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초년병 시절
아침에 일어나면 구두가 닦여 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일을 나가시는 아버지가
매일 새벽 일을 가기 전에 아들의 구두를 닦아준 것
그 당시 직장인은 구두만 신었다 반짝반짝 구두
결혼을 하고 집을 떠났다
더 이상 나는 반짝이 구두를 신지 않았다
반짝거리는 구두를 보면 항상 이 생각이 난다
아빠 초년병 시절
아내가 밥을 하면 나는 아이를 업는다
업고서는 노래를 불러준다
아이가 크고 내가 나이를 먹을수록 잊는 것들이 많다
지금은 아이에게 불러주던 노래를 잊었고
업는다는 행위와 단어를 잊었다
다시 써먹을 수 없는 노래와
다시 해볼 수 없는 행위와 단어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아이의 어린 시절
학교에서 무얼 잘했다고 받은 싸구려 사탕
내 책상에 놓여있다
주머니에서 사탕이 녹아내려 미안하다는 메모와 함께
피아노 학원에서 잘 쳤다고 받은 초콜릿 바
아내의 책상에 놓여있다
엄마 이거 먹고 힘내라는 메모와 함께
어찌 그걸 안 먹고 아껴두었을까
아빠는 싸구려 사탕 엄마는 초콜릿 바
그래도 잘 크고 있구나
생각만 하면서 무언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건
짝사랑을 하며 사랑이 이루어질 거라는 망상(妄想)과 같다
움직여야 한다
되기보다는 하기를 먼저 해야 한다
애인이 되기 전에 사랑을 먼저 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는 그렇게 해왔다
우리가 어떻게 자랐는데
우리가 어떻게 키웠는데
그렇게 아버지가 되고 아들이 되었다

일상의 조각모음
홍기확 칼럼니스트
2004~2010 : (주)빙그레, 파주시, 고양시, 국방부 근무
2010~현재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근무
수필가(현대문예 등단, 2013년)
박물관 및 미술관 준학예사, 관광통역안내사(영어)
현 서귀포시 감귤박물관운영담당
현 서귀포시 공무원노동조합 사무국장
현 현대문예 제주작가회 사무국장
현 서귀포시청 공무원 밴드 『메아리』회장 (악기 : 드럼)
저서 : 『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2015년, 지식과감성#
『느리게 걷는 사람』, 2016년, 지식과감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