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이 감동하는 건축을”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이 감동하는 건축을”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12.09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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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 <2>

중국 건축가 리우 지아쿤에게 듣다

“지역성 드러내지 않지만 알게 모르게 몸에 배어”
제주도는 쉽게 ‘심리풍경’을 느낄 수 있는 지역

건축가들은 늘 고민을 한다. 그 가운데 풀리지 않는 고민을 하나 든다면 지역성이다. 건축가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땅 위에 집을 짓는 행위를 하는 이들이다. 그러기에 늘 지역성을 따진다. 글로벌 환경인데, 무슨 지역성이냐고 묻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역이 없는 건축이란 있을 수 없다. 오히려 글로벌 환경에서 살아남는 건축은 지역성을 지닌 건축이다. 얼마 전 중국 지역 건축을 둘러봤고, 그에 대한 제주도내 건축가들의 이야기도 듣는 자리를 마련한다. [편집자 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건축은 땅과의 인연을 중시한다. 건축 행위가 지역별로 다른 이유는 땅에 있다. 어떤 땅은 메마르고, 어떤 땅은 습기를 먹고 있다. 또한 어떤 땅은 광활한 평원이며, 어떤 땅은 깊은 계곡에 위치해 있다. 땅은 이처럼 서로 다르다. 때문에 같지 않은 땅에 똑같은 모양의 건축물을 올릴 수는 없다. 땅이 달라지면 건축물이 달라지는 건 세상의 이치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리우 지아쿤. 미디어제주
중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리우 지아쿤. ⓒ미디어제주
쓰촨성 대지진 때 나온 잔해로 만들어진 재생벽돌. 미디어제주
쓰촨성 대지진 때 나온 잔해로 만들어진 재생벽돌. ⓒ미디어제주

앞서 리우 지아쿤의 작품을 살짝 들여다봤다. 그는 지난 2017년 독일 베를린에서 ‘지금과 여기-청두’라는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독일 건축계는 그를 향해 ‘중국 문화현장의 아이돌’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으며, ‘건축학도의 롤모델’이라고도 평가를 했다. 그만큼 리우 지아쿤은 독특하게 보인다. 굳이 이유를 들자면 중국 쓰촨성의 지역을 잘 표현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는 지진 쓰촨성 대지진 때 무너진 건물의 잔해를 건축 재료로 쓰기도 했다. 그런 일련의 행동은 기억을 재탄생시킨 활동이며, 그를 ‘쓰촨성의 아들’로 각인시키는 효과도 봤다. 그같은 활동이 그를 더 돋보이게 만든 측면은 있지만, 단순히 그런 일 때문에 그를 중국의 3대 건축가로 꼽진 않는다. 지역을 그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알지 못하는 능력 때문이다. 중국은 초고속 발전을 이루고 있지만 중국내 모든 지역이 그렇지는 않다. 그러기에 건축활동도 제약을 많이 받는다. 경제력이나 기술력 등은 중국내에서도 지역별로 차이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리우 지아쿤은 쓰촨성이라는 지역내에서 ‘가능한한 건축’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리우 지아쿤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거기서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지역성은 대체 뭘까. 중국 쓰촨성에 들른 김에 그를 만나 직접 관련 이야기를 물어볼 기회를 가졌다.

그는 쓰촨성 사람이지만 건축 “내가 쓰촨성 사람이다”고 강조를 하는 건 아니다.

“나는 언제나 쓰촨성 사람입니다. 하지만 지역성을 말할 때는 자신을 버려야 합니다. 각각의 장소는 수많은 문제들이 발원이 되는데, ‘내가 쓰촨성 사람이다’는 생각을 가지고 덤벼 들면 한계가 생기죠. 단지 프로젝트에 매달리다 보면 알게 모르게 쓰촨성 이야기가 스며듭니다.”

몸에 배었다는 건 그만큼 지역에 대한 애정이 강해서일까? 그렇다면 제주 건축의 지역성도 말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제주에서 건축을 하면 어떤 건축이 가능할지 물었더니 대뜸 “힘들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이유는 다음처럼 설명했다.

“(제주를) 알아보지도 않고 말씀드리긴 힘들죠. 그 장소에 가서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프로젝트마다 장소가 다르잖아요. 제주에 가서 건축활동을 할지는 연구를 더 해봐야겠습니다.”

리우 지아쿤은 그러면서 ‘심리풍경’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국어사전의 설명을 빌리면 ‘심리’는 ‘마음의 작용과 의식의 상태’라고 풀 수 있다. 리우 지아쿤은 사람마다 심리풍경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거대한 분지를 이루고 있는 쓰촨성의 심리풍경은 바다가 있는 제주도와 같을 수 없다.

리우 지아쿤은 건축 표현에 있어 '심리풍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디어제주
리우 지아쿤은 건축 표현에 있어 '심리풍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디어제주

“제주도는 바람이 강하고 검은 돌이 많습니다. 독립적인 섬이기도 하죠. 이런 제주도를 생각해보면 아주 강한 힘이 있다는 느낌입니다. 이렇듯 제주도는 매우 인상이 깊은 곳입니다. 제주도는 쉽게 심리풍경을 느낄 수 있는 곳 같아요.”

심리풍경은 어쩌면 매우 주관적이다.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같은 풍경을 매일 바라보는 사람들은 ‘같은 심리풍경’을 지녔을 확률이 매우 높다. 리아 지아쿤의 강조한 심리풍경은 눈에 보이는 풍경을 어떻게 자기의 마음 속에 잘 안착시키느냐의 문제로 들린다. 그걸 작품으로 표현해내는 몫은 어떠면 제주도에 살고 있는 건축가들이 아닐까.

“제주도에 핑크색 건축물을 설계하면 잘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죠. 건축을 제 마음대로 할 수도 있겠지만, 어느정도 공감하는 심리풍경이 있게 마련입니다.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들이 감동하는 걸 만들어내는 것에 있다고 봐요.”

제주의 풍경에 맞는, 자신이 보고 있는 풍경에 맞는 건축물. 그게 심리풍경을 담은 건축물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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