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대사를 내뱉던 순간, 그때의 희열을 기억해요”
“첫 대사를 내뱉던 순간, 그때의 희열을 기억해요”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12.09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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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의 꽃은 학교에서] <12> 남녕고 연극 동아리

'관심받는 것'이 좋아 시작한 연극, '배우'라는 꿈으로 이어져
연습실이 없어 대관료에 대한 부담... "학교의 지원 필요해요"
연극..."기쁠 때도 힘들 때도, 늘 함께하게 되는 '친구' 같아"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선진국을 가늠하는 지표입니다.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은 뭐가 다를까. 먹는 것, 입는 것, 여러 가지가 다를 수밖에 없지만 그 중에서도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집니다. 문화예술은 특정한 사람들이 누리는 산물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즐기는 보편타당한 소재가 되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선진국입니다. 특히 문화예술은 어릴 때부터 심어줘야 합니다. <미디어제주>는 제주도내 각급 학교의 동아리를 들여다보면서 문화예술이 어떻게 학생들에게 심어지고 있는지 살피는 기획을 싣습니다. 이 기획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진행됩니다. [편집자주]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남녕고등학교에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리하는 동아리가 있다. 34년 된 오케스트라 동아리가 그렇고, 20여 년 된 연극 동아리가 그렇다.

오케스트라 동아리 ‘남녕 브라스’에 대해서는 지난 기사를 통해 소개했으니, 이번에는 20여년 전통의 연극 동아리 ‘한우리’를 만나보자.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되지 않아 ‘한우리’에 가입했어요. 무대에 서고 싶었거든요. 관심받는 것을 좋아해요.” / 남녕고 2학년 임재규

남녕고 연극 동아리 ‘한우리’에서 배우로 활동 중인 재규. 그는 자칭 관심받기를 좋아하는 ‘관종(관심 종자)’이다.

스스로를 ‘관종’이라 말하는 그는 막상 연기 경험은 처음인 ‘연기 초짜’였다. 동아리에 가입해 처음 연기 도전을 했다는 것이다.

“신기한 게 있어요. 무대에 오르기 전, 엄청나게 떨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무대에 오르고 첫 대사를 내뱉고 나니, 긴장이 희열로 바뀌었어요. 그때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해요.

동아리 활동으로 배우의 꿈도 갖게 됐다는 재규는 무대 경험만 벌써 7차례. 그는 지난 11월 2일 열린 '오이 마주보기: 청소년 연극 페스티벌'에서 같은 동아리 한승우 학생과 인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 11월 2일 열린 '오이 마주보기: 청소년 연극 페스티벌'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는 임재규(오른쪽) 학생과 한승우(왼쪽) 학생. 

“꿈이 없었거든요. 뭘 해야 할 지 모르겠고, 미래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동아리에서 연기를 해보니 알겠더라고요. ‘이게 내 적성에 맞는구나’ 하고.”

그는 자신이 연극 동아리에 가입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고 말했다. 덕분에 꿈도, 취미도, 소중한 친구들도 생겼다. 꿈을 위해 지금은 연기 학원에도 다니고 있다.

“사실 동아리 활동 전에 연극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관심이 없었죠. 동아리 가입 후에는 일부러 찾아서 봐요. 휴일에도 집에서 그냥 쉬는 것보단, 연극 무대를 찾아다니며 보는 것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재미있잖아요.”

연기가 재미있어 ‘배우’의 꿈을 꾸게 되고, 연극이 재미있어 다양한 무대를 찾아 보려 한다는 그는 동아리 활동과 관련된 아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학교의 지원이 아쉬워요. 남녕고가 과학중점학교라 과학이나 교육 관련 동아리에는 지원이 많거든요. 그런데 저희 예체능의 경우 지원이 적어요. 연극 동아리의 경우 한 달에 10여만원 정도거든요. 소품, 의상, 연습실 대관 등 비용을 충당하기엔 턱없이 모자라죠.”

임재규 학생은 지난 11월 2일, 극단 오이의 주최로 열린 '청소년 연극 페스티벌'에 참여해 인기상을 수상했다.

연극은 준비 기간이 오래 필요한 장르다. 대사를 외우는 것에서부터 배우 간 동선을 확보하는 것까지. 오랜 연습만이 양질의 작품을 만든다.

“가장 큰 문제는 연습실 확보예요. 저희는 책상을 뒤로 밀고 난 뒤, 교실에서 연습하는데요. 한 작품을 올리려면 적어도 12시간은 연습을 해야 하는데, 학교 교실의 경우 사용 시간이 제한적이라서요. 토요일은 오후 5시까지만 사용할 수 있고요. 일요일은 교실 사용이 불가능해요. 그래서 대부분 연습실을 빌려서 연습하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요.”

연습실 대관비를 매번 모아 내는 것이 학생 용돈으로는 당연히 부담되기 마련. 이 때문에 재규의 가장 큰 소망은 ‘학교에서 연습실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연습실 마련이 어렵다면, 적어도 연습실 대관료만이라도 지원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진정성이 보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대사 하나하나를 보며, 캐릭터가 ‘왜 이런 말을 할까’ 생각하며 연기해야죠. 언젠가는 서울 대학로의 연극 무대에도 올라보고 싶어요.”

가짜가 아닌, 진짜를 연기하는 배우가 꿈인 재규. 그에게 물었다.

“당신에게 ‘연극’이란 무엇인가요?”

저에게 연극이란 ‘친구’예요. 항상 재미있는데, 이상하게 싫을 때도 있거든요. 하지만 결국 좋아서 계속 함께하게 되는 게 친구잖아요. 싫다가도 좋아지고, 결국 늘 함께할 친구, 저에겐 ‘연극’이 그런 것 같아요.”

재규에게 '연극'이란 '친구'와도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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