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7:38 (금)
"문화예술이 주는 행복, 더 많은 사람이 느끼길 바라요"
"문화예술이 주는 행복, 더 많은 사람이 느끼길 바라요"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12.08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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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의 꽃은 학교에서] <11>남녕고 오케스트라 동아리

학교의 34년 역사와 함께해 온 '남녕 브라스'
전공자와 비전공자 협주, '하나된 소리' 만들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선진국을 가늠하는 지표입니다.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은 뭐가 다를까. 먹는 것, 입는 것, 여러 가지가 다를 수밖에 없지만 그 중에서도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집니다. 문화예술은 특정한 사람들이 누리는 산물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즐기는 보편타당한 소재가 되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선진국입니다. 특히 문화예술은 어릴 때부터 심어줘야 합니다. <미디어제주>는 제주도내 각급 학교의 동아리를 들여다보면서 문화예술이 어떻게 학생들에게 심어지고 있는지 살피는 기획을 싣습니다. 이 기획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진행됩니다. [편집자주]

혜진이 사랑하는 클라리넷.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올해 34회돌을 맞이한 남녕고 오케스트라 동아리 ‘남녕 브라스(NNB)’.

학교의 탄생과 함께 생겨나 34년 동안 그 맥을 이어오고 있는 오케스트라다.

기자의 나이보다 역사가 싶은 오케스트라 ‘남녕 브라스’에서 활동하는 두 사람. 2학년 이혜진 학생과 강혜미 학생을 만났다.

“신입생 연주회 때 보고 반해서 가입했어요. 악기를 다뤄본 적이 없어서 처음엔 적응이 좀 힘들었죠. 제가 타악기를 담당하고 있는데요. 박자를 정확히 맞추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 남녕고 2학년 강혜미

혜미의 꿈은 ‘공무원’. 동아리 활동 전에는 악기와 그다지 친하지 않았던 학생이었다.

반면, 오케스트라에서 ‘악장’을 맡은 이혜진 학생은 ‘클라리네티스트’의 꿈을 꾸는 클라리넷 전공자다.

이처럼 '남녕 브라스'는 전공자와 비전공자가 함께하는 오케스트라다.

'남녕 브라스'가 합주하는 모습.

“초등학교 때부터 오케스트라 활동을 했는데요, 남녕고로 진학한 이유도 ‘오케스트라 동아리가 있어서’ 예요. 역사가 있는 동아리라 배울 점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거든요.” / 남녕고 2학년 이혜진

‘남녕 브라스’가 고등학교 진학의 이유였다는 혜진에게, ‘남녕 브라스’는 동아리 그 이상의 의미다. 아침을 클라리넷 연습으로 시작하고, 저녁도 클라리넷 연습으로 마감한다.

이처럼 클라리넷을 사랑하고, 동아리 활동을 즐겨하는 혜진에게도 힘든 시기는 있었다. ‘악장’으로써 느끼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여느 동아리가 그렇듯 ‘남녕 브라스’도 2학년이 주축이 되고 있는데요. 악장을 맡아보니 참 힘들더라고요. 저는 전공자다 보니 무대 경험도 있고 한데, 그렇지 않은 친구들이 많으니까. 무대에 앉았을 때의 자세부터 입장, 퇴장 시 동선까지 모두 알려줘야 하는 등 할 일이 너무 많더라고요. 그래서 1학년 후배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 이혜진

'남녕 브라스' 단원들의 개인 연습 시간.

혜진이 맡은 ‘악장’이란, 파트별 연습과 동아리 계획 등 오케스트라의 전반을 담당해야 하는 ‘관리자’와 같다.

그렇기에 부담도 컸다. 오케스트라를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걱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어깨에 힘을 빼자, 단원들의 도움이 하나둘 이어졌다. 막중한 책임감은 친구들과 조금씩 나눠 가지게 됐다.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화’잖아요. 실력이 뛰어난 친구와 다소 부족한 친구들 모두 조화롭게 음악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서로 이해하고 감싸주려는 태도를 가지려 노력하고 있어요.” / 이혜진

타악기 파트 학생들의 연주 모습. 가장 왼쪽이 강혜미 학생.

“혜진이가 고생이 많아요. 덕분에 저처럼 악기 연주가 익숙하지 않은 친구들도 함께 소리 낼 수 있게 됐죠. 처음엔 단지 ‘멋있어서’ 가입한 동아리인데, 저의 북소리로 음악이 완성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해요. 큰 무대에 서보니 자신감도 생기는 것 같고요. 무대는 기회가 있다면 또 서고 싶어요.” / 강혜미

기회만 있다면 앞으로 여러 무대에서 서고 싶다는 혜미.

혜미는 대학교에 가서도 오케스트라 동아리를 찾아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혜진처럼 전공자는 아니지만, 음악이 주는 행복을 경험해본 만큼 어른이 되어서도 오케스트라 활동을 계속하고 싶은 소망이다.

“모두 삶이 바쁘다보니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모르고 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예술을 하는 사람은 소수인데, 이들의 힘만으로는 ‘예술의 중요성’을 알리기 힘들어요. 비전공자도 스스로 문화예술을 받아들여야 하죠. 이를 위한 매개체로 ‘동아리’가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문화예술을 즐기는 ‘비전공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 이혜진

혜진은 단순히 ‘음악이 좋아서’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지길 소망한다. 동급생 혜미처럼 말이다.

끝으로 혜진과 혜미에게 물었다.

“당신에게 ‘오케스트라’는 어떤 의미인가요?”

저에게 오케스트라는 ‘삶’이에요. 인생을 반으로 나눠도 절반 이상이 오케스트라와 함께해온 삶이거든요. 그래서 오케스크라 자체가 그냥 제 ‘삶’의 일부처럼 느껴져요.” / 이혜진

저에게 오케스트라는 ‘행복’이에요. ‘남녕 브라스’에 들어가서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연주를 통해 성취감과 자신감도 얻었거든요. 동아리 활동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지금이 훨씬 행복해요. 많은 사람이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길 바라요. 그러면 더 행복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 강혜미

남녕고 오케스트라 동아리 (왼쪽부터) 이혜진, 강혜미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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