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도시란, '한결같이 고유의 매력'을 발산하는 도시"
"좋은 도시란, '한결같이 고유의 매력'을 발산하는 도시"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11.15 18: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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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씨주택, 원도심의 아이콘이다] <4>

류인철 디자인그룹 메카 대표 강연
"도시디자인, 도시의 정체성과 함께 해야"

'도시환경 디자인'. 일반적인 사람들에겐 생소한 말이다. 

하지만 도시의 발전을 논함에 있어 '도시환경 디자인'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어쩌면 도시계획 전, 가장 우선 고려해야 하는 요소라고 하겠다. 

이처럼 중요한 '도시환경 디자인'. 과연 이것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중요한 것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리고 제주도는 '도시환경 디자인'을 잘 만들어가고 있는 걸까.

이러한 질문에 류인철 디자인그룹 메카 대표가 답했다. 

‘도시재생, 고씨주택에 말을 걸다’ 네 번째 강좌의 주인공 류인철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디자인(Design)'이란, '데시그나레(Designare)'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데시그나레는 지시하다, 표현하다, 성취하다 라는 뜻을 가진다.

그리고 이러한 디자인의 패러다임은 시대별로 변화하는 모습을 띤다. 디자인의 개념은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19세기에 들어 탄생했다. 1919년 윌리엄 모리스의 미술공예운동의 영향으로 설립된 ‘바우하우스’를 시작으로 예술과 기능을 종합해 만들어진 합리적인 모던디자인의 개념이 형성된 것이다.

이후 21세기는 그야말로 ‘디자인의 시대’가 됐다. 어떤 상품을 찾을 때, 소비자는 그 제품만의 정체성, 철학, 상징성 등 차별적인 디자인을 요구한다.

"오늘날 디자인이란 ‘인간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창조적 활동이자 결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디자인된 자동차를 판매합니다. 이탈리아는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스칸디나비아는 ‘공예품’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은 ‘비즈니스’라는 이름으로 각자의 디자인을 판매해요. 이처럼 세계는 각자의 특색을 가진 디자인을 판매하는데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디자인을 만들어야 할까요? 도시의 역사와 사람들의 의상 등 독특한 우리나라 전통과 접목해 우리만의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 디자이너들의 숙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류인철 대표

이번에는 환경 디자인의 관점에서 건축물에 접근해보자.

건축도 환경 디자인의 한 분야다. 조명 디자인도 그렇다. 이런 것들이 전체적으로 어우러져 도시의 색깔을 만들어 가게 된다.

류인철 대표의 작업물을 예로 들면, 한국진공야금 안산공장이 있다. 이 공장은 진공 상태에서 금속을 만드는 공장이다.

공장의 외관은 많이 볼 수 있는 흔한 공장 형태다. 그런 공장의 외관을 무슨 색으로 칠할 것인지, 그에게 의뢰가 왔단다.

"이 공장은 자동차로 치면, 포르쉐처럼 단단한 금속을 만드는 공장이에요. 그런데 건물 외관을 보면, 그런 느낌이 전혀 없죠. 그래서 철판 재료를 사용해 디자인에 변화를 줬습니다."

단단한 금속을 만드는 공장. 철판으로 둘러싸인 외관은 단단하고 옹골져 보인다.

류인철 대표가 디자인한 한국진공야금 안산공장의 외관 모습. (사진=류인철 디자인그룹 메카 대표)

그가 디자인한 이 공장은 금세 유명세를 탔다. 이후 안산에 이어 서산에도 같은 디자인의 공장을 또 짓게 됐다고.

"서산 공장은 지금 거의 완공이 됐다고 해요. 사실 '공장 디자인이 뭐가 중요하겠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죠. 하지만 공장의 이미지로 인해 직원들의 근로 의욕이 상승할 수도 있는 거고요. 튼튼한 외관만큼 안전을 강조하며, 안전사고에 보다 유의하게 되는 경우도 많아요. 이처럼 건물의 디자인은 우리에게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한가지 예를 더 들어본다. 농촌진흥청의 사례다. 이는 전주에 있는 청사인데, 류 대표의 손을 거쳐 재탄생했다.

"처음 농촌진흥청의 모습을 보고 놀랐어요. 농업의 카이스트라고 할 수 있는 기관인데, 어떻게 이렇게 촌스럽나 생각했죠. 건물에 어떤 변화를 주면 좋을까 고민하던 중, 연구원들이 흰 가운을 입고 연구하는 이미지를 떠올렸어요.  그래서 분위기를 흰색으로 바꿨죠. 이처럼 건물 디자인은  '건물의 목적'에 맞게 만들어져야 해요.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고민 없이 비슷한 색깔, 비슷한 재료로 찍어내듯 건축물을 짓고 있죠."

류인철 대표가 디자인한 농촌진흥청의 모습. (사진=류인철 디자인그룹 메카 대표)

이번엔 '도시'에 무게를 두고 디자인을 바라보자.

유럽의 로마처럼 오래된 도시의 경우 보도블록마저 모두 골동품이다. 그만큼 오래된 것들이 많다는 의미다. 런던은 문화 콘텐츠의 도시고,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돌의 도시다. 이렇게 오래된 도시는 저마다의 장소 고유성을 살리며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어떨까. 베이징이나 도쿄, 로마 등 유명 도시처럼 600년 이상 된 오래된 도시, '서울'. 역사적인 도시 서울에는 고유의 정체성이 없다. 최근 도시 디자인에 변화를 꾀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갈 길은 멀다.

"서울은 20세기 초반만 하더라도 고유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도시였어요. 지금은 과거의 모습은 거의 사라졌죠.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급격한 성장을 거치며 발전한 결과, 오늘날 서울은 도시화의 집산물이 됐어요. 이것을 역사적 도시, 매력적인 도시라고 할 수 있을까요?"

'도시화의 집산물'이 된 서울의 모습은 전국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세계적으로 그때그때 유행하는 재료나 형태를 따온 건축물의 모습. 제주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 조그만 어촌의 경우 집마다 전화번호부처럼 고유의 코드가 있어요. 이는 간판의 색, 커튼의 색, 상판의 재질, 바닥 재질 등을 컨트롤하는 장치가 됩니다. 정해진 코드 색이 아닌, 다른 색의 커튼을 사용하면 벌금이 부과되고요.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불평하지 않아요. 자기 마을을 함께 아름답게 가꿔나가는 것. 이러한 시민의식이 지역주민 주도의 디자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류인철 디자인그룹 메카 대표.

그는 자신이 맡았던 9호선 프로젝트 사례를 소개했다.

"3호선 교대역을 보면 사인 시스템 등 역이 참 복잡하더라고요. 건물은 건물대로, 색은 색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왜 이렇게 복잡해 보이는 걸까. 이것은 교통정리를 해줄 사람이 처음부터 완장을 안 찼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하철역 디자인을 할 때. 디자이너가 특정한 컨셉을 갖고 설계한 것이 아닌, '되는대로', '새로운 노선이 생기는 대로 추가하는 형식'의 디자인을 한 결과 복잡한 3호선 교대역이 탄생했다.

이러한 점을 들며 류 대표는 '처음부터 가자'라고 결심했다. 당시 건축가 세 명이 공사를 맡고 있었는데, 디자이너인 그가 나서서 완장을 차고, 컨셉부터 다시 바로잡았다.

"9호선 디자인은 많은 색을 사용하지 않고, 보는 이로 하여금 안내사인이 잘 보이도록 만들었습니다. 결국 '어떤 디자인이 적용되었나' 보다 '디자인이 어느 시점에, 어떻게 적용되었나'가 더 중요한 거예요. 처음부터 장소의 컨셉과 공간의 개념을 디자이너가 잡고 가야 제대로 된 환경디자인이 수립될 수 있기 때문이죠."

여기서 질문을 하나 해본다. 현대적인 외양의 도시가 국가의 정체성을 대변할 수 있을까?

유행을 따라 경쟁적으로 건설된 도시, 사막 한가운데 만들어진 뉴욕과 같은 도시를 ‘매혹적인 도시’로 볼 수 있는 걸까.

"중요한 것은 한결같은 고유의 매력을 발산하는 도시가 되어야 ‘다시 찾고 싶은 매혹적인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에요. 이는 마을에도 적용되는 사실이죠."

사람들이 가고 싶은 도시는 ‘그만의 이야기’가 있는 도시다. 그 땅의 역사와 고유한 문화를 담아낸 도시다. 도시재생이 잘된 나라들은 이러한 것들이 잘 이뤄지고 있다.

"우리는 지자체별로 경쟁적인, 과시적인, 장식적인, 국적불명, 시대불명의 디자인을 양산하고 있어요. 온 도시가 이상한 장식물로 가득하죠. 우리나라 도시계획법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금은 장소가 정해지면, 도로를 끊고, 건물 짓기가 바쁘잖아요. 이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조형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우선시되어야 합니다. 디자이너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죠."

류인철 디자인그룹 메카 대표.

그는 도시디자인 계획이 각 구별로, 시별로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서울시가 먼저 전체적으로 권역을 통일한 뒤, 도시디자인 사업을 추진하면 어떨까요. 이후 순차적으로 지역별, 지역마다 세부지침을 만들어 시행한다면 좋겠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번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도시디자인의 방향을 이야기할 땐, 단순한 '건축물의 외형'이 아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삶의 질', 그리고 '지속가능한 도시의 가치'가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는 거예요."

'내가 더 잘났어'라고 말하는 듯한 도심 속 고층 빌딩과 아파트. 이들 건물을 보고 '지켜야 할 건축물'이라 표현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 우리에게는 기교에 찬 인공적인 시설보다, 메마른 정서를 채워줄 자연스러운 공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디자인을 담은 도시가 필요하다.

11월 15일 열린 ‘도시재생, 고씨주택에 말을 걸다’ 강좌에 참석한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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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rcle0810 2020-05-17 14:18:12
좋네요 도시디자인과 환경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