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8 18:22 (목)
“숲속에서 뛰놀던 추억, 우리 아이에게 선물할래요”
“숲속에서 뛰놀던 추억, 우리 아이에게 선물할래요”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12.03 1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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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아야 공부다] <5> 유치원 교사, '놀이 교육'을 바라보다

유아체험교육원 설립 부지, 옛 회천분교 현장 찾은 유치원 교사
인근 숲과 자연물 살피며, '놀이 교육' 위한 다양한 의견 나눠
아이의 행복 위해, '자연'과 함께하는 '놀이 교육' 되길 희망해

잘 놀아야 한다. 논다는 건 창의적 생각의 가장 밑바탕에 있다. 놀이는 어쩌면 모든 사고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미디어제주는 창의적 생각의 바탕에 있는 놀이를 끄집어내기 위해 관련 기획 연재를 수년째 지속해오고 있다. 매년 기획보도물을 만들어 <놀아야 공부다>라는 두 권의 책으로도 만들어냈다. 미디어제주는 올해 역시 놀이와 관련된 기획보도를 지속할 계획이다. 앞서 만들어낸 책 제목인 ‘놀아야 공부다’를 올해 기획물의 제목으로 삼는다. ‘놀아야 공부다’는 “잘 노는 것이 공부를 비롯한 모든 것의 밑바탕이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책상에 앉아 있는 게 공부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 기획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진행됩니다. [편집자주]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교육부, 누리과정 핵심으로 '놀이 교육' 꼽아

지구상에 아이들의 웃음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지금보다 곱절은 어두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부모에게는 오늘을 살게 하는 원동력이, 세상에게는 미래를 이끌어갈 희망이 되는 우리 ‘아이들’. 그 어떤 탁월한 교육 방법이라도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다면, 존재가치가 없을 것이다.

아이 한 명, 한 명의 행복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는 자라서 어른이 되고, 행복한 어른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정부도 아이들의 ‘행복권’을 보다 강조하고 있다. 만 3세부터 5세까지의 교육을 뜻하는 '누리과정'의 핵심으로 '놀이 교육'을 꼽은 것이다.

이는 2020년 3월부터 시행할 '2019 개정 누리과정'에 포함된 내용으로, 교육부는 관련 해설서와 놀이 자료집을 배포하고 있다.

<2019 개정 누리과정> 중 '성격' 부분 발췌

누리과정은 3~5세 유아를 위한 국가 수준의 공통 교육과정이다.

가. 국가 수준의 공통성과 지역, 기관 및 개인 수준의 다양성을 동시에 추구한다.

나. 유아의 전인적 발달과 행복을 추구한다.

다. 유아 중심과 놀이 중심을 추구한다.

라. 유아의 자율성과 창의성 신장을 추구한다.

마. 유아, 교사, 원장(감), 학부모 및 지역사회가 함께 실현해가는 것을 추구한다.

 

#45명 유치원 교사, 유아체험교육원 설립 위해 현장 답사

“이곳에는 제주 유아체험교육원이 생길 예정인데요, 저번 달에는 학부모와 아이를 대상으로 현장 의견 수렴 행사를 진행했거든요. 오늘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우리 유치원 선생님들을 모시고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12월 2일 월요일, 거센 바람과 빗방울이 떨어지던 날. (가칭)유아체험교육원 설립이 예정된 옛 회천분교 부지에 국공립 및 사립 유치원 교사 45여 명이 모였다.

유아체험교육원이 들어설 옛 회천분교. ⓒ미디어제주
유아체험교육원이 들어설 옛 회천분교 부지의 모습. ⓒ미디어제주

주목할 점은 굳은 날씨에도 당초 예상 인원보다 15여 명이 더 모였다는 사실이다. 각 유치원을 대표하는 원장과 원감 교사 외에도 젊은 교사들이 대거 참석한 점도 이목을 끈다.

자유롭게 자연 속에서 뛰놀며,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관찰했던 지난 행사처럼 이번 현장 답사도 ‘자유’에 초점을 맞췄다. 자유롭게 이곳을 돌아본 뒤, ‘유아체험교육원’에 생겼으면 하는 것들을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야외 활동을 해보며 느낀 점이 있는데요, 서귀포자연휴양림 숲 체험이 정말 좋더라고요. 자연을 활용해서 하는 활동이요. 나뭇가지로 터널을 만들어서 통과하는 놀이, 흙으로 케이크를 만드는 놀이 등 ‘숲’과 함께하는 놀이 체험이 생긴다면 좋을 것 같아요.” / 백록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양은정 교사

백록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서 근무하는 양은정 교사는 옛 회천분교 건물 옆, 몇 그루의 나무를 바라보며 ‘밧줄 놀이’를 제안했다. 나무 사이사이에 밧줄을 걸고, 아이들이 줄타기 놀이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나... 알고 보니 고무줄 놀이 천재!?"<br>누가 알려준 적도 없는데, 줄을 넘다보니 어느새 고무줄 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
옛 회천분교 건물 옆, 나무들 사이에 고무줄을 연결해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

‘역시’는 ‘역시’던가. 오랜 경력의 유치원 교사답게, 역시 양 교사는 아이들의 마음을 읽을 줄 아나보다.

지난 11월 9일 행사 때 아이들은 이들 나무 사이에서 ‘고무줄놀이’와 ‘밧줄 기차놀이’를 했고, 무척이나 즐거워한 적이 있다.

 

#교사, 학부모, 아이들 모두 자연 속 유아체험교육원 소망해

옛 회천분교 부지를 둘러본 뒤에는 '새미숲 산책로'를 걷는 시간도 마련됐다.

새미숲 산책로는 회천분교 건물 뒷편에 위치한 소담한 숲길이다.

한 바퀴를 도는 데 약 600m, 10~20분이 소요되는데, 경사가 거의 없어 아이들이 걷기에도 무리가 없다.

새미숲 산책로로 향하는 길

“이런 자연은 살려야 할 것 같은데요,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참 좋아요.”

바람이 거센 덕에 숲길은 자연이 내는 소리로 가득 차 있다.

얇은 대나무 잎의 속삭이는 듯한 마찰음. 소나기처럼 ‘쏴아-‘ 내리는 커다란 나무의 단풍잎.

문득 보이는 도심의 건물만 아니라면, 아득히 깊은 숲속에 들어온 것같은 착각에 빠진다.

숲길 너머 갈대숲이 보인다. 갈대가 부딛히며 내는 자연의 소리가 꽤 신비롭다.

“돌계단은 책을 읽어주는 공간으로 활용해도 좋겠어요. 새미숲길을 걷다 보면 동그랗고 크게 움푹 팬 곳이 있는데요. 이곳에 방석처럼 나무 의자를 깔고 빙 둘러앉아 아이들과 함께하는 공간을 만들어도 좋을 것 같고요.” / 제주서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안미선 교사

“오름 현장학습을 할 때, 그냥 올라가면 아이들이 지루해하거든요. 그래서 오름 중간중간 미션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곤 해요. 이런 것처럼 작은 미션을 수행하며 숲길을 걷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 한림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김미형 교사

숲길을 걷고 난 뒤 소감을 나누는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들. 대부분이 자연물 속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놀 거리를 만들자는 내용이다. 숲과 자연물을 그대로 이용하자는 것이다.

돌계단의 모습.

“국민학생 시절, 이곳에서 자주 뛰어놀던 기억이 나요. 당시 회천초등학교에 제 친구가 다니고 있어서 놀러 오곤 했거든요. 지금처럼 숲속 길이 정비되지 않았을 때였는데. 나무와 풀, 돌밖에 없는 숲이었는데 뭐가 그리 재미있었는지…” / 서귀포시교육지원청 강추단 장학사

서귀포시교육지원청 강추단 장학사는 삼양초등학교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친구와 함께 숲에서 놀던 그때의 기억은 훌쩍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소중한 추억이다.

“우리 아이들도 숲속에서 마음껏 뛰놀았던 기억, 그런 멋진 추억을 가진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새롭게 생길 유아체험교육원에 대한 기대가 커요. 일단 자연 조건이 정말 좋잖아요. 숲길로 향하는 길목 등 세세한 정비만 신경써서 잘 한다면,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소중한 추억의 장소가 될 것 같아요."

유치원 교사들이 직접 작성한 유아체험교육원의 슬로건

이날의 현장 답사는 교사들이 직접 ‘유아체험교육원 슬로건’을 만들어보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40여개의 슬로건 중, ‘행복한 꿈이, 자연 속에 쑥쑥쑥’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자연 속에서 아이들의 꿈이 쑥쑥 자라나길 바란다는 교사의 바람이다.

한편,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2020년 1월부터 ‘유아체험교육원 설립’을 위한 용역을 본격 진행한다. 이와 관련, 제주도교육청 김인실 장학관은 “적극적으로 교사분들께서 의견을 주시길 바란다”면서 유치원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가 용역에 포함될 예정임을 강조했다.

숲길을 걷는 교사들의 모습.

지난 11월 학무모·아이와 함께한 현장 체험과 12월 유치원 교사들의 현장답사. 두 행사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의 공통점은 ‘자연을 훼손하지 말고, 활용하자’는 것이다.

부수고 다시 만드는 것은 쉽다. 지키고 보존하여 활용하는 것은 어렵다. 더 많은 고민과 예산을 필요로 할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가 '자연을 지키자'라고 말하는 이유. 

푸른 숲에서 까르르 웃으며 뛰놀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하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반짝반짝 빛나는 행복일 테다.

새미숲 산책로 중간 부분. 옛 회천분교 부지로 돌아가는 길목에 모인 유치원 교사들. 
현장 답사를 하며 찍은 다양한 사진들
새미숲 산책로에 위치한 안새통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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