근을 했는데 (제주시청사 앞에) 장비들이 서 있더군요. 현대극장도 철거됐어요. 었다. 제주시청에서 좀 더 신중하게 접근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있어요. 여기 주변은 유적 때문에 건축활동이 어렵습니다. 땅을 파면 유적이 나올 확률이 100%입니다. 그런 식으로 접근을 했더라면 현대극장을 지킬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이래저래 눈에 보이는 것들은 사라진다. 세월이 흘러서 사라지는 것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를 더 봐왔다. 그는 원도심에서 태어났고, 지금도 거기서 살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며 목관아를 활성화시킬 방법을 찾자며 제시했다.

“관덕정 앞엔 계단식 좌석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앉으면 담벼락만 보입니다. 목관아의 진해루만 남기고 회랑을 없애서 목관아 내부 건물도 보게 하고, 공연도 보게 하면 어떨까요. 그런 의견을 냈더니 문화재를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목관아 자체가 도심공원이면 좋겠어요. 예전 행정관청이 있을 땐 우글우글했던 지역인데, 지금은 정반대잖아요. 여러 방안을 생각하지 못하는 게 너무 아쉬워요.”

그는 서울 을지로의 노라기골목 사례를 들었다. 재개발 광풍이 불던 이 지역은 핫플레이스로 변모했다. 재개발을 해서가 아니라, 있는 걸 지켜면서 만들어냈다. 젊은 친구는 물론, 장년층이 몰려드는 곳이다. 저년 8시부터 밤 11시까지 골목길에서 노가리를 팔고 호프를 팔게 했더니,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

고봉수 대표가 꿈꾸는 제주시 원도심. 미디어제주
고봉수 대표가 꿈꾸는 제주시 원도심. ⓒ미디어제주

“제가 꿈꾸는 원도심은 관광객이 많이 오기보다는 정주민의 삶의 좋은 동네였으면 해요. 걷기 좋고 안전하고 청결한 동네. 옛 점포들이 살아남는 동네. 노포에 대한 도움은 없이 새로운 것들만 들어서고 있어요. 원도심은 역사적 흐름을 보여줍니다. 15세기부터 21세기까지 있어요. 개개 건물에 대한 역사를 알 수 있도록 ‘도시 박물관’화 시키는 방안도 고려를 해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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